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규영/고양시 시의원

향동 택지개발사업 환경영향평가서 주민설명회, 고양덕은 도시개발구역지정 관련 공청회, 서울차량기지 정비창 건설사업 교통영향평가 관련 공청회, 경량전철 건설계획 주민공청회 등 총 4건. 이는 2008년 7개월 동안 고양시에서 개최하고자 했던 공청회 또는 주민설명회가 무산된 경우이다.
공청회 또는 주민설명회(이하 공청회)는 중앙, 지방정부에서 각종 정책을 결정함에 있어 공개적으로 토론하도록 마련된 장이다. 현행 법 제도하에서 주민과 소통할 수 있는 기회를 규정하고 있는 유일한 공식행사이기도 하다. 최근에는 공청회 이외에도 설문조사, 오픈하우스 운영, 인터넷홍보 등을 통해 주민과 소통하고자 하고 있다. 그럼 고양시민들은 왜 공식행사를 거부하는 극단적인 방법을 선택했을까? 집행부에서 파악하고 있는 4건 공청회의 무산이유는 사업목적과 관계없는 주장을 요구하거나, 사업자체를 반대하거나, 개최시기가 부적절하다든지, 찬 반 주민의견 대립으로 인한 안전상 문제 등이다.

필자가 보기에 공청회가 무산된 이유는 크게 3가지이다. 첫째 이해당사자의 재산권 보호행위, 둘째, 정책결정자에 대한 불신, 셋째 공청회 제도가 가지는 공공참여 기회 제한에 대한 인식 등이다. 먼저 이해당사자의 재산권 보호행위는 자본주의 사회에서 본능적인 방어활동으로 당연히 존중받아야 한다. 사회적 편익과 개인적 이익이 동일한 방향일 수 없기에 모든 정책에서 항상 발생하는 문제로 이는 설득과 이해, 그리고 적절한 보상을 통해 해결해 나가야 한다. 두 번째 정책결정자에 대한 불신은 최근 참여정부의 해양수산부장관 구속까지 우리 사회가 오랫동안 가져왔던 권력형 비리들을 토대로 정책결정자의 사익이 공공사업을 결정한다고 믿는 것이다.

공공정책을 결정하면서 절대 발생해서는 안되는 사안이며, 최근에는 관련 제도 정비가 많이 이루어져 사업시행 과정이 투명하게 공개되어 상당부분 해소되고 있으나 주민들의 지속적인 관심과 감시가 필요한 부분이다. 마지막으로 공청회 제도가 가지는 공공참여 기회제한에 대한 인식은 주민들 대부분이 공청회가 법규에 정해진 형식적인 절차로 운용되고 있어 이해당사자의 충분한 의견수렴과 실질적인 참여가 부족하다고 인식하는 것이다.

이러한 공청회에 대한 불신을 해소하기 위해서는 집행부에서 전향적 공공참여(PI)기법들을 도입할 필요가 있다. 아무리 시민전체를 위한 공공사업이라고 하더라도 집행부가 일방적으로 사업을 시행할 경우 이해당사자, 시민단체 등의 민원으로 사업이 지연되고 이는 곧 사회적 비용으로 전가되게 된다. 따라서 선진국에서는 사업구상 단계에서부터 공공참여(PI; Public Involvement)의 다양한 기법들을 도입하고 있고, 우리나라에서도 각종 PI기법의 적용성과 법 제도화 방안에 대한 연구가 진행 중이다. 이의 일환으로 중앙정부에서는 공공기관의 갈등 예방과 해결에 관한 규정을 2005년 제정하여 갈등예방과 해결에 관한 역할, 책무, 절차 등을 규정하고 있다.

고양시는 택지개발사업, 뉴타운사업, 주거환경개선사업, 경전철 사업 등 시정부-주민, 시정부-시민단체, 주민-주민간 갈등요소를 내재하고 있는 대형사업들이 계속 추진될 예정이다. 이런 사업들이 공익을 위해 추진된다고는 하지만 각종 갈등요인들로 인해 사업이 지연된다면 그 손해는 고스란히 고양시민의 부담으로 전가되는 것이다. 따라서 집행부는 사업계획 수립 후 형식적인 공청회와 인터넷 홍보 정도로 주민의견수렴의 책무를 다했다 하지말고 사업구상단계에서부터 주민을 참여시키는 다양한 공공참여(PI) 기법의 도입을 검토해야 한다. 이것이 시와 시민 모두 함께 상생할 수 있는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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