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욱 /2008람사르총회를 위한 한국NGO네트워크 공동집행위원장

생명 품어 길러내는 어머니의 품

1971년 2월 2일에 세계에서 가장 큰 호수인 카스피해(염도가 높아 호수라 하지 않는다)의 전통이 살아있는 작은 도시인 이란의 람사르(Ramsar)에서 역사적인 일이 벌어졌다. 18개국의 국가대표들이 모여서 인간이 아니라 자연 특히 국가의 경계를 넘나드는 물새들의 서식처를 보전하기 위한 협약을 맺은 것이다. 지구상에서 처음으로 인간이외의 종을 보호하고자 하는 협약이었다. 우리는 이 협약을 ‘람사르협약’이라고 부른다.
람사르협약은 처음에 유럽과 아프리카를 오가며 주요 습지를 경유하는 오리류들이 유럽의 습초지가 매립되거나 침식되어 사라지면서 개체수가 줄어들게 되자 이를 개선하기 위해 모였던 것이 시발점이었다. 이후 세계적으로 중요한 습지의 상실과 침식을 막고, 이를 현명하게 이용하기 위한 국제적인 관심이 확대되어 158개국(2008년 8월 기준)이 가입되어 있고 계속 증가추세이다. UN에 가입되어 있는 국가 수가 192개국이므로 조만간 대부분의 UN 국가들이 가입할 것으로 여겨진다. 왜 이렇게 많은 국가들이 습지보호에 관심을 보이고 있는 것일까.

이 해답은 습지가 우리에게 주는 이익(이를 생태계 서비스(ecosystem service)라고 한다.)에 대해 많은 사람들이 공감해 가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국가 간에 필연적으로 협력할 수 밖에 없는 것이 이동하는 동물들(철새, 회유성 어류, 이동성 포유류 등등)의 보호이며, 이들 생물종들의 가치에 대한 인식이 새롭게 정립되면서 많은 국가들이 동참하고 있다. 습지가 우리들에게 주는 생태계 서비스는 어떤 것이 있을까.
습지는 중간기착지를 거쳐 번식지에서 월동지까지 이동하는 동물들의 서식지로서 매우 중요하다. 이것은 공간적인 의미보다는 먹이사슬에 의한 생태계 부양기능을 말하는 것으로 습지가 이들 생명들을 품어서 길러내는 어머니의 품으로 비유되곤 한다. 못난 자식이든 잘난 자식이든 따듯하게 품어 주는 어머니처럼 습지는 온갖 생물들의 보금자리이므로 생물다양성은 지구상의 어느 곳보다도 높다. 그런데 왜 이런 습지가 파괴되고 있는 걸까.

우리나라에서 습지의 가장 큰 훼손원인은 공장이나 주택을 짓기 위해 연안을 매립하거나 인공수로나 하천개발, 그리고 교각건설이나 도로건설 등이다. 전 세계적으로는 간척과 매립은 물론 습지를 경작지로 바꾸는 형질변환, 과도한 수자원이용이 위협이 되기도 한다. 이로 인해 사라져간 습지가 미국 54%, 뉴질랜드 90%, 필리핀의 맹그로브 68%로 이며 우리나라는 연안습지 50% 이상이 소실되었고 현재 진행형이며, 하천습지의 경우도 현 정부의 대운하계획과 하천정비계획에 따라 크게 감소할 것으로 파악된다. 고양시에 살아가는 우리에게 람사르협약은 무슨 의미가 있을까?

고양시는 국제적으로 중요한 습지인 한강하구 장항습지를 가지고 있다. 일산신도시는 원래 한강하구의 모래톱과 저습지에 세워진 도시, 즉 습지의 도시라고 생각하면 될 것이다. 비록 개발에 의해 한강변에는 얼마 안 되는 습지가 남아 있지만, 그러나 수만 마리의 물새들이 찾아오고 버드나무숲과 게들, 고라니들이 살아 숨쉬고 있는 야생의 습지가 있다. 바로 장항습지이다. 람사르협약에 의하면 이러한 습지는 ‘람사르습지’로 등록해서 보호하고 현명하게 이용하라고 권고하고 있다. 다시 말해 야생동식물과 인간이 함께 오래오래 잘 사는 방법을 강구하라는 뜻이다. 어찌하면 좋을까. 고양사람들과 이들 습지동식물이 함께 살아갈 수 있는 방법 중에 람사르습지로 등록하는 방법이 있다. 이는 세계자연문화유산처럼 지역에 국제적인 명소를 하나 갖는 일이며 등록과 더불어 국제적으로 홍보가 되는 효과가 있다. 올 10월에 창원에서 열리는 람사르총회에 고양시의 존재가치를 156개국에게 알릴 수 있는 좋은 기회를 놓치지 않게 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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