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식배달, 아침외식족 늘어

문 앞에 신문이나 우유 하나 쯤은 있게 마련.
그런데 그 옆에 이상한 팩이 하나 놓여 있다. 뭘까?
다름아닌 국.
바쁜 아침에 제대로 된 식사를 하기 위해 국을 배달시켜 먹는 것이다.
맞벌이 부부와 독신자가 늘어나면서 생긴 새로운 국문화.
다른 건 다 없어도 국은 꼭 있어야 한다는 우리의 정서를 파고 들면서 최근 그 이용자가 늘고 있다.
오케이국 고양지점(946-9886)의 경우 오픈한 지 한달 정도 됐는데 벌써 회원수가 100명을 넘었다.
‘오늘은 무슨 국을 끓일까, 장보러 가야 하는데’ 라는 걱정은 이제 끝.
가격도 저렴한 편이다. 한달 20회에 2인분 5만 4천원, 4-5인분 6만 8천원.
시장에 나가 재료를 사 직접 끓이는 것보다 훨씬 싸다는 것이 이용자들의 의견이다.
화학조미료를 쓰지 않고 집에서 끓인 국과 같은 맛을 느낄 수 있다.
메뉴도 다양하다. 사골우거지국, 황태해장국, 육개장 등 모두 70가지. 매일 아침 다른 국이나 찌개를 접할 수 있다는 것도 장점이다.
그러나 아직은 국까지 시켜다 먹는 것에 대해 탐탁치 않게 생각하는 경향이 많다.
흰돌마을에 사는 유영자(50)씨는 “무슨 국을 배달시켜 먹느냐. 나는 그런게 있는지도 몰랐다”며 “자기가 정성껏 만들어서 가족들에게 먹이는 것이 좋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또 “맞벌이 부부같이 가정과 직장을 병행해야 하는 경우에는 이해할 수도 있겠지만 집에서 살림만 하는 주부들이 국까지 배달시켜서 먹는 것은 이해할 수 없다”는 의견도 있다.
한편 “맛있게 먹으면 되는 것이 아니냐 요즘 음식 솜씨 없는 신세대 주부들도 많고 다들 바쁜데 언제 장보고 반찬 만들고 그러겠느냐”며 옹호해 주는 입장도 만만치 않다.

후곡마을에 사는 조선미(40)씨. 국배달 서비스를 이용한지 한달 정도 됐다. 학원강사로 일하는 맞벌이 주부. 일이 끝나면 또 가정에서 일을 해야 하는 조씨에게는 이런 것이 있다는 게 반갑다. 조씨의 시간은 훨씬 여유로워졌다.
국배달 서비스를 이용하기 전에는 친정어머니와 언니가 번갈아 와서 음식을 만들어 줬다고.
바쁘기도 하거니와 음식 만드는 일에는 영 소질이 없는 게 그 이유다. 이제 친정 식구들에게 신세지지 않아도 되고 음식 못 만든다는 타박을 듣지 않아도 돼 마음이 홀가분하다.

시아버지를 모시고 이제 18개월된 늦둥이를 낳은 고경민(41탄현큰마을)씨. 고씨 역시 음식을 만드는 것에는 영 관심이 없는 경우다. 게다가 늦게 얻은 아이를 돌보느라 고씨의 하루는 바쁘다. 남편의 권유로 국배달 서비스를 이용하게 됐다는 고씨. 처음에는 영 꺼림칙했지만 주위 사람들이 맛도 괜찮고 위생적이라고 해 이용하게 됐다고 말한다. 무슨 반찬할까 고민하는 시간에 아이를 돌볼 수 있다는 게 좋다. 시아버지는 아직 국을 배달시키는지 모르고 있는 상태.

일요일 아침부터 외식하는 사람들도 늘고 있다. 백석동의 전주돌솥밥의 경우 일요일 아침 8시정도만 되면 아침식사를 하러 오는 사람들로 자리가 꽉 찬다.
술마시고 외박한 아저씨들이 속풀러 왔다고 생각하면 오산.
가족 단위로 오는 사람들이 많다.
이 일대의 대부분의 식당들도 마찬가지.
이런 이유로 식당들은 24시간 영업을 하거나 새벽 6시부터 문을 연다.
일요일 아침 외식족들을 잡으려는 전략이다.
마두1동에 사는 김기완(45), 이정호(43)씨 부부. 한달에 한번 정도 일요일 아침 외식을 한다. 반찬 하기도 좀 귀찮고 일요일 아침에 가족들이 운동을 하기 때문.
김진영(19)양과 김우진(13)군. 이렇게 딸, 아들 데리고 나와 운동도 하고 같이 식사도 한다. 남편과 아이들 모두 좋아한다.

일산에 살다 얼마전 서울 목동으로 이사를 갔다는 은준(38), 홍소연(35)씨 부부.
이들은 한달에 두세번은 꼭 일요일 아침 외식을 한다. 아내 홍씨는 대개 남편은 텔레비전을 시청하고 아이들은 자기들끼리 놀고 엄마만 일을 하는 것이 대부분 가정의 모습이라며 같이 이렇게 나와 이야기 하면서 밥을 먹는 것이 좋다고 말한다. 집에서 힘들이지 않아도 되고 경제적으로 부담도 없는 음식을 맛있게 먹어 일석이조라는 것. 아침 식사가 끝나면 쇼핑을 한다. 주로 사는 것은 일주일 분량의 반찬거리. 혼자 장보러 가는 일은 거의 없다. 이렇게 한꺼번에 사다 놓으면 모든게 해결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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