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관 협의체 강화 필요 … 시민의 복지운동 참여 절실

▲ 민과 관이 소통하기 위해 조직된 지역사회복지협의체는 그 취지에 비해 활동이 미약하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사진 01. 지난해 말 실시된 고양시지역사회복지협의체 연석(대표, 실무협의체) 회의 장면.

고양시의 복지가 어떤지를 사회복지 사업 현장에 있는 사람들에게 물었다. 그들이 공통적으로 하는 말이 있었다. 바로 “하드웨어는 우수한 편이지만 아직 네트워크 구성이 약하다”는 것이었다. 그렇다면 과연 고양시는 어떤 부분에서 소통이 어렵고 네트워크를 만들기 어려운 것일까. 이번 호에서는 현재 고양이 안고있는 문제점을 진단해보고자 한다.


고양시의 2007년 중기재정계획을 보면 시민여론조사결과 투자 우선순위분야 1위로 사회·복지·여성분야를 35.7%의 응답자가 꼽았고 도로·교통분야는 9.0%로 6위였다. 하지만 실제 가용재원배분은 그렇지 못했다. 이는 고양시가 그만큼 시민의 마음을 읽지 못하고 있다는 뜻이기도 하며 또한 복지예산이 점차 늘어남에도 시민들이 그 늘어난 만큼 복지정책의 변화를 체감하지 못하는 까닭이다.
종합복지관을 비롯 다양한 복지시설을 건립하며 우수한 하드웨어를 갖추고도 이렇듯 시민들이 복지사업에 목말라 하는 이유는 과연 무엇일까. 전문가들은 그 이유를 ‘소통’의 문제로 보고 있다.


민·관 소통 '지역사회복지협의체'

현재 민·민의 소통기구나 민·관의 소통기구가 없는 것은 아니다. 국가에서 사회복지사업법에 의거 각 시·군별로 설치토록 한‘고양시사회복지협의회’(이하 협의회)와 ‘고양시지역사회복지협의체’(이하 협의체)가 2006년에 설치되어 있기 때문이다.
우선 협의회는 민간사회복지시설의 협의기구다. 주된 업무로는 ▲사회복지에 관한 조사 연구 및 정책건의 ▲사회복지에 관한 교육훈련 ▲사회복지에 관한 자료수집 및 간행물 발간 등이다.
반면 협의체는 민·관이 모두 참여하는 기구로 ▲지역사회복지계획의 수립 ▲시행, 평가에 관한 사항 ▲지역주민의 복지욕구조사 등의 업무를 담당토록 한다. 한마디로 고양시 복지의 밑그림 및 중장기 계획에 대해 조언과 자문을 하고 각 복지사업에 대해 심의 및 협의를 할 수 있는 조직이다.
보건복지가족부(당시 보건복지부)가 설치한 협의체와 행정안전부(당시 행자부)에서 설치토록 한 ‘관민파트너십’이 그 경계가 모호해 혼란을 겪기는 했지만, 이 두 조직은 현재 통합되는 추세다. 고양은 협의체를 중심으로 통합을 검토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때문에 향후 민·관 네트워크의 구심점에는 협의체가 있을 수밖에 없다.


국 체제 통해 협의체 권한 강화돼야

▲ 지역사회복지협의체 주관으로 실시된 ‘고양시 지역사회복지의 역량강화와 민간네트워크 활성화를 위한 고양시 사회복지 민·관 합동 워크샵’
그러나 현재 협의체는 그 역할을 제대로 하지 못하고 있다. 한 복지종사자는 “2년 전 수립했던 ‘고양시 사회복지계획’의 주체가 협의체인데 전혀 그 진척 확인이 되고 있지 않다”고 말했다.
협의체가 활성화되지 못하는 데는 여러 이유가 있다. 협의체의 민간대표인 정무성 교수는 “구성 초기에는 의지가 있었으나 새 정부가 들어서며 지역복지에 대한 방향이 서지 않은데다 행안부(당시 행자부)와 보건복지여성부(당시 복지부) 등 행정기관의 혼선으로 주춤하고 있는 상태”라고 전했다.
문제는 더 있다. 예산이 충분하지 않다는 것이다. 현재 협의체에는 1인 간사비, 워크샵 비용 등이 거의 전부다. 때문에 지역을 파악할 수 있는 굵직한 조사나 사업을 엄두내기 힘들다. 더구나 결정권이 없이 제안을 하는 형태에 머물고 있다. 이런 환경에서는 ‘국 체제’를 만들어 권한을 강화해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견해다. 실제 성남의 경우 협의체를 구성할 당시 국 체제를 확립해 민과 관의 소통을 돕고 있으며, 협의체도 활성화 돼 있다. 또 유일한 실무 책임자인 담당 간사가 1년 계약직이라는 것도 전문성과 지속성이라는 부분을 놓고 보면 문제점이 있다.
그러나 무엇보다 결코 빠질 수 없는 것은 협의체 구성원들의 의지다. 한 마디로 고양시 공무원은 얼마나 의지를 가지고 있는지, 민간 대표 및 위원들의 의지는 어떤지가 실제로 큰 영향을 미친다.


