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통제와 시너지가 동시에 이뤄지는 구조

고양의 미래, 브로맥스 점검 ④

북경이 중국 전역에 정치적 영향력을 끼치는 구심적인 도시라면 상해는 영화와 드라마를 아우르는 엔터테인먼트 산업의 본향이라 할 수 있는 곳이다. 그리고 상해는 이를 뒷받침하게 했던 방송영상산업이 가장 먼저 태동했고 개방물결과 함께 빠른 속도로 성장하고 있는 곳이다. 이미 방송영상산업이 정착된 미국이나 유럽보다 역동성을 보이며 성장한다는 점에서, 한참 성장단계에 있는 중국 상해의 방송영상산업이 고양시 브로멕스와 좋은 비교가 될 것이다. 이에 본지는 중국상해 현지 취재를 통해 상해의 방송영상산업의 현황과 이곳과의 비교를 통한 고양 브로멕스의 방향성에 대해 2회에 걸쳐 짚어본다.

그룹화해 시너지를 얻는 구조

중국 방송영상산업의 가장 핵심적인 특징은 ‘그룹화’이다. 다수의 TV채널, 라디오채널, 영화제작소 등이 각각 흩어져서 경쟁일변도로 운영되는 것이 아니라 TV, 라디오, 영화 등 기능별로 그룹화해서 상호 시너지를 얻는 체제다. 중국 방송영상기업은 공산당 중앙위원회의 당 이념을 선전하는 업무와 경영 본연의 업무를 병행하고 있다. 영리를 추구하는 기업체이지만 중앙계획식 통제와 관리를 받는 대상이다.

그룹화라는 특징은 상해시 방송영상산업에도 마찬가지로 나타난다. 공산당 중앙위원회의 통제 하에 상해시의 방송영상분야와 관련된 정책과 법규를 제정하고 감독하는 기관은 상해시 문화방송영상관리국이다. 상해시 문화방송영상관리국은 중앙의 감시 하에 상해시의 방송영상산업의 발전자금 심사와 사용감독을 책임지며 방송TV채널자원과 유선네트워크의 기획과 건설을 감독 관리한다.

이와 별도로 실무적으로 방송영상산업을 운영하고 있는 기관은 상해 문화방송영상그룹(Shanghai Media & Entertainment Group, SMEG)이다. 2001년에 설립된 SMEG는 산하에 상해문광신문전매그룹, 상해영화그룹, 상해동방명주그룹 등 7개 그룹사를 두고 있는데 국영기업의 집단화 형태를 띠고 있으며 상해시 문화산업의 약 80%를 점유하고 있다.

상해만화가협회 이상홍 팀장은 “WTO 이후 본격 개방에 앞서 자국 기업의 경쟁력 제고를 위해 유관단위들을 합병하는 거대 기업화가 진행되고 있는데, 상해에서는 SMEG가 대표적인 모델이 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해외교류경험. 시장성 갖춘 상해

SMEG가 대표적인 모델일 만큼 상해의 방송영상산업이 중국의 다른 지역에 비해 상대적으로 부흥한 이유는 무엇일까. SMEG의 대외사무부 장민(張民) 부주임은 그 이유를 세 가지로 설명했다. 그는 “상해가 우선 첫째, 20세기가 출발할 무렵 영화, 신문 등 중국의 문화산업이 태동했던 발원지였고, 둘째, 중국에서 해외교류의 창구역할을 맡으며 해외합작경험이 다른 곳보다 풍부했고 셋째, 경제적 팽창으로 문화적 수요를 충족시키기 위한 큰 시장이 형성됐다”고 설명했다.

SMEG 산하에 있는 상해문광신문전매그룹(Sanghai Media Group, SMG)은 TV와 라디오, 인터넷 매체를 포함하는 종합적 다매체그룹이다. SMG는 2001년 상해인민방송국, 상해동방방송국, 상해TV방송국, 동방TV방송국, 상해유선TV방송국 등을 통합하여 재편성됐는데 현재 14개의 채널을 가지고 있고 이중 3개 채널을 전국방송, 나머지 11개는 상해로만 방송되는 채널이다. SMG는 또 11개의 아날로그 주파수를 가지고 있다. TV와 라디오를 포함한 SMG의 방송프로가 상해지역에서 차지하는 시장점유율은 90.6%에 해당한다. SMG의 방송채널의 하나의 특징은 각 채널마다 전문성을 지닌다는 점이다.

▲ TV와 라디오, 인터넷 매체를 포함하는 종합적 다매체그룹인 SMG. SMG에는 14개의 채널이 있는데 그중 STV는 2001년 채널전문화의 첫 번째 케이스로 스포츠만을 전문적으로 방송한다.
SMG의 대외사무부 홍보 총책임자(Chief of International PR)인 엘렌 황(Ellen Huang)은 SMG의 미래사업전략에 대해 “2001년 SMG가 발족했을 때 다분히 채널수의 확장에 주력했는데 이제부터는 각 채널마다 브랜드 가치를 높이기 위해 채널을 전문화하는 것으로 방향을 선회했다. 특히 작년에 생겨난‘ICS’라는 영문채널이 대표적인 경우로 ICS는 2010년의 개최될 상해 엑스포를 성공적으로 개최하는데 큰 역할을 할 것이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SMG는 전통매체에 대한 비중을 점차 줄이고 IPTV, 모바일TV 등 뉴미디어 사업에 대한 실험을 활발히 한다는 계획을 가진다”고 덧붙였다.

