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상수 / (사)행복한아침독서 이사장

즐거운 여름방학이다. 이렇게 방학 앞에 ‘즐거운’ 이란 형용사를 붙이는 게 흔쾌하지가 않다. 방학의 의미가 예전과 많이 달라졌기 때문이다. 방학 기간중 학교에서 진행되는 보충수업은 방학의 의미를 퇴색시킨 지 오래고, 보충수업이 아니더라도 이미 방학은 학교 가는 대신 학원 가는 시간이 되었다.
이런 현실에서 방학에는 시간이 많으니 그동안 못 읽었던 책들을 읽어보라고 얘기하기가 주저된다. 그래도 방학은 방학이니, 이번 방학이 우리 아이들에게 ‘책 읽는 방학’이 되면 좋겠다는 조심스런 바람을 가져본다.

필자는 초·중·고등학교의 아침자습시간에 다른 것 하지말고 책만 읽자는 ‘아침독서운동’을 벌이는 시민단체에서 일하고 있다. 아침독서운동은 아이들에게 책 읽는 습관을 길러주자는 취지로 진행하고 있는데, 몇 아이들이 보내준 글을 보고 아이들에게 습관이 참 중요하구나 하는 생각을 한 적이 있다. 학교에서 아침에 매일 독서시간을 갖다 보니 방학인데도 아침독서 하던 시간이 되니 뭔가 허전하더라는 것이다. 왜 그런가 생각해 보니 아침독서를 하지 않아서 그런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 스스로 ‘나만의 아침독서 시간’을 가졌다는 얘기를 자랑스럽게 들려준다. 이 얘기를 듣고 무릎을 탁 친 기억이 난다.
다소 게을러지기 쉬운 방학에 꼭 아침시간이 아니더라도 일정한 시간을 정해놓고 책을 읽는 것은 해볼만한 일이라고 생각한다. 공부와 관련된 책말고, 자기가 정말 읽고 싶은 책인데 시간이 없어 읽지 못한 책을 읽기로 하자. 아마 방학 때 스스로 책 읽는 모습을 보고 부모님이 기특하게 여겨 용돈도 더 주시지 않을까?

시간이 허락한다면 대하역사소설에 도전해 보는 것도 좋을 듯 싶다. 얼마 전 돌아가신 박경리 선생님의 ‘토지’도 좋고, ‘태백산맥’ ‘장길산’ ‘혼불’ ‘삼국지’도 좋을 것이다. 이런 책들은 방학이 아니면 읽어볼 엄두를 내기가 힘든 책들이다. 이 중에 한 시리즈라도 이번 방학에 독파했다면 개학 때 뿌듯한 마음이 들 것이다. 친구들에게 자랑할만한 일이다.
그리고 방학 때는 친구들과 함께 정기적으로 근처에 있는 도서관이나 서점에 들러보길 권하고 싶다. 물론 도서관에 갈 때는 공부할 참고서는 가져가지 않기로 하자. 아마도 읽고 싶은 마음이 절로 드는 책들이 많이 눈에 띌 것이다. 도서관에서 빌려 보는 것도 좋은 일이고, 그 중에서 정말 마음에 드는 책 몇 권은 구입해서 내 책을 만들도록 하자. 내가 갖고 싶은 책, 내가 사랑하는 책 목록을 이번 방학에 몇 권이라도 추가하면 좋겠다.

방학이 시작되면 ‘나만의 독서노트’를 만들어 이번 여름방학에 어떤 책을 얼마나 읽었는지 적어보는 것도 좋겠다. 독서노트에는 책을 읽은 후에 읽은 날짜와 책의 서지사항(제목, 지은이, 출판사 등)을 적고, 간단한 소감이나 책에서 마음에 드는 구절을 적는 것이다. 귀찮더라도 꾸준히 적어보면 방학이 끝났을 때 이번 방학에 자신의 독서기록을 보고 뿌듯한 마음이 들 것이다. 물론 이러한 독서기록은 방학이 끝난 후에도 이어지도록 하자.
예전과는 분명 방학의 의미가 많이 달라졌지만, 그래도 방학 때는 의지만 있다면 독서할 수 있는 시간을 만들기가 수월하므로 다른 하고 싶은 것도 하고 책도 읽는 방학을 보내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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