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경남 / 고양시종합자원봉사센타 소장

희망역으로 가는 기관차

얼마 전 TV 드라마에서 황혼의 어르신들이 입맞춤하는 장면을 본 적이 있다. 입맞춤이란 젊은이들의 전유물로만 여겨 왔던 터라 신선한 충격이 아닐 수 없었다. 어쩌면 어르신이라 지칭되는 분들보다 더 ‘어르신다운(?)’ 사고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자신을 발견했다고나 할까.
고양실버뱅크에서는 매년 어르신 자원봉사학교를 개최하고 있다. 특히 올해는 인생은 60부터 90까지 Know(노) 人(인) 6090무지개봉사학교를 개강하였다. 페이스페인팅(FP) 마술램프 동화세상(구연동화) 훈장님(어린이 교육강사) 건강지킴이 쓱싹쓱싹(청소봉사) 또래사랑 등 무지갯빛을 상징하는 7개 과정의 프로그램을 진행하였다.

과정별로 10~20여명의 어르신들이 정해진 시간에 교육을 받으시고, 훈련과 연습, 또 연습…. 진지하게 집중하며 학습하시는 모습을 보면서 사람이 꽃보다 아름답다는 노래 가사가 저절로 흥얼거려지기도 했다.
그 중 마술램프교실은 연습 때마다 온통 웃음바다를 이루곤 했던 기억이 난다. 반드시 숨겨져야 하는 마술의 비밀들이 생전 처음 접해보기에 아직은 익숙지 않은 손동작으로 인해 모두 다 들통이 나기 때문이다. 마음으로는 이미 전문 마술사이지만 손이 안 따라 준다며 환하게 웃으신다.

그렇게 6개월 동안의 훈련된 솜씨로 어린이집을 찾아가 꼬마 관중들에게 첫 선을 보이던 날, 분장에 신경을 쓰며 떨린다고 말씀하시던 모습에 웃음을 참느라 애를 먹기도 했지만, 마술재미에 푹 빠진 꼬마 관중들이 환호성을 칠 때마다 더욱 신이 나신다.
이렇게 첫 공연을 성황리(?)에 마치신 마술램프 봉사단! 이젠 자신이 생긴다고 말씀하신다. 몸 속에 새로운 기가 가득 들어가는 느낌이었다 하시며 다음엔 저소득층 아이들의 공부방에 찾아가 마술로 아이들을 위로해 주고 웃음을 주자고 단원끼리 약속도 잊지 않으신다.
건강한 웃음이 어르신들과 아이들 사이에서 퍼져나간다. 어린이집이, 공부방이 환하게 밝아진다. 우리사회가, 대한민국이 환하게 밝아진다.

노인들의 생각과 행동, 그리고 삶의 형태가 달라지고 있다. 앉아서 대접받기보다 남을 위해 무언가를 할 수 없을까 고민하는 신세대 노인들이 증가하고 있다. 어디까지가 젊은이이고 어디서부터가 노인인가 구분하는 것이 무의미해지고 있다.
연륜으로부터 배어나는 잠재 에너지를 분출케 함으로써 새로운 기회와 역할을 만들자. 소외나 무기력은 벗어 던지고 건강하고 보람 있는 삶이 되게 하자. 그로부터 얻은 에너지는 재활용하여 밝은 미래의 희망역으로 통하는 원동력으로 삼자. 자원봉사라는 기관차가 그 원동력을 만들기 위해 고발열량의 에너지를 애타게 기다리고 있지 않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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