짧고 편안한 산행 ‘일요산사랑회’

문인, 화가, 방송인, 영화배우, 의사, 자영업자, 사업가. 13일 오후 1시 장항동 청원레이크빌 주차장으로 모여든 사람들의 직업이다. 거주지도 고양, 포천, 서울 등 제 각각이다. 이들을 한곳에 불러모은 것은 다름 아닌 북한산.

평소 자주 만나 친목을 다지던 서양화가 이영희씨, KBS 황제연 PD, 탤런트 김승현씨, 영화배우 조태봉씨는 2000년 7월부터 북한산 등산을 시작했다. 처음 계획부터가 ‘무리하지 말자’였다. 힘들고 긴 코스를 선택하기보다는 그저 마음 편안하게 오를 수 있는 코스를 선택해 등산을 시작했다. 그런 것이 벌써 햇수로 3년째. 회원 30여명이 됐다.

“남들이 보면 우릴 게으른 사람들이라 할거예요. 무슨 사람들이 오후에 모여 산에 오른다고 호들갑을 떠냐고 하겠지요. 하지만 그것이 우리 산모임의 가장 큰 장점인걸요”라며 서양화가 김인순씨는 모임의 특성을 설명한다.

그녀의 설명처럼 ‘일요산사랑회(총무 이창현·경영컨설턴트)’는 부담 없는 등산모임이다. 특별한 강제조항도 없다. 산에 오르고 싶은 마음만 있으면 일요일 오후 1시(여름철은 오후 2시) 회비 1만원 들고 장항동 청원레이크빌 주차장으로 모이면 된다. 회원이 되는 조건도 없다. 모임에 나와 이곳 사람들과 사귀고 싶은 사람이면 누구나 환영한단다.

황제연 PD는 “산에 오르면서 뭐 욕심 낼 것이 있나. 그냥 마음 비우고 일주일 정리하는 시간이면 족하다. 비록 서너 시간의 짧은 산행이지만 그 짧음이 오히려 편안하다. 그곳에 북한산이 있으니까 누구든 부담 갖지 않고 오를 수 있으면 좋고, 또 주변에 함께 한 사람들이 좋다면 그것으로 만족스럽지 않느냐”고 자신의 북한산 사랑 속내를 내보인다.

처음 모임에 참석하는 사람도 전혀 낯설지 않다는 것이 ‘일요산사랑회’의 또 다른 자랑이다. 등산을 마치고 나면 간단하게 저녁식사를 하고 헤어진다. 마음에 맞는 사람 있으면 따로 시간을 내 만나면 되고. 회원간 적극적인 교류를 위해 인터넷 커뮤니티(www.freechal.com/mysansarang)도 만들었다.

일요산사랑회의 북한산사랑. 고양시에서 제일 높은 산을 오르는 일이다 보니 서울 사는 사람도, 포천 사는 사람도 고양시에 모여 출발한다. 산에 오르고 난 후에도 각별히 조심한다. 혹시라도 쓰레기를 흘리고 오지 않을까 해서다. 이들의 고양사랑, 북한산 사랑에 끝이 없기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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