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우규/선공감 김감역 호상 상여소리 보존회장

상례(喪禮)란 자연인의 사망에서부터 치장(治葬 : 매장, 화장 등) 의식을 거쳐 상주들이 상기(喪期)를 마치고 기제(忌祭)를 지내기 전까지의 절차와 의례를 말한다.
출생에 비해 죽음의 의례가 더욱 높은 비중을 차지하는 우리나라의 장례 의식은 매우 독특하다. 그만큼 죽음의 의미를 심각하게 받아들이기 때문이다. 상례는 산 자와 죽은 자의 관계뿐만 아니라 산 자와 산 자의 관계에서도 형성되는 것이다.
상례는 곧 효와 직결되는 연결매체라고 할 수 있는데 우리사회에서는 부모님 생전 효의 척도에 따라 효자·효부·효열부 또는 불효자라는 지칭을 사용해왔다.

이는 곧 백행지근본(百行之根本)이 효(孝)라는 엄격한 유교사상의 근본이며, 인간의 도리로써 우리가 지켜야할 삶의 한 부분인 것이다. 그러나 간혹 언론 매체를 통하여 자신의 못 다한 효도를 애석하게 생각하며 시묘살이를 하는 지인들을 보면, 이제는 특별한 사람으로 보게 되는 세월이 그저 안타깝기만 할 뿐이다.
상(喪)을 당한 자손들의 처지를 표현하는 복식문화와 슬픔을 표현한 곡소리, 마지막 가시는 길의 상여행렬 등은 불효의 애틋함을 나타낸 조상들에 대한 정성이요 효심인 것이다. 그러나 사회의 변화 속에 고유의 장례문화를 접할 수 있는 기회가 극히 드문 요즈음, 전통상례 속에 담긴 조상들의 효 정신을 일깨워 주고 예(禮)와 도덕(道德)을 교육하는데 있어 이제는 기관적 차원에서의 전승, 보존 활성화의 시급함을 말하지 않을 수 없다.

고양시 집성촌인 대화리의 김녕김씨 문중에서는 특별한 장례문화가 전승되어 오고 있다. 바로 ‘선공감 김감역 호상 상여소리’이다. 조선시대 선공감(繕工監)과 중추원(中樞院) 의관직(議官職)을 역임하셨던 김성권 선대조의 상례를 재현한 지역 전통문화이다.
그 분(김감역)의 며느리이신 김재운 할머니(97)는 당시 장례절차는 물론, 만장기의 행렬이 오리(五里)를 이루었고 장삿날 조문객 접대 양식이 무려 12가마의 쌀이 소요되었다고 생생히 기억하신다.
이러한 증언을 토대로 전승되어온 ‘선공감 김감역 호상상여소리’는 얼마 전 국립국악원 예악당 무대에 올려져 우수작으로 평가를 받게 되었으며, KBS 국악한마당에 방영되어 지역문화의 위상에 큰 일조를 한 적이 있다. 이제는 실질적인 장례가 아닌 무대 작품으로써 현대사회에 접근하여 장년층에는 향수를 청소년들에게는 교육의 장으로 승화 시켜 나가는 작업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전통문화 속에 담겨진 조상의 얼과 정신 이 소중하게 느껴지는 시기이다.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침이 없는 효의 교육이 이제는 문화를 통하여 시, 청각 적인 예술로 대중에게 다가서는 접근과 그것을 이해시키고 생각할 수 있는 시간을 줄 수 있다면, 메마른 현대사회 정서를 정화시키는 도구가 될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소중한 문화유산의 전승, 보존이 필요하며 지속적인 관심과 격려가 요구되는 시기라고 생각한다. 부디, 지역 전통 문화의 선도적인 역할을 통하여 우리 후손들이 바르게 행하여야할 효(孝)문화의 좋은 본보기가 되었으면 하는 바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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