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주한 / 본지 편집위원

제2자유로 개설에 따른 보상협의에 해당 주민들은 ‘감정평가 원천무효’를 주장하며 집단 반발하고 있다. 기대치보다 낮은 보상가가 반발의 주원인일 것이다. 하지만 주민들은 평가에 있어 사전 입회 요구가 무시당하였다고 하는 불만에 더하여, 수치상 착오가 있는 보상내역서 발송이 더욱 이를 부채질하고 있는 것이다. 사업시행자인 주택공사는 ‘전산상 오류’라고 해명하고 있지만 주민들에게는 허술한 보상협의라는 빌미를 제공해 주고 있다.
대규모 택지개발 사업이나 도로와 같은 사회기반시설 사업에 따른 공공용지 수용 절차에는 상당한 민원과 어차피 그만한 진통이 따른다는 것이 일반적 인식일 것이다. 하지만 언제까지 이 같은 일이 반복되어 사회적 비용을 지불해야 할 것이냐 하는 의문을 이를 계기로 한번 생각해 본다.

사업시행자는 사업용지 수용에 있어 정략적인 판단과 주민 민원에 대처하는 일정한 매뉴얼과 진행 상황별 시나리오가 있는 듯하다. 사업예산이 넉넉하거나 예상 사업수익이 좋을 때는 보상가를 높게 책정해 주민 반발을 최소화하고, 사업의 신속성이 요구될 때는 '시원하게' 보상가를 책정해 그 사업을 앞당기는 방법 등이다. 반대의 경우는 보상가를 낮추려 감정기관에 어떠한 압력이라도 행사하려 한다. 주민 반발이 심할 경우 당근책이라도 발휘해 반발을 무마하는 것이다.

이는 일종의 ‘정치 감정’이라 말할 수 있다. 피수용인의 요구를 각각의 욕구수준에 맞추어 모두 충족할 수 없다는 한계가 있다는 점에서 현실적으로 정략적인 판단이 작용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하지만 객관적인 기준보다는 이 같은 장단에 춤춰야하고 감당해야 하는 해당 주민들은 불만이 이만 저만이 아닐 것이다. 투기세력이 아닌 대대로 농사를 짓고 생업을 이어온 곳이라면 더욱 그렇다. 이번 제2자유로 보상은 불과 수개월 전 수용된 김포 관산간 도로 보상과 비교하면서 주민의 반발이 커진 것만 봐도 알 수 있다. 이번 자유로 건설에 수용된 토지 가치가 비슷한 조건의 김포 관산간 도로 수용지 보다 시가나 공지지가에서도 확연히 높은 곳임에도 불구하고, 보상가는 오히려 낮게 평가를 받았다는 상대적 불만감이 그것이다.

무릇 감정평가에는 감정이 스며들지 않는 합리적이고 객관적 근거에 의한 공정하고 형평성 있는 평가가 제일의 원칙일 것이다. 공인된 전문가인 감정평가사는 어떤 압력에도 굴하지 않고 소신 있게 평가해야 하는 것이 제일의 덕목일 것이다. 하지만 지금까지의 감정평가법인은 그만한 신뢰를 얻지 못하고 있는 듯하다. 사업시행자든 수용 당하는 자든 감정사를 어떻게든 요리할 수 있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고, 그만한 성과를 거두었다는 소문도 들리곤 한다. 감정평가사가 사업자의 요구에 부응할 수밖에 없는 구조를 가지고 있는 것도 문제다. 자신의 수입 대부분이 그들에게 있기 때문이다. 주민이 감정사를 지정할 수 권한이 있다 해도 일정규모 이상의 당사자가 있어야 하고, 강력하게 요구가 있을 경우에 마지못해 응하고 있다. 또한 동료 감정사끼리 일종의 카르텔이 형성돼 있어 주민의 주장을 온전히 관철시키지 못하는 실정이라고 한다.

제2자유로는 파주신도시 입주에 맞추어 완공해야하는 시급성 요구되는 사업이다. 그러나 이번 보상협의에 응한 주민은 일부에 지나지 않고 대다수가 재평가와 협의기간 연기를 주장하고 있다. 주택공사는 주민과 진정성을 가지고 대화하고 소통할 때 일이 순조롭게 풀릴 것이다. 혹여 공권력을 동원하여 주민의 의사를 강제로 제어하거나, 예산 가용액의 저울질로 이를 해결하려 한다면 일을 더욱 꼬이게 만들 수 있다. 이번 집단 반발 사태가 난 지역은 경기도 명풍신도시 후보지로 알려져 있고, 곧 발표가 날 것이라는 소문이 팽배하다. 이번 감정평가도 향후 명품신도시 택지개발을 염두에 둔 예비적 평가라는 얘기도 무성하다. 향후 이러한 사태를 예방하기 위하여 정부와 정치권은 토지수용에 있어 사업시행자는 주민들과 충분히 대화하고 의견을 수렴해 마찰을 줄일 수 있는 법적 제도적 보완책을 마련해야 할 것이다. 차제에 말 그대로 공인인 감정평가법인은 사업자에 휘둘리지 않는 높은 도덕성을 가진 자부심 있는 전문가적 지위를 확보하여 국민으로부터 신뢰받는 직업으로 거듭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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