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전거도로 곳곳 단절되고 위험 ... 자전거 중심의 발상 필요

지역 내 자전거 이용 환경을 쾌적하게 조성하고 시민들의 자전거 이용률을 높여야 하는 것에 이의를 제기할 사람은 없다. 비단 고유가 때문이 아니라도 미래 환경을 위해서도 자전거 이용 활성화는 거스를 수 없는 시대적 흐름이다. 진정한 자전거 활성화, 자전거 도시로의 발전을 위해서는 일상 생활 속에서 시민들이 자유롭게 자전거를 탈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이에 고양신문에서는 생활형 자전거 타기가 고양시에서 어떤 상황인지 지역 곳곳을 돌아봤다.
/취재 박기범 기자·사진 한진수 부장

인도와 자전거길 병존, 늘 사고 위험

대다수의 일산 주민들은 신도시 내에서의 자전거 타기에 있어 큰 어려움을 느끼지 않는다. 체계적인 계획에 의해 도시 전체가 새롭게 건설됐기 때문이다. 더구나 신도시는 쇼핑센터, 공공기관, 은행, 학교 등이 주택지역과 그리 멀지 않은 곳에 밀집돼 있기 때문에 가까운 거리는 자전거를 타는 것이 자가용을 이용하는 것보다도 훨씬 시간도 절약된다. 직장이 서울인 주민들도 많아 가정에서부터 지하철역까지 자전거를 타고 나온 뒤 지하철이나 버스를 이용해 서울로 출퇴근하기도 한다.
그러나 일산 신도시 내에서의 자전거 타기도 그리 녹록하지는 않다. 현재의 자전거 도로가 인도와 나란히 놓여있어 언제든지 보행자들과 부딪힐 수 있는 위험에 방치돼 있다. 또 상가에서 내놓은 각 종 물건들이 인도 및 자전거 도로를 차지하고 있어 통행을 방해하는 경우도 다반사다.

이 밖에도 자전거의 도난도 자전거 이용자들을 괴롭히는 문제 중 하나다. 자전거를 타는 사람들의 경우 보통 1,2대 정도 분실한 경우는 예사에 속할 정도다. 박준환 고양환경운동연합 사무국장은 “지하철역과 대형마트 등 일부 장소에는 보관대가 마련돼 있으나 대부분의 상가들은 자전거 보관대를 마련하지 않는 경우가 많아 분실의 위험이 높다. 더구나 보관대가 마련된 경우도 자동차 주차장과 달리 관리원도 없고 CCTV도 없는 경우가 많아 분실을 방지할 대책이 필수적이다”고 말했다.
신도시에서의 자전거 타기가 문제점을 가지고 있어도 보완될 여지가 있는 반면 덕양구 등 농촌 지역에서의 자전거 타기는 활성화를 거론할 여지조차 없는 상황이다. 덕양구는 자연발생한 마을 중심으로 형성된 도시로 화정동 등 일부 지역을 제외하고는 자전거 도로의 설치도 미흡한 상태며 주민들은 빠른 속력으로 달리는 차도 옆으로 아무런 안전장치도 없이 자전거를 탈뿐이다.

▲ 일산의 한 지하철역에 설치된 자전거 보관대. 시민들이 서울로의 출퇴근을 위해 지하철역까지 자전거를 이용하는 경우가 많다.
일산 내에서의 자전거 도로는 백석동까지는 잘 이어져 있으나 백석동에서 화정동까지는 자전거 도로가 중간에 단절돼 있다. 특히 고속도로 진출입을 위한 램프 부근에는 차량들이 빠른 속도로 달려 자전거를 잘 타는 사람들조차도 위험을 느끼고 다른 길로 우회해 가거나 조심해서 횡단해야 하는 상황이다.
조수미(장항동)씨는 “지역 내에서 움직일 때는 항상 자전거를 탄다. 화정동에도 자주 가는 편인데 백석에서 화정으로 갈 때면 위험해서 자전거를 탈 엄두가 안 난다. 일산 신도시를 벗어나면 자전거 도로도 제대로 없어서 자전거를 타는 것이 쉽지 않다”고 말했다.


자전거 출퇴근 위험천만

일산과 덕양이 자전거로 제대로 연결되지 않은 상황은 자전거를 타고 서울로 출퇴근을 하

▲ 한 상가 앞에 세워진 자전거. 자전거 보관소가 없는 상가들이 많아 시민들이 도난 위험에도 불구하고 길에 세워 놓을 수밖에 없다.
려는 직장인들의 의지마저 꺽고 있다. 일산에 사는 시민들이 서울에 있는 직장으로 자전거를 타고 가려면 화정을 지나 능곡, 행주대교 방면으로 향해야 한다. 그러나 이 구간은 자전거 도로가 완비돼 있지 않아 인도를 이용하거나 일부 구간은 도로를 이용해서 지나야 한다. 행주대교까지만 가면 그 곳부터는 한강변을 이용해서 자전거를 탈 수 있어 서울까지의 진입이 수월한 편이다.
출퇴근 시간에 만원버스에 시달리거나 꽉 막힌 도로에서 스트레스를 받으며 서울로 오가고 있는 것이 지금의 고양 시민들의 모습이다. 자전거를 타고 싶지만 선뜻 타지 못 하는 것은 시민들 스스로가 자전거 이용이 쉽지 않음을 느끼고 있다는 반증이다. 쾌적한 자전거 도로를 통해 서울로 쉽게 진입할 수 있다면 만원버스와 차량 정체에서 당장이라도 벗어나고 싶은 것이 시민들의 마음이다.

