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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름한 바닥에서 구워먹는 귀한 고기맛본일산 가는 길에 숯불갈매기살
'고양시에서 제일 맛있는 집이 어디냐?'

직업이 직업이다 보니 종종 이런 질문을 받곤 한다. 대답은 '나도 모른다'이다. 세상엔 수없이 많은 먹을거리가 있고 사람마다 입맛이 틀리며 요리방법도 헤아리기 힘들 텐데, 그리고 일산만 하더라도 얼마나 많은 식당이 있는데 그중 제일 맛있는 집을 신(神)이 아니고서야 어찌 알겠는가. 여기까지 설명하면 대부분 질문의 수위가 낮아진다.
'아니, 그러니까... 갈만한 고깃집이 어디냐 이거지...' 이 정도의 질문이라면 대답이 한결 수월하다. 나는 '숯불갈매기살'(975-6378)을 추천하곤 한다.

이집은 월마트 지하차도 바로 위, 구일산으로 통하는 길 위에 있는 조그마한 집이다. 엉성한 알루미늄 미닫이문을 열고 들어서면 시멘트 바닥의 주방. 그곳에 신발을 벗고 어두침침한 방에 오르면 달랑 네 개의 테이블이 있다. 신도시에 수없이 많은, 깨끗하고 세련된 분위기와서비스를 자랑하는 식당들과 사뭇 다르다. 바닥도 방석도 벽지도 지저분해서 덥석 앉기가 주저될 정도. 그런데 맛이 있다. 이제껏 먹어본 고기 중에서 최고라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

갈매기살은 조나단 리빙스턴의 살이 아니라 돼지고기이다. 갈빗대 밑 좌우에 하나씩 붙어 있는 근육의 이름. 배와 가슴을 가로막아 '간막이살'이라 불리던 것이 '갈매기살'로 바뀌었다고. 색깔이 소고기처럼 검붉고 순수한 근육이므로 지방이 없어 쫄깃하고 고소하지만 성돈 한 마리를 잡아봤자 300g 남짓 나온다. 그 만큼 귀하다는 얘기.

그래서일까. 대부분의 고깃집에서 갈매기살을 시키면 잘게 잘라진 고기가 나온다. 그런데 이집에서는 동그랗고 기다란 한 쌍의 갈매기살을 간장과 마늘, 생강, 파 등으로 살짝 양념하여 통째로 내온다. 돼지 한 마리 분의 갈매기살을 통째로 주는 것이다.

이 고기를 번개탄 불(간판에는 '숯불'이지만 사실은 '번개탄 불'이다)에 구워 기름장에 찍어먹는다. 맛의 비결은 아무래도 고기 자체의 품질일 터.

이토록 좋은 품질의 고기를 공급받는 비결은 무엇인지 아줌마께 살짝 물었다. 대답 대신 바깥양반의 직업을 설명해 준다. 그분은 인근 200여 정육점에서 소나 돼지를 잡아 연락이 오면 달려가 삯을 받고 뼈와 살을 발라주는 일을 하신다는 것. 그러니 좋은 품질의 고기를 공급받을 수 있을 것이다.

이집은 굳이 귀 기울이지 않아도 옆자리 손님의 얘기가 다 들린다. 내가 하는 대화도 상대에게 모두 들릴 것이다. 테이블을 오가며 고기를 썰어주는 주인 아주머니가 매개되어 자연스럽게 서로의 화제에 끼어 들고 서로 모르는 사이일지라도 함께 웃고 떠들며 부담 없이 술잔을 주고받는 독특한 분위기가 되곤 한다. 가끔 마실 온 이웃집 아주머니나 옆 공사장 인부 아저씨 등과 스스럼없이 합석하게 되기도.

나는 그것이 꼭 취한 탓만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아파트 방화철문에 갇혀 사는 우리들 가슴 속에 꿈틀대는 향수, 그리움 이런 것 때문은 아닐까? 사실 얼마 전까지만 하더라도 우리들 대부분이 이웃집의 사정을 빤히 알 수 밖에 없는 그런 동네에서 이웃과 더불어 무슨 일인가를 도모하기도 하고 웃기도 하며 때로는 다투면서 그렇게 살지 않았던가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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