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조 “조합설립 열흘만에 위장폐업”경영진 “누적적자 심각해 폐원 불가피”

▲ 세일자동차학원 노조원들이 학원 정상화 등을 주장하며 집회를 갖고 있다.

세일자동차학원 사태가 지난 달 29일로 100일을 맞으며 좀처럼 갈등 해결의 기미가 보이지 않고 있다.

지난 달 30일 세일자동차학원 노조 조합원들은 고양시 최대 교회인 ‘ㅂ’ 교회 앞에서 집회를 가졌다. 학원의 사업주로 등록된 ‘ㅈ’씨가 다니는 교회이기 때문이다. 이들은 또 지난 달 29일에는 풍동의 ‘o’학원 앞에서 집회를 가졌다. 이 학원은 한 때 세일 학원 경영에 참여했고 학원의 사업주 ‘ㅈ’씨의 부인이 이사장으로 있는 학원인 것이다. 세일자동차 노조는 이와 같은 집회를 통해 “노조가 결성돼 있는데 노조와 합의 없는 일방적 폐업을 이해할 수 없다. 사업주는 노조와의 대화에 임하고 학원을 정상화하라”고 주장했다.

13년 동안 풍동에서 운전을 교육해 온 세일자동차전문학원은 고양 지역 최대 자동차운전전문 학원의 하나로 꼽힌다. 이 학원의 노동자들은 5월 2일 노조를 설립하고 5월 10일에 사측에 이 사실을 알렸다. 그러나 이로부터 5일 뒤인 5월 15일에 회사에는 모든 업무를 정리하겠다는 공고문이 붙고 수강생들을 인근 학원으로 안내하고 신규 회원도 받지 않았다. 결국 학원은 6월 4일자로 폐원되고 말았다.

서정범 전국자동차운전학원노동조합 세일자동차운전전문학원지부장은 “노조 설립 통보 몇 일 만에 일방적으로 학원을 폐원하는 것을 상식적으로 이해할 수 없다. 결국 노조 설립에 대한 불만으로 학원에서 일하고 있는 수 십 명의 생계를 외면하는 것이다”라며 반발했다.

노조측은 위장 폐업이라는 의혹을 감출 수 없다며 노조 설립이 회사에 알려지기 전에는 직원 야유회, 학원 내 체점 장비 등 신규 시설이 보강됐다며 이는 명백히 사업을 지속적으로 유지할 의지라고 밖에 볼 수 없다는 입장이다. 노조는 경영진 측을 위장폐업과 부당노동행위 등으로 노동부에 신고한 상태다.

현재 노조는 5월 22일부터 폐원된 학원에 출근하며 학원 정상화를 위한 투쟁에 임하고 있고, 6월 2일부터는 철야농성에 돌입한 상태다. 노조원들은 전기 마저 끊어진 학원 내에서 숙식을 해결하며 하루하루 버티고 있다.

이 같은 사태가 3개월 간 이어지자 노조원들은 가정 불화를 겪지 않은 조합원이 없는 지경이다. 몇 달간 수입이 끊기자 생계 유지와 자녀 교육비에 차질이 생긴 것이다. 조합원인 A씨는 “아들 녀석이 공부를 곧잘 했다. 적은 봉급이지만 자식이 공부를 좋아하는 것이 기특해 쪼개서 학원을 몇 군대 보냈었다. 그러나 내 입으로 학원을 줄이라고 말을 할 때 아버지로서 너무 미안했다”라며 고개를 떨궜다.

그러나 경영진은 노조의 설립과는 상관없이 학원의 경영 적자가 심각해 폐원을 한 것뿐이라고 해명하고 있다. 사측의 한 관계자는 “3~4년 간 누적적자가 8억에 달한다. 유가가 인상되고 정책적으로도 운전전문 학원을 경영하기 어려운 상황들이 발생하면서 적자를 개선할 방안이 없었다. 현재 법률적인 문제는 다 정리했다고 생각한다. 근로기준법상의 정산 등을 모두 완료했다. 수 차례 노조와 대화를 했으나 좀처럼 의견을 좁히기 어려웠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또 학원의 신규 시설 도입에 대해서는 “경찰을 대행해 면허 시험을 보는 운전전문학원이다보니 한 순간이라도 사고가 없도록 학원을 운영해야 한다. 내일 당장 폐업을 하더라도 사고가 없도록 기계가 낙후되면 교체하는 것은 당연하다. 그런 차원에서 추진한 것일 뿐이다”라고 설명했다.

저작권자 © 고양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