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님 ‘메롱’도 따라하고…

하야시 아키코의 ‘달님, 안녕’, ‘싹싹싹’, ‘손이 나왔네’.
“돌 즈음 아이들에게 보여줄 만한 책이 없느냐?”는 질문을 받으면 서슴없이 권하는 책이다.

어른들의 눈높이로 보자면 유치하고 단순한 책이다. 그림도 내용도 단순하다. “쉽게도 만들었다”는 생각이 든다. 그러나 독자인 아기 입장에서는 “참 재미있는 책”이다.

이 책들은 아기의 신체와 행동발달 단계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돌 전후 아기들의 관심 대상을 그림으로 담아냈다.
막 걸음마를 시작한 아기들. 혼자 먹겠다고 숟가락에 욕심 내는 시기다. 이리 저리 흘려서 결국 입까지 가는 건 쌀 몇 알이 고작이지만. 옷도 혼자 입겠다고 떼쓴다. 웅얼거리다가 문득 ‘어∼ㅁ머’라는 이상한 소리를 내는 때.

하야시 아키코의 아기그림책에는 이런 아기들의 생활이 고스란히 담겨있다.

혼자 옷을 입느라 애쓰는 아기 모습을 보여주는 ‘손이 나왔네’. 꼼지락거리며 손, 머리, 발 얼굴들을 하나씩 내민다. 아기들은 신체 부위를 자연스럽게 알게된다.

주황색 그림판에서 생쥐, 토끼, 곰과 아기가 수프를 먹는다. 모두 다 흘리면서. 생쥐, 토끼, 곰은 아기가 ‘싹싹싹’닦아주고, 아기는 엄마가 ‘싹싹싹’ 닦아준다. ‘싹싹싹’에 재미붙인 아기들은 휴지 깨나 축낸다.

보름달이 주인공인 ‘달님 안녕’. 깜깜한 밤하늘이 환해지면서 노랗고 둥근 달님이 나온다. 구름아저씨가 지나가면서 달님을 가리고. ‘구름아저씨, 비켜주세요!’ 고양이들이 소리친다. 달님은 ‘미안’하며 지나가고. 환한 달님이 다시 나온다. 이때 엄마와 손 잡은 아기가 그림자로 등장한다. 뒷표지에는 ‘메롱’하는 달님 얼굴이 그려져 있다. 아기들은 금방 배워서 혀를 날름거리며 재미있어 한다.

쉽고 간결한 문장과 재미있는 의성어 의태어의 반복으로 아기들이 자연스레 말을 배울 수 있다. 둥근 네모 배경 안에 큰 그림들이 아기들의 시선을 붙잡는다. 연두, 주황, 청색, 노랑 같은 강렬하고 선명한 색을 써 형태가 눈에 확 들어온다.

아기들 세계가 담겨 있는 책. 그래서 아기들이 책을 들고 따라다닌다. “또 읽어 달라”고.


<탁정은·어린이도서연구회 그림책 모임 ⓒ좋은엄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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