국가사업성격을 가지는 방송사업

영화산업과 관련해서도 SMEG 산하 기구로 상해의 영화사들을 그룹화돼 있다. 상해영화그룹 산하에 상해영화제작소, 미술영화제작소, 상해과학교육영화제작소 등의 기관이 있으며 59개의 가맹영화관을 두고 있다. 특히 상해영화그룹 산하에는 상해시 외곽인 송강에 위치한 야외 촬영소인 ‘상해영시낙원’이 있는데, 상해영시낙원은 조계시대(19세기 후반부터 제국주의 국가들의 침략이 시작되면서 불평등조약이 체결된 결과로 식민지에는 침략거점으로 많은 시설물이 지어지던 시대)의 상해를 잘 재현하고 있어 다수의 영화촬영지로 유명하다.

상해영화그룹의 허붕락(許朋樂) 부총재는 “파라마운트나 워너브라더스 같은 세계의 주요 영화제작사들도 1900년대 초반의 중국을 촬영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상해의 영시낙원을 방문하도록 영화 촬영도구나 콘텐츠가 보존·확보되어 있다”고 말했다. SMEG의 대외사무부 장민(張民) 부주임은 “SMEG는 상해영시낙원을 확장한 개념으로 문화산업의 총화라 할 수 있는 테마파크형식의 ‘상해영화성’계획을 가지고 있다”고 밝혔다.

▲ 한국영화 ‘아나키스트’와 최근의 ‘색계’의 촬영장소였던 상해영시낙원. 상해 외곽인 송강에 위치한 상해영시낙원은 테마파크화해서 ‘상해영화성’으로 변화될 계획이다.
상해만화가협회 권현진 연구원은 “조계를 배경으로 한 촬영지로 유명한 상해영시낙원을 일반인들에 공개해 관광화하고 있다”며 “60위안(한화 9000원 정도)을 내면 영화촬영에 방해되지 않는 범위에서 누구나 상해영시낙원을 둘러볼 수 있다”라고 말했다.

이렇게 중국 방송영상산업의 그룹화가 가지는 함의는 기업들간 시너지 확보와 중앙통제식 관리를 용이하게 한다는 점이다. 당연히 공산당 중앙위원회의 이념을 전파하는 도구로서 방송영상산업은 당연히 국가 사업의 성격을 강하게 가진다.

당 이념 전파를 통한 중앙집권적 통제 기능과 경영성과가 맞물려 있는 예는 중국의 대표적인 국영 TV인 중국중앙방송(Center of China Television, CCTV)에서도 드러난다. 중국 전체 인구 중 97%에 해당하는 12억명 가까이 CCTV를 통해 당 이념을 전수 받고 있다. 동시에 평균 시청률이 35%에 근접한 CCTV는 중국 TV광고 시장의 3분의 1을 점유하고 있다.

치열한 경쟁에서 비롯된 자생적 경쟁력을 희생시키는 대신 상호 시너지를 얻기 위해 그룹화를 통해 경쟁력을 공유하는 구조, 그리고 중앙집권적 통제가 방송영상 수요자를 관리하고 이것이 바로 경영성과로 이어지는 구조, 이것이 상해방송영상산업의 특징이자 힘이었다.

* 위 기사는 지역신문발전위원회의 지원으로 진행됐습니다.

Interview - 상해다매체산업원 시대(枾大) 부장대리

기업육성 기술 축적 … “포커스미디어 중국대표 광고회사로 키워”

상해시 장녕구에 위치해 있으며 상해의 멀티미디어기지 역할을 수행하는 상해다매체산업원을 방문해 시대(枾大) 부장대리 만나 상해의 멀티미디어산업에 대해 일문일답을 나눴다.

- 상해다매체산업을 소개하자면
상해시의 통신·네트워크 기술과 영상·에니메이션, 게임, 전시관련 컨벤션 산업을 발전시키기 위해 장녕구에 건립된 기구다.

- 이곳에 입주한 기업들의 현황은

▲ 상해시 장녕구의 멀티미디어기지 역할을 수행하는 상해다매체산업원
다매체산업원이 건립된 것이 2002년인데 현재 광고, 통신, 에니메이션, 게임 등 78개의 기업들이 입주해있다. 이 중에서 ‘포커스미디어’라는 상품정보와 생활정보를 동시에 제공하는 옥외광고를 위주로 하는 기업이 있다. 이 기업은 다매체산업원에 의해 인큐베이팅 과정을 거쳐 크게 육성된 케이스로 현재 나스닥에도 상장된 중국의 대표적 광고회사다.

- 기업 인큐베이팅 과정을 좀 더 구체적으로 말하면
다매체산업원 산하에 창업투자유한공사가 있는데 기업의 투자자금을 끌어오기 위한 전략과 재무와 법률 서비스를 제공한다. 그리고 각 미디어 수요에 대한 조사와 이에 대한 대응방안에 대해 연구하고 방송·게임·애니메이션에 필요한 기자재를 싼값에 제공한다. 상해 더 나아가 중국에는 게임·에니메이션 분야에서 창의성이 있는 인재가 부족해 이 방면이 취약한데 이에 대한 해외협력방안을 모색 중이다.

- 상해다매체산업원에 입주한 기업들은 어떤 메리트가 있나
앞에서 말한 기업 인큐베이팅 기술이 축적됐고 중국문화부로부터 ‘문화산업시범기지’로 비준을 받아 정부가 제공하는 지원자금을 활용할 수 있다. 또 상해시에서도 가장 중심지에 위치해 있어 지리적 이점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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