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병우 기자

미국산 쇠고기 수입에 따른 여파는 급기야 동네 분식점까지 이르고 말았다.
동네 분식점에서부터 대형 마트까지 음식에 들어가는 모든 쇠고기에 대한 원산지 표시가 의무화된 것이다.‘분식점 김밥 속에 들어간 쇠고기가 혹시 미국산이 아닐까’하는 의심을 분식점 주인은 본의 아니게 받을 수 있는 지경까지 이른 것이다. 기자가 얼마 전에 다녀온 아이 돌잔치 뷔페에 나온 육회에도 원산지 표시를 하지 않았던데, 이렇게 되면 아이 돌찬치까지 단속 공무원들이 들이닥쳐야 한다는 말인가.

만약 원산지 표시를 하지 않으면 정부는 해당 음식점에 과태료를 부여하겠다고 한다. 원산지 및 식육종류를 허위로 표시한 자는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000만원 이하의 과태료, 원산지를 아예 표시하지 않은 자는 1000만원 이하의 과태료를 부과한단다.

그런데 이 쇠고기 원산지 표시 의무화는 애초에 촛불시위의 봉합책 성격이 강하다는 지적이 있다. 아무런 대국민 홍보없이 정부가 워낙 급하게 내놓은 시책이기 때문에 현실성이 부족하다는 지적도 일고 있다.
대미 협상력 부족을 드러내면서 국민들에게 쇠고기에 대한 불안감을 증폭시켜놓은 것은 바로 정부다. 그런데 정부는 식당주인에게 원산지 표시를 강요함으로써 미국산 쇠고기에 대한 불안에 대한 책임을 식당주인과 나눠 가지는 꼴이다.

물론 원산지 표시를 알면서도 속이거나 표시하지 않는 식당주인도 문제지만, 그 이전에 지불하지 않아도 되는 사회적 비용을 발생시킨 정부에게 먼저 책임이 있다.
앞으로 쇠고기 원산지 표시 유무를 단속할 공무원들도 애처롭게 됐다. 전국적으로 단속대상이 된 음식점은 60여만 개인데 단속 공무원들은 수백 명 수준이기 때문이다. 이들 공무원들이 무슨 수로 그 많은 음식점들을 일일이 모두 단속한다는 말인가.

이에 대해 정부는 모든 음식점을 단속할 수 없으니까 지역별, 규모별, 업태별로 대표성 있게 무작위로 추출한 업소를 조사함으로써 중복단속을 방지한다고 한다. 만약 이런 방식의 단속을 한다면 단속을 운 좋게 피해간 음식점들에 대해 소비자들은 완전히 신뢰할 수 있다는 말인가.
식당 주인은 또 어떤가. 가뜩이나 장사가 잘 되지 않은 판에 한우를 음식에 사용하지 않으면 마치 국민건강을 헤치는 파렴치한으로 몰리게 됐다.

요컨대 부득이하게 쇠고기 원산지 표시를 못한 음식점을 일벌백계 하는 것이 능사임을 강조함으로써 정부는 이 책임을 면피할 수 없다는 것이다. 정부의 잘못된 의사결정 하나로 치르게 되는 사회적 비용은 실로 엄청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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