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주산성의 2002년 해맞이

둘째가 건강하게 태어나는 게 정연이(행신동) 네의 새해 바람이다. 정연이 가족은 1월 1일 신 새벽, 행주산성에 올랐다. 그 바람을 2002년 첫 번째로 오르는 해에게 부탁하기 위해서다. 배부른 정연이 엄마 때문에 천천히 올라온 탓일까. 너무 늦었다. 그러나 개의치 않는다. 추운 겨울 새벽 이제 15개월 된 정연이까지 정상에 올랐으니까.

영하 10도를 오르내리는 행주산성의 해뜰 무렵. 2002년을 맞이하기 위해 사람들이 모였다. ‘2002년 해맞이 행사’. 아직 어둠이 발에 밟히는 정상까지 이어진 길 내내 또 한해를 맞는 기대로 들떠있다. 아이를 걸리고, 업고, 목말 태우며 올라가는 세 식구. 강아지까지 동참한 가족.
두 손을 맞잡은 노부부까지. 새해를 같이하고 싶은 가족들이었다. 행사장에서 나눠준다는 초코파이에 눈독들이는 신능중학교 다섯 꼬마도 있었다. 3학년이 된다는데. “공부는 공부구요….” 길도 미끄럽건만 바람처럼 달려갔다.

700여명의 사람들이 하염없이 기다리는데 2002년 첫해는 떠오르겠다고 한 시간이 지나도록 영 게으름을 떨었다. 20여분이 지나서야 구름 사이를 비집고 나타난 해. 얄밉게도 순식간에 정체를 다 드러내고. 먼저 해가 보이는 정상부터 파도 타듯이 “와∼.”

“꽝, 꽈광!”
새해를 깨우는 큰북소리다. 해맞이로는 미진하다 싶은 사람들이, 늦어서 해돋이를 놓친 사람들이, 줄서서 대북을 쳤다. 행사 진행자의 요구대로 “딱 두 번씩만.” 너무 추운 탓일까. 아니면 새해 희망이 뻗친 탓일까. 북채 하나가 부러져 나갔다. “살살 쳐주세요. 하나에 10만원 짜리 입니다.” 진행자의 부탁에 고양시민이 왁자하니 한마음으로 웃는다.

행주산성에 오른 이들의 새해 희망은 대부분 “우리 가족 모두 건강하고…”, “우리 가족 행복하고…”였다.
“너무 늦었나봐.” 해가 뜬 지 한참이나 지난 후에 두 아이를 데리고 행주산성을 오르는 아버지. 끝까지 올라갈 참인가. 건강을 소망하는 새해계획, 반은 이루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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