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민문정 / 고양여성민우회 공동대표

김영선 국회의원 사무장
상대후보 지지선언 조사의뢰

어린 여학생들로부터 유모차를 앞세운 주부, 직장인까지 확대된 광우병 촛불문화제는, 특히 6월 10일 서울시청광장에 밝혀진 50여만 개의 촛불은 지켜보는 사람뿐 아니라 참여자들 스스로도 놀라게 했다. 이는 우리 국민의 민주주의 열망과 정치 참여의식이 얼마나 높은가를 확인케 하는 중요한 사건이었다.
지난 4 9 총선에서도 소중한 유권자들의 목소리가 있었다. 고양시의 한 선거구에서 아이들의 미래와 교육을 걱정하는 엄마 100인이 중요한 교육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사람이 국회의원이 돼야 한다며, 특정 후보가 적임자라는 지지선언을 한 것이다.
이들의 바람이 이루어지지는 않았으나 평범한 주부, 엄마들이 아름아름 뜻을 모아 특정후보를 지지선언을 한 것은 생활문제를 스스로 해결하려는 높은 정치의식의 발로로, 매우 의미 있는 일이었다.

그런데 이들의 소중한 정치참여행위를 부정하고 불손하게 다루려는 시도가 있었다. 지난 5월 15일, 이 지지선언에 대해 당선자인 김영선의원의 사무장이 선관위에 지지선언 참여자들이 자발적인 의사로 참여한 것인지 조사해 달라는 요청을 했다.
이유인즉, 지지선언에 이름이 있는 몇몇 사람들에게 확인을 해본 결과 “자신은 지지선언을 한 적이 없다” 고 했다는 것이다. 이에 선관위가 참여자들에게 전화조사를 진행했는데 어떤 이유로 조사를 하는지 충분히 설명하지 않은 채  ‘왜 지지했냐? 누가 권유했냐?’ 등을 꼬치꼬치 물으며 마치 죄인 다루듯 했다고 한다. 어떤 이는 선관위 조사라는 사실에 긴장하여 한동안 잠도 못 이룰 정도였다고 한다.

조사결과 전혀 문제가 없다는 결론이 나왔으나 김영선 의원의 사무장이나 선관위의 행위가 유권자의 적극적인 정치참여행위를 위축시키고 유권자에 재갈을 물리려는 의도가 있었던 것은 아닌지 의문을 제기하지 않을 수 없다.
선거가 끝난 지 한참 후에, 그것도 이미 선거에서 승리한 승자가 패자를 지지한 유권자의 정치행위에 대해 자발적이냐 아니냐를 가리자고 한 것은 지나쳐도 한참 지나쳤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특히 이 지지선언은 이름만 나열되어 있었는데 이를 확인해봤다는 주장도 터무니없을뿐더러 김영선 의원의 사무장이 유권자들의 자발성을 의심하면서 제출한 명단에는 동명이인 남성도 포함되어 있었다. 근본적으로 유권자들의 자발적인 정치참여행위를 부정하고 불손하게 보지 않는 한 이런 일은 있을 수 없으며, 이는 우리 사회의 민주주의와 정치 발전을 저해하는 매우 위험한 발상이 아닐 수 없다. 안타깝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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