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렁이 카로 | 이마이즈미 미네코

새해 들어 ‘건강’이란 화두가 돌풍을 일으키고 있다. 금연을 결심한 사람들도 크게 늘고 운동을 새로 시작한 사람들도 크게 늘었다. 한 방송국에서 ‘잘 먹고 잘 사는 법’이란 프로그램이 방송되고 난 뒤, 유기농산물 판매가 급증하고 있다고 한다.

‘금연’, ‘운동’이란 단어야 연초만 되면 여기저기서 들리는 말이었으니 그리 특별한 일이 아닐 수도 있다. 대부분 작심삼일에 그쳐서 탈이지만 말이다. 연초면 담배 판매량이 평소의 절반까지 떨어졌다가 다시 3월쯤 되면 원래 수준을 회복한다고 했던가?

그러나 이번에는 좀 다른 모양이다. 코미디언 이주일씨의 폐암 소식이 겹쳐진 덕분일까? 항상 느긋하기만 했던 담배인삼공사에서조차 이번에는 관심 있게 판매 동향을 주시하고 있다고 한다. 운동도 마찬가지이다. 거의 모든 헬스클럽에 사람들로 넘쳐나고 있고, 한 신문사에서 주최하는 마라톤 대회의 참가 접수가 불과 몇 일만에 마감되는 현상까지 벌어졌다.

아무튼 올초의 건강이란 화두는 단지 개인의 작심삼일 수준을 넘어서 하나의 사회적 트렌드가 될 것 같다. 그런데 한 가지 우리가 놓치고 있는 것이 있지 않을까? 건강, 그것이 담배를 끊고 운동을 하고 유기농 야채를 먹는다고 완전하게 지켜질 수는 없다는 사실이다.

담배를 끊어보았자 삶의 공간을 도시 밖으로 옮기지 않는다면 오염된 공기로부터 벗어날 수 없다. 오존이 많은 날 운동을 하면 자칫 안 하느니만 못할 수도 있다. 유기농 야채만 골라 먹는다는 것도 그렇다. 누군가가 이렇게 말했다. “무공해 먹거리’가 대한민국에 어디 있습니까? 단지 덜공해(?) 먹거리만이 있을 뿐입니다.”

자! 올해의 화두가 이왕 건강이라면, 그 건강을 개인의 건강 차원을 넘어 환경의 건강에도 관심을 기울여 보는 것은 어떨까?
마침, 올초에 나온 작고 아담한 책이 있다. 미아이즈미 미네코가 쓴 ‘지렁이 카로’라는 책이다. 어른들이 먼저 읽고 아이들에게 권할만한 책이다. 그리고 나서, 올해의 목표로 금연, 운동, 유기농산물 먹기에다 한 가지만 더 끼워 넣자. 그것이 무엇이 되었든….

<출판기획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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