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용환 / 고양시청 육상부 감독

요즘 베이징올림픽의 열기로 나라 전체가 시끌벅적하다. 아니, 전 세계가 그렇다해도 과언이 아니다. 대한민국 선수단의 선전으로 연일 승전보를 보고 듣고 있지만, 필자의 마음 한구석엔 왠지 모를 허전함과 부러움이 함께 자리잡고 있는 것을 느낄 수 있다. 대한민국 국민으로써 함께 기뻐하고 즐거워해야 마땅하지만 그러지 못하는 내 자신이 한심하기도 하지만 비인기종목의 감독으로써 어쩔 수 없는가 보다. 필자는 우리나라 비인기종목의 ‘대표’인 육상인이다.

지난 6월 인터넷상에선 네티즌을 대상으로 인터넷투표를 실시한 적이 있었다. 박지성 선수와 이승엽 선수의 올림픽출전에 대한 국민의 여론을 수렴코자 실시했던 것으로 기억한다. 두 선수 모두 고액연봉자이기도하고 인기종목의 대표선수이기도 하다. 두 선수는 본인의 의사결정에 따라 올림픽출전을 할 수도 있는 상황이었다 물론 구단의 동의가 필요는 했지만 본인의 의사가 크게 반영된 것으로 알고 있다(먼저 밝히지만 본인도 이승엽 선수와 박지성 선수의 팬임을 밝히는 바이며 타 종목에 대한 어떠한 감정도 없다.) 이 때 밀려오는 상대적인 박탈감과 허탈감…. 무임승차와 같은 올림픽출전.

필자는 이 번 올림픽참가를 위해 소속팀 선수와 의기투합하고 심혈을 기울여 철저하게 올림픽 출전을 목표로 열심히 훈련을 했었다. 실제 4년 전 아테네올림픽에서 이재훈 선수(고양시청)가 육상800m 종목에 출전을 했었다 출전선수 80명중 26위. 어느 누구도 알아주지 않았지만 우리는 빛을 보았다 0.21초만 단축했더라면 24위로 우리나라 육상트랙종목역사상 처음으로 예선통과와 준결승진출도 할 수 있었으며 우리만의 ‘우생순’을 연출 할 수도 있는 상황이었다. 하지만 거기까지였다. 준결승진출도 없었으며 우리만의 ‘우생순’도 없었다. 본인과 이재훈 선수는 너무나도 안타깝고 아쉬웠다.
4년을 기다려온 베이징올림픽. 우리는 올림픽기준기록을 통과하지 못해 출전을 하지 못했다. 참고로 육상은 올림픽에 출전을 하기 위해선 국제육상연맹이 제정한 기준기록을 통과해야 올림픽에 출전할 수 있다 하지만 그 기준기록이란 벽이 한국신기록 보다도 높은 것이 현실이다. 그러다 보니 한국신기록을 수립했다 하더라도 올림픽기준을 통과하지 못하면 올림픽 출전을 할 수 없는 것이다. 우리는 이번 베이징올림픽 출전을 위해 캐나다와 일본을 오가며 경기를 했지만 결과적으로 출전을 못했다.

흔히들 양궁과 유도, 레슬링, 배드민턴, 탁구 등을 올림픽 효자종목이라고 하고, 축구와 야구 농구, 배구를 인기종목이라고 한다 그렇다면 육상은 불효종목이란 말인가? 언제 한 번 시원하게 지원을 해준 적이라도 있단 말인가? 항상 올림픽과 아시안게임이 끝나면 메스컴에서 이례적으로 하는 얘기는 기초종목육성을 해야 한다고 말을 한다. 그러나 탁상공론에 지나지 않을 뿐 정부차원의 지원자체는 거의 미미하다고 생각되며 정작 현장에서 일하는 우리는 체감육성지원을 거의 느끼지 못하고 있다.

필자의 주변사람들은 가끔 그런 말을 하곤 한다. 그 많은 운동 중에 왜 하필 육상을 했냐고. 물론 많은 섭섭함과 서러움을 받았고 때론 많은 안타까움을 느낀 게 사실이다. 하지만 어느 누가 해야 할 일이라면 본인이 감사한 마음으로 할 것이다. 이제는 육상에 대한 애착이 극에 달하고 있으며 오기도 생겨 여기서 포기하면 미쳐버릴 것 같은 생각이 든다. 현재 본인은 올림픽이 아닌 전국체전을 준비하고 있지만, 언젠가 분명 올림픽에서 좋은 결실 맺으리라 굳게 다짐한다.
끝으로 올림픽에 출전한 대한민국선수단에게 그동안의 노고에 감사의 말을 전하며 메달을 못 따더라도 당당했으면 하는 바램이다. 그네들은 죄인이 아닌 대한민국의 영웅이므로…. 스포츠는 메달로 결과를 보지만 그 훈련과정은 멋 훗날 또 다른 올림픽을 준비하는 후배에게도 전해지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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