복지를 위한 시민운동·단체 필요

정무성 교수는 “고양은 문화, 환경 시민단체는 활발한 데 복지 시민단체가 없다”고 지적한다. 이는 관의 경제적 지원을 받는 복지시설의 종사자들의 힘만으로는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한 복지종사자는 “관의 지원을 받는다는 이유로 민과 관이 수평적 대등한 관계가 아닌 수직적 관계에 있다. 예산에 대한 견해, 정책에 대한 문제제기 역시 쉽지 않다”고 토로했다.
관의 정책은 지자체의 복지 방향에 지대한 영향을 미친다. 저출산 문제가 확대되자 고양시는 지역에 단 하나도 없던 시립어린이집을 지난 2-3년 간 몇 배로 설립하고 있는 것 등이 그 예일 것이다. 그러나 정책을 정함에 있어 현장의 소리, 주민과의 소통은 매우 중요하다.
고양시사회복지협의회 김기봉 회장도 “균형된 복지를 위해서는 예산을 결정할 때 시민의 의견과 복지종사자들의 견해가 반영되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정무성 교수도 “관의 직접지원을 받는 현 상황에서는 종속관계일 수 밖에 없기 때문에, 이러한 영향을 받지 않고, 관이 관료주의에 빠지지 않도록 견제하는 시민단체의 활성화가 꼭 필요하다”고 말했다.


바람직한 복지에 대한 제언

“민이 중심이 되는 복지재단 만들어야”
고양시지역사회복지협의체 정무성 공동대표

▲ /사진 한진수 부장
“앞으로 지자체의 역할은 사회복지서비스입니다. 그런데 그것을 관이 다 하려고 하면 관료적으로 흐를 위험이 큽니다. 이를 방지하기 위해 고양시가 출현한 복지재단을 제안합니다.”
정무성 교수가 말하는 복지재단은 그야말로 복지관련 전문가나 주민들의 참여가 활성화 된 재단을 말한다.
“복지재단이 제구실을 할 수 있다면 예산을 균형 있게 배분하고 위탁하고 평가하며 또 심사할 수 있다. 또한 관과 민간 복지종사자들의 종속적 관계도 이를 통해 어느 정도 끊을 수 있다”고 정 교수는 말한다. 관이 재원을 가지고 있고, 민이 조직을 운영하는 현실에서는 효율적인 운영도 어렵다는 것.
동경이 좋은 모델이라는 정 교수는 현재 서울, 부산, 경기 등 광역지방자치단체 중에서는 복지재단을 운영 중이며, 동작과 양천 등의 경우도 추진되고 있다고 전했다.
정 교수는 또 “민과 관의 소통이 중요하다”며 “새 정부가 지방복지에 대한 방향을 정하면 고양시도 더욱 구체적인 방향을 잡겠지만, 지금의 고양시 의지도 중요하다. 그리고 고양시가 의지를 갖도록 견제하고 시민과 복지종사자들을 대변할 단체 등의 구심점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근거리·소규모·통합된 시설 필요”
고양시사회복지협의회 김기봉 회장

김기봉 회장은 “이제 복지시설은 지역 내에, 그리고 적은 인원을 수용하는 시설로 가야 한다”고 말한다.
“예전에는 복지시설이 혐오시설도 아닌데 지역의 외곽으로 빠지기 일쑤였고, 또 규모도 수 백명 씩 수용했습니다. 그러나 이제는 지역 내에, 그리고 적은 정원을 수용하는 게 바람직합니다. 그것이 지역주민을 위한 복지이기 때문입니다. 또한 장애인·노인·임대주택 등 특정 그룹만을 대상으로 하는 복지시설이 아닌 이들이 사회와 소통하고 함께 어울릴 수 있도록 통합된 프로그램과 시설을 만들어 가는 것이 중요합니다.”
김 회장은 “바람직한 복지는 관이 일방적으로 주도하기보다는 민과 관이 함께 성장하고 만들어가야 한다”고 말했다. 관이 주도하다 보면 시장이 누구인지, 담당공무원이 누구인지에 따라 복지에 대한 정책이나 의지가 쉽게 변할 수 있다는 것. 때문에 균형 된 복지는 민이 적극적으로 활동할 수 있도록 관이 서포트해야 한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김 회장은 또 지역의 무형의 자원의 중요성을 강조하며 “시민들의 자원봉사, 후원금, 그리고 복지 참여는 시의 비중보다 더 클 수 있다. 이런 시민들의 자발적인 참여 유도를 위해 네트워크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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