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준/고양시민회 운영위원

초유의 고유가로 세계 경제가 휘청거리고 석유의 외국 의존도가 높은 우리나라는 경제에 먹구름이 드리워지기 시작했다. 일일 200만 배럴의 원유를 사용하고 있다고 보면, 년 간 약 100조원 정도를 순 원유 구입대금으로 지불하고 있으며, 이는 우리나라 정부 1년 예산의 1/3이 넘는 큰 금액이다. 작년과 단순 비교해도 40조원은 족히 더 지불해야만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누구 하나 석유소비를 줄이자고 얘기하는 사람은 없고 전등 하나 끄기 운동을 하자는 얘기도 없다. 70년대 말 원유가가 30달러를 넘어 오일쇼크가 오자 전 세계가 움츠리고 한 등 끄기 운동 및 자동차 2부제 실시 등을 제창했던 것과는 너무도 다른 현상이다.

물론 국가 경제가 발전해서 그 정도는 능히 감당할 수 있다든지, 개인의 재정적 부담 능력이 커져서 석유 값 걱정 정도는 안하고 살수도 있다. 자동차가 생활필수품인 시대, 어떻게 석유 소비를 줄일 수 있는가 하고 반문할 수도 있다.
그러나 현재 벌어지고 있는 고유가 시대는 결코 일회적인 사건이 아니며 화석연료의 고갈시대를 예고하고 있는 것이다. 석유 소비의 급격한 증가와 공급 능력의 정체, 감소는 불가피하게 석유 위기를 재현할 것이고 자원 빈국인 우리나라는 그 위기에 대비치 않고는 생존할 수 없다는 것이다. 고유가 시대는 남의 이야기가 아니라 우리 모두의 문제이며, 인류의 생존이 걸린 문제로 보아야 한다는 것이다. 언젠가 석유는 돈으로 살 수 없는 상품이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정부는 고유가 및 화석연료의 고갈 시대에 대비, 에너지 효율을 극대화하고 대체 에너지를 확보할 수 있는 방안을 강구해야 함은 당연하다. 그러나 정부의 정책 수립은 많은 부분을 고려해야 하기 때문에 그 대응이 늦고 효과 또한 상당기간이 경과한 후에 나타날 것이다.
그렇다고 언제까지 손을 놓고 기다릴 수는 없다. 지자체부터 나서야 한다. 지자체부터 솔선하여 에너지 절약 운동을 실천하고 주민들에 대해 홍보해야 한다. 차량 사용을 억제할 수 있는 방안, 휘황찬란하게 거리를 밝히는 불빛이나 아무도 없는 공원에 밤새도록 켜져 있는 보안등, 촘촘히 켜져 있는 가로등, 빈 사무실에 켜져 있는 전등, 불필요한 광고탑 등을 다시 한 번 돌아보아야 한다.

지자체가 운영하는 모든 시설물의 차량 10부제 운영, 근본적으로 외곽도로 및 시내 중심 도로를 구분하여 가로등의 밝기를 조절하고, 시간대별 거리 밝기를 조절하는 점등장치 부착, 불필요한 광고탑의 사용자제, 한등 끄기 운동의 적극 홍보, 가로등 중 일부 자동점등 센서 부착, 관공서 건물의 밝기 조절 등도 한 방안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심야시간대에 불필요하게 켜져 있는 네온싸인 점등 시간의 자율적인 조절 등을 유도할 수도 있고 대형 건물의 에너지절감 방법의 지도관리 및 신설되는 공원이나 특정거리에는 가로등수를 줄이고 태양열을 이용한 바닥 등도 고려할 수 있을 것이다.

위기에 대처하는 데에는 정부나 지자체, 국민이 별개일 수 없다. 우선적으로 지자체가 솔선하여 에너지 절약 생활화를 모범적으로 시행하고 주민의 동참을 호소한다면 우리는 이 난국을 충분히 극복할 수 있을 것이다. 고양시부터 나서야 한다. 고유가 시대, 에너지 절약에 불을 지피고 실행에 옮기는 것은 정부만이 아니라 고양시의 책무임을 분명히 인식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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