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나 한 번쯤 읽었을, 또는 영화로 보았을 ‘우리들의 일그러진 영웅’이야기를 먼저 해야겠다. 정확히 말하자면 소설 속 ‘엄석대’, 더 구체적으로 꼬집어 말하자면 ‘엄석대’를 둘러싼 현상에 대해 이야기를 하려는 것이다.
주먹으로 한 반을 장악한 엄석대. 그의 절대권력은 반 아이들로 하여금 반찬을 갖다 바치게 하고, 물 당번을 정해 물시중까지 들게 한다. 또 공부 잘하는 아이들이 대신 시험을 쳐주기도 하고 또 엄석대는 다른 아이의 물건을 거의 강제로 빼앗기도 한다. 소설은 이 모든 과정과 그 너머의 일을 서울에서 전학 온 1인칭 화자(話者) ‘한병태’의 눈으로 그려내고 있다.

이 소설은 우리 시대의 한 단면을 시골의 어느 5학년 학급을 빌어 묘사한 것으로 한 때 큰 파장을 불러온 작품이다.
결론 부분이나 민(民)에 대한 묘사에 있어 공감할 수 없는 부분이 있기는 했지만, 작품 속 엄석대는 내게 깊은 인상을 남겼다. 적어도 권력의 속성을 이해하는 데는 말이다. 권력은 ‘견제’기능을 잃었을 때 혹은 ‘조화’의 중요성을 망각했을 때, 누구나 ‘오만한 엄석대’가 될 수 있다는 사실을 나는 새삼 깨달았더랬다.
후반기 원구성을 놓고 시의회가 시끄러웠다. 또 지금도 한나라당 내부에서는 당론을 따르지 않은 의원들에 대한 징계가 거론되고 있다. 사실 그 과정을 지켜보는 내 마음이 편치는 않다. 첫째는 조화보다는 대립구도로 치달았던 원구성 과정 때문이고, 둘째는 소수였던 당내 이견에 대해 한나라당이 포용력을 보여주지 않기 때문이며 마지막으로 그 어디서도 시의회 전반기에 대한 평가가 없었다는 점 때문이다.

이는 다수당에 대한 소수당의 견제, 정치인에 대한 시민들의 견제가 약했다는 것을 뜻한다. 뒤집어 말하면 신통치 않은 견제 때문에 한나라당은 민주당이나 무소속 의원에 대한 파트너십이 부족했고, 전체 의원들은 전반기에 대한 냉정한 자기평가와 겸손함의 미덕을 놓쳤다. 이 부분에 있어 지역언론에서 일 하는 나 역시 책임을 느낀다.
어쨌든 전반기는 지나갔고 지난 7일 후반기 의회가 시작됐다. 앞으로 우리는 ‘의식적인 견제’가 필요한지 모른다. 고양시장을 비롯해, 국회의원 4명 전원, 거기에다 한나라당이 다수당인 시의회에서 의장단마저 대부분 한나라당이 차지한 현실에서는 더욱 그렇다. 행정에 대한 적당한 긴장감, 균형 있는 의회, 그리고 소수나 약자에 귀를 기울이는 풍토를 위해서 우리의 ‘의식적인 견제’는 사사로운 감정 때문이 아닌 최소한의‘기본장치’라는 것을 늘 기억해야 할 듯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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