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민보 전 녹색소비자연대 상임대표

▲ 심민보 전 녹색소비자연대 상임대표

고봉산에는 환경부장관상을 수상한 ‘산림계곡형 천연용출습지’가 있다.
‘산림계곡형 고봉산 천연용출습지’는 땅속의 지하수가 이탄층이라는 특수한 지층을 통과하여 지표에서 물이 나오는 곳으로 물이 맑아 도심 한 가운데임에도 불구하고 맑은 물에만 사는 가재가 살고 환경부지정 멸종위기종인 맹꽁이와 수를 헤아릴 수 없는 개구리의 울음소리를 들을 수 있는 곳이다. 또한 항상 일정한 수온과 유량이 방출되기 때문에 한겨울에도 새파란 해캄을 볼 수 있고 지금은 오리부부의 사랑으로 새끼오리 8마리가 알에서 부화하여 엄마오리를 따라 노닐고 있다. 이것은 풍부한 먹이와 안정적 유량과 물이 맑음을 반증하는 것이다.

그런데 고양시는 264억 원을 투입, 습지통과도로를 개설하여 공사 중인 습지생태공원의 일부를 메워 길을 내고 습지를 말라 붙이려 하고 있다. 고봉산 습지를 둘러싼 논쟁은 대한주택공사가 1999년 일산2지구 택지개발지구로 지정되면서 시작됐다. 지난 8년 동안 습지보존을 위한 시민들과 고양시, 그리고 주공의 싸움은 2006년 고양시가 이곳을 264억 원에 매입, 아파트단지 대신에 습지생태공원공사를 진행하면서 일단락 돼는 줄 알았다. 그런데 최근 없어진 아파트를 위해 계획됐던 아파트 진출입을 위한 도로공사가 강행하려하면서 또다시 시민들과 분쟁이 발생하고 있는 것이다.

고봉산 습지를 정밀조사 했던 서울시립대 조경학과 한봉호 교수가 고봉산 천연용출습지 통과도로에 대한 영향성 의견서에서 “유역권 생태계 단절현상을 초래되고 도로에서 발생한 오염원이 습지로 유입되어 수생생태에 영향을 줄 것이며, 야간의 자동차 불빛 및 가로등의 빛으로 인하여 생태계 교란이 예상된다”는 전문가로서 지적했음에도 불구하고 고양시와 주공은 이를 무시하고 강행방침이다.

지난 1월 28일 시민들의 주최로 고봉산습지통과도로 공개토론회가 열렸으나 고양시는 ‘도시정비과장전결’로 불참통보 했다. 또 지난 2월에는 고양시장직소민원을 신청하였으나 도시주택국장면담으로 대체됐다. 이 자리에서 습지부분의 일부도로부분을 차량이 안 다니는 길로 변경하는 것에 대한 기본자료가 첨부된 교통영향평가 후 재논의하기로 협의됐다. 그러나 고양시와 주공은 “교통영향평가 재평가대상이 아니다. 도로는 필요하다”며 도시주택국장과 약속됐던 공사중단을 지키지 않고 공사를 강행하고 있다.

토지의 용도가 아파트에서 보존습지와 공원으로 변경됐음에도 불구하고 아파트 진출입도로는 왜 변경이 안 되는지 도대체 알 수가 없다. 인위적으로 만들 수 없는 가재가 사는 천연용출 습지물량이 반으로 줄고 망가지면 고양시, 주공, 담당공무원 중 누가 책임질 것인지 명확히 해야 할 것이다.

고양시와 주공이 주장하는 습지통과도로 개설의 이유는 북동쪽 97세대의 출퇴근 및 초등학교 접근수요 및 정해지지 않은 공공시설용지의 접근수요를 담당하는 집산도로의 역할 상 도로가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반면 시민과 시민단체의 주장은 습지통과도로 개설반대 이유는 공공시설용지까지는 도로를 개설하고, 고봉산습지생태공원과 학교후문통과부분은 자동차가 안다니는 오솔길로 하자는 주장이다.

주공의 아파트 부지를 8년 간의 갈등과 반목 후 고봉산습지생태공원으로 보존하기로 합의했듯이 도로에 대한 이해의 차이가 있으나, 시민·전문가·고양시·주공이 뜻을 모아 좋은 합의안을 만들도록 서로의 의사를 존중하며 대화를 통하여 해결 할 수 있다고 본다. 때문에 고양시는 대화의 자리에 나와야 할 것이다. 오늘 이러한 논쟁이 개개인의 이익을 위한 것이고 대안없는 무조건반대라면 집단이기주의일 것이다. 그러나 우리의 모습이 10년 후 시민과 고봉산 습지에게 어떻게 평가받을지를 생각해 현명한 판단을 내렸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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