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양시 조각순례 - 김찬식의 ‘정’

누군가를 사랑한다는 것은 가슴 설레는 일이다. 또 그 삶이 부드러운 곡선으로 바뀜을 의미한다. 사랑은 찔러서 공격하는 직선보다는 대상과 스스로를 아우르고 감싸는 곡선이기 때문이다.

호수공원 조각공원 건립 발안자인 고(故) 김찬식 교수는 자신과 세계와의 사랑 또는 조화를 아름다운 곡선으로 남겨놓고 떠났다. 두 손을 보듬어 서로를 떠받치는 듯도 하며, 두 형상이 마주서서 서로에게 의지가 되고 있다. 물론 꽉 찬 사랑보다는 여백을 남겨둔 채.

김찬식 교수의 ‘정(情, Emotion)’은 두 형상이 상호 보완적인 포즈로 서있다. 어차피 사람과 세상은 그런 관계 아닌가 하고 질문하듯이. 형체를 에워싸고 있는 윤곽 주위에 흐르는 유연하고 완만한 곡선, 가볍게 형상을 떠받치고 있는 듯한 적절한 공간의 안배, 두 인체의 안정된 균형, 이런 것들이 사람들의 시선을 묶어 둔다.

개인과 개인, 개인과 집단, 또는 개인과 사회 같이 인간관계로 얽혀 있는 생활세계가 보다 원만하고 조화롭게 성숙되어 가기를 바라는 작가의 소망이다. 서로가 ‘정과 사랑’으로 연결된 이끌림을 갖고 있다면 그것은 조화로움 아니겠냐고 물어오는 것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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