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엔 직접적인 이해가 없는 사람들이 나서주니까 무조건 고마웠죠. 그런데 회의에 나가면 자기들 생각과 다르다고 자꾸 면박을 주고 그 사람들은 너무 앞서나가려구만 해요. 그런 생각 때문에 이제는 우리 단지 일 말고는 지역 일에 나설 생각 없어요.”

신도시 이주민으로 러브호텔 반대운동에 참여했던 김모 씨는 당시 시민단체와 갈등을 빚었던 일을 아직도 서운하게 기억하고 있다. 살림만 알던 김씨는 조심스럽게 지역 일에 한발을 내딪었었다. 고양시 사정이나 지역 활동에 ‘무지’했던 주민들에게 초기 시민단체의 도움이 없었다면 그렇게 모양을 갖추고 시위를 하고 고양시와 동등한 대화를 하기는 어려웠을 것.

그런 사실을 잘 알면서도 김씨는 회의 때마다 잘 모른다는 이유로 주민들의 의견이 종종 무시되는 느낌을 받았다. 토박이와 이주민의 구분이 고양시에 있다는 사실도 활동을 하면서 알게 됐다.
“누구 누구는 토박이 라면서요. 몰랐죠. 그런데 다른 이해를 갖고 있는 느낌이 들더군요.”

현재 고양시 10여개 시민단체들 중 활발하게 활동하며 목소리를 내는 단체는 대부분 지역 출신들이 많다. 그만큼 고양시에 애정도 많고 지역 사정도 밝아 현안 문제에 신속하게 대응할 수 있고 대안찾기에도 다른 단체보다는 많은 이점을 갖고 있다.

그에 비해 많은 회원수를 확보하고 있는 단체들은 지역 현안에 대해서는 목소리 내기를 조심스러워하고 있다. 회원들의 의견수렴도 어려워서겠지만 자칫 “튄다”는 소리를 들을 수도 있기 때문.

사안에 따라 시민단체가 만들어졌다 사라지곤 하는데 기존 시민단체와의 협력 문제를 잘 풀지 못하는 경우가 많았다. 아예 외면해버리거나 느슨한 관계를 유지하기도 한다.

올해 지방선거를 위해 시민단체가 다시 연대의 끈을 조이고 있다. 갈등을 위한 틈은 어느 조직이나 있기 마련이다. 그러나 고양시민들의 든든한 버팀목이 돼야할 시민단체에서 구시대적인 갈등의 싹은 키워선 안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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