권명애 / 고양시민회 사무국장

우리사회는 영어교육 열풍을 넘어 영어 광풍의 사회다. 아이들이 초등학교 3학년이 되면 영어 수업이 정규과목에 포함되기 시작해서 10년 이상 학교에서 영어를 배운다. 그것도 부족해 학원에서 또 영어를 배운다. 그리고 방학이면 해외영어캠프를 다녀오거나 학부모들은 국내의 영어캠프라도 보내고자 애를 쓴다. 심지어 초등학교부터 해외로 어학연수를 다녀오기도 한다. 영어 교육은 초등학교부터 시작되는 것은 아니다. 부모들은 영어를 가르치는 유치원을 더 선호하고 있으며, 어떤 부모들은 아이가 말을 배우기 시작하는 때부터, 아니 태교에서부터 영어를 가르치는 경우도 많다.

학부모들이 이렇게 조바심을 치게 되는 이유는 무엇일까. 우리 사회에서 영어는 단순한 소통의 수단이 아니기 때문이다. 영어는 입시, 취업, 고시, 승진 등 인생의 경로마다 ‘수문장’으로 결정적인 작용을 한다. 그런 탓에 취학 전부터 영어 경쟁에 내몰리고 온 국민이 영어 몸살을 앓고 있는 것이다. 우리사회가 이러할진대 어느 부모라고 아이들의 영어교육에서 자유로울 수가 있겠는가?
자녀 1명에 들어가는 평균 사교육비는 25만원이라고 한다. 그중 영어는 사교육 1순위 과목이다. 학부모들은 사교육비로 허리가 휠 지경이다. 이런 사교육 열풍 속에서도 그나마 학교가 나서서 혹은 지방자치단체와 교육청 그리고 대학들이 함께 지역의 인재 양성을 위해 아이들에게 교육의 기회를 제공하는 다양한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참으로 반가운 일이다.

고양시도 지난 2007년부터 국제법률경영대학원대학교 부설 평생교육원이 주최하는 영어캠프에 예산지원을 하고 있다고 한다. 이 영어캠프는 방학별로 2주간 진행하며 참가비는 150만원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국민기초수급자와 차상위계층의 학생들은 1순위자로 분류돼 전액 지원을 하고 있으며, 그 외의 학생들은 40%정도의 자부담으로 참가할 수 있다고 한다. 이렇게 지원되는 고양시 예산이 년 5억 6000만원이나 된다. 고양시 교육예산 중 영어교육 관련 사업지원예산 12억 800만원의 62%인 7억 5000만원이 영어캠프지원사업 예산이며 그중 5억 6000만원을 국제법률경영대학원대학교의 영어캠프에 지원되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고양시가 지원하고 있는 이 영어캠프에 저소득층 학생들의 교육기회가 축소되었다는 보도가 있었다. 캠프에 참가하는 1순위 학생들의 수가 적기 때문에 겨울방학 캠프에만 집중 모집한다는 것이다. 년 간 봄, 여름, 겨울방학 3회의 기회를 1회로 축소한 것이다. 고양시는 2007년도에도 지원을 했던 사업인 만큼 저소득층 학생들의 참여가 적었다면 그 원인이 무엇인가를 분석하고 오히려 이들이 참여할 수 있는 기회를 더욱 확대하고 참여를 위한 지속적인 독려와 적극적인 홍보를 해야 하며 이를 위한 방안을 모색했어야 한다.

지방자치단체가 예산을 지원하는 경우에는 공적인 예산을 투여하는 만큼 그 예산의 쓰임 역시 공공의 영역이어야 한다. 즉 균등한 교육의 기회를 위해서 상대적으로 소외되고 있는 아이들에게 그 혜택이 우선돼야 하는 것이다. 지금이라도 늦지 않았다. 고양시가 예산을 투여하여 사교육을 부추기고 있으며, 특정 사교육 업체에 예산을 지원하고 있다는 비판을 면하기 위해서라도 이번 영어캠프 지원 사업은 저소득층 학생들의 참여를 높이는 방향으로 추진돼야 할 것이다.
또한, 교육의 질을 높이고, 다양한 층의 아이들이 참여하며, 특히 저소득층 아이들에게도 균등한 교육 기회를 제공하는 다양한 시도들이 필요하다. 특정 영어캠프에 참가비 지원하는 형태가 아니라 교육청과 각 학교와의 협의를 통해 관내 초등학교에서 방학중에 영어캠프를 개최하고, 강사비 등을 지원해 학생들이 무료 또는 저렴한 가격에 참가할 수 있도록 한다면 같은 예산으로 보다 많은 아이들에게 교육의 기회를 제공할 수도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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