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의호 / 행정학박사, 전 경기도의원

또 다른 양극화의 시작

경기, 부산에 이어 서울에도 국제중이 두 곳 생겼다. 내년부터 당장 신입생을 받는다고 한다. 전형방법의 골자도 이미 발표되었다. 국제중 설명회에는 연일 학부모들로 입추의 여지가 없다. 벌써부터 국제중 과열양상이 고개를 들고 있다.
서울교육청은 수월성 교육 달성, 글로벌 인재 육성, 그리고 국내 조기유학 수요의 흡수를 통한 국부유출 방지 등을 주된 설립취지로 제시했다. 하지만 이런 취지들이 사교육 폐해의 심화나 귀족학교라는 일반의 우려를 상쇄하고도 남음이 있는 교육적 가치를 담고 있는지에 대해서는 생각해 볼 부분이 적지 않다. 서울교육청의 전형방법 골자를 보면, 스스로 밝힌 설립 취지와 배치되는 몇 가지 문제점들이 발견된다.

첫째, 수월성을 강조하면서 추첨을 운운하는 것 자체가 언어도단이다. 서울교육청은 사교육 과열로 이어질 부작용을 없애기 위해 무작위 추첨 방식을 도입하고, 외국어 인증 시험 성적을 전형요소에서 배제하겠다고 밝혔다. 여기서 추첨이란 것은 1차 서류 전형에서 뽑은 5배수 인원을 2차 면접 전형을 통해 3배수 인원으로 압축한 뒤, 추첨을 해서 최종 합격자를 가린다는 것이다. 대상 범위를 극히 제한해 놓은 것이다. 또한 토플이나 토익 성적을 보지 않는다고 하지만 국제중이 국어를 제외한 전 과목에 대해 영어몰입수업을 하는 점을 감안한다면, 1차 서류전형에서 경시대회 수상실적이나 해외봉사활동 실적, 외국거주경력과 같은 간접자료들이 상당한 영어능력을 갖춘 학생을 골라내는 기준이 될 것임은 짐작이 어렵지 않다.

둘째, 사교육에 대한 의존도와 경제적 부담을 더욱 높이게 될 것이다. 서류전형 시 초등학교 학생생활기록부 상의 일반적인 발달사항만으로 1차 합격자를 걸러내기란 쉽지 않은 일이다. 당연히 객관적인 변별여지를 담을 수 있는 조치들이 수반될 것이다. 말하기, 듣기, 쓰기 등 영어에 관한 각종 경시대회가 생겨날 것이다. 그리고 이것을 준비하기 위한 별도의 사교육 코스들도 잇따를 것이다. 1차 전형에서 선발되는 국제중 예비후보군이 1600명(두 학교 정원 320명의 5배수)이란 사실은 수많은 초등학생들과 학부모들의 합격 기대치를 높여놓을 것이다. 학교의 영어수업과 별도로, 영어 사교육에 더욱 매달릴 수밖에 없게 될 것이다. 당연히 ‘프리미엄급’ 사교육 시장도 등장할 것이다.

세째, 중학교 단계까지 경제격차에 따른 현격한 학력격차를 발생시키는 단초가 될 수 있다. 일반 중학교에서, 국제중에 합격하지는 못했으나 국제중 시험을 준비하느라 다년간 강화된 영어 사교육을 받은 학생과, 그렇지 못한 학생들간에 현격한 학력 격차가 발생할 것임은 명약관화하다. 국제중 준비에 상당한 경제적 부담이 따르는 현실을 감안한다면 이러한 배경아래 중학교 단계에서부터 학생간에 개인의 노력으로 쉬이 좁힐 수 없는 학력 격차가 커진다면 이것은 정말 심각한 문제가 아닐 수 없다.

정상적인 초등학교 과정을 성실하게 마친 학생이 과연 국제중의 과정을 잘 이수할 수 있을 것인가. 그렇지 않다. 교육당국이 스스로 공교육의 체계를 부인하면서, 사교육 시장을 배불리고 초등학교 학생들을 입시 지옥으로 내모는 것으로 비춰지는 처사는 바람직하지 않다. 교육당국은 의무교육이 뒷받침하고 있는 국민교육 정신에 맞게 중학교 교육을 내실화 하는 데에 더욱 힘을 써야 할 것이다. 그리고 국제중은 지구촌 시대에 발맞추어, 국내에서 활동하는 외국인 근로자들의 자녀, 국내학교에 적응하지 못하는 귀국학생들을 위한 전문 교육기관으로 개편되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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