최현규 국민생활체육 고양시 자전거 연합회 사무장은 “호수공원에서만 자전거를 탈수도 없는 노릇인데 호수공원만 벗어나도 자전거를 타는 것이 많이 불편하다. 안양, 광명, 부천 등은 하천을 통해 도시들이 연결되고 서울로의 연결도 쉬운데 고양시는 쉽지 않다. 외곽으로 가는 길을 제대로 정비해야 자전거 이용도 분산되면서 사고도 줄이고 이용율도 높일 수 있다”고 지적했다.

“자전거로 장보면 과소비 줄어요”

▲ 자전거 보관소가 없어서 길에 묶어둔 자전거
주부들이 자전거를 많이 타기 위해서는 쇼핑센터나 공공기관 등을 자전거로 접근하기가 용이해야 한다. 일부 대형 마트에는 자전거 보관대와 CCTV를 설치하고 이용객들의 편의를 도모하고 있다. 자전거를 이용해 장을 보는 주부들도 자전거 이용의 편리함을 인정한다.
마두동의 한 주부는 “자전거를 이용하면 과소비를 줄일 수 있다. 자동차를 이용해서 장을 볼 때는 계획했던 것보다 지출이 초과되는 경우가 많은데 자전거는 짐을 실을 수 있는 한계가 있기 때문에 꼭 필요한 것만 사게 된다”고 밝혔다.

그러나 일부 대형마트와 공공기관을 제외하고는 자전거 보관대 설치가 아직 보편화되지 않아서 보관대가 없는 시설을 이용할 때 주부들은 자전거 이용을 꺼리게 된다. 도난과 파손에 대한 우려 때문이다. 따라서 재래시장을 이용할 때는 자전거 이용이 더욱 어려울 수밖에 없다. 재래시장에는 대형 마트와 달리 자전거 보관대가 설치돼 있지 않다.
재래시장에서 만난 김부영씨는 “시장이 집 근처에 있어 늘 자전거를 타고 온다. 보관대가 있다면 자전거를 주차해 놓고 장을 보고 나오겠지만 보관대가 없어 시장 안에 들어갈 때는 자전거에 내려서 끌고 장을 본다”고 말했다.

학생들이 자전거를 타고 통학하는 경우를 쉽게 볼 수 있다. 중·고등학생들의 경우 학교 수업이 끝난 뒤에 학원으로 이동할 때도 이들은 자전거를 이용한다. 일산 신도시 지역 학생들의 경우 학교, 학원, 집이 인접해 있는 경우가 많아 아이들이 자전거를 선호한다.
그러나 학교측에서도 학생들의 안전을 위해 자전거 통학을 자제해 줄 것을 당부하기도 한다. 직장인들의 출근 시간과 겹치는 학생들의 등교시간에 차량과 충돌사고가 날 위험이 높기 때문이다.

반면 학교주변 아파트에 거주하는 학생들 대부분인 대송중학교는 경기도 교육청 지정으로 자전거 타기 생활기반 시범학교를 운영해 좋은 성과를 얻었다. 대송중은 학생들의 안전을 우려했으나 자전거 타기에 대한 교육과 캠페인 등을 꾸준히 진행하면서 자전거 마라톤까지 개최할 수 있었다. 대송중 관계자는 “자전거 관련 다양한 활동을 통해 자전거의 즐거움을 학생들에게 전하고 학생들의 자전거 타기 생활화와 환경의식 제고라는 성과를 이뤄냈다”고 전했다.
학생들이 자전거를 타면 사고 우려가 있기 때문에 사용을 자제하도록 한다는 것은 편협한 우려일 뿐이라는 것을 대송중학교가 보여준 것이다.


자전거 전담 부서, 전용 도로 확충해야

지난 13일 경기도가 국회 행정안전위 소속 한나라당 김태원 의원(고양 덕양을)에게 제출한

▲ 인도의 폭이 좁고 파손돼 있어 사람이 교행하기도 쉽지 않고 자전거 도로도 설치돼 있지 않다. 덕양구의 도로 상황은 이런 경우가 많다.
‘2005년 경기도 그린웨이 기본계획’ 자료에 따르면 8월 현재 경기도는 전체 1천47개 노선수에 도로연장 2천67㎞ 가운데 자전거도로가 257㎞로써 12.4%에 불과하고, 수원, 성남, 부천 등 13개 시·군은 아예 전용도로가 없었고, 10㎞ 미만인 곳도 9개 시·군에 달한다.
또 김포시와 광주시는 자전거 전용도로가 1㎞ 수준이며 고양시는 9㎞의 전용도로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 고양 등 4개 도시에서 2006년부터 2010년까지 서울과 경기도를 잇는 방사형 노선, 관광지 연계노선, 기존 개설구간 활용 노선 등 1단계가 시범사업 형태로 추진 중이다.

김태원 의원은 “운동이나 여행 목적이 아닌 교통수단으로서 자전거가 기능하기 위해서는 도심을 가로지르는 자전거 전용도로가 어떤 정책수단보다 시급하다는 의견이 많다. 또 지자체가 제대로 된 자전거 시책을 펼치기 위해서는 자전거 전담 부서가 필요하지만 현재 경기 도내 31개 시·군 가운데 전담부서가 설치된 곳은 안산시와 시흥시 두 곳에 불과하다. 대부분 도로과나 건설과 대중교통과 등에서 처리하는 일개 업무로 취급되고 있어서는 올바른 자전거 시책을 펼치기 어렵다”고 전했다.
이와 관련 박규영 고양시의회 의원은 “자동차 중심 사고에서 벗어나 사람과 자전거 중심의 사고를 해야 한다. 고양시 실정에 맞는 자전거 정책과 자전거 도로를 만들어야 진정으로 생활 속에서 시민들의 자전거 이용 증대를 기대할 수 있을 것이다”라고 지적했다.

*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의 지원을 받아 진행됐습니다.

저작권자 © 고양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