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규영 / 고양시의회 시의원

WHO 안전도시 인증제 추진해야

심리학자 매슬로우(Abraham H. Maslow)는 인간의 욕구에 대해 5단계설을 주장하였다. 1단계는 식욕 성욕 수면욕 등 생리적 욕구, 2단계는 개체 생존의 안전 욕구, 3단계는 사회귀속을 원하는 욕구, 4단계는 명예욕과 같이 타인의 인정을 받으려는 욕구이며, 마지막 5단계는 자기실현의 욕구가 해당된다. 1단계에서 5단계까지 욕구는 낮은 수준의 욕구가 먼저 충족되어야 높은 단계의 욕구가 행동으로 연결되게 된다. 그러나 우리 현실에서는 5단계까지 가기가 너무 멀어 보인다. 왜냐하면 기본적인 안전욕구를 충족시키기가 점점 어려운 환경으로 바뀌고 있기 때문이다.

과거 선사시대 동물로부터 생명을 지키거나 하는 개인적인 대처가 필요한 안전은 그 원인자체가 해소된 경우가 많지만 현대사회는 시민들에게 새로운 불안요인을 야기하고 있다. 사회가 복잡해지고 변화속도가 빨라질수록 불의의 사고(accident)나, 타인과의 관계에서 발생하는 폭력, 자아 부정적인 자살 등이 급격히 증가하고 있다. 이러한 불안요인들을 제거할 수 있는 안전한 사회환경은 지역사회의 종합적이고 구조적인 변경을 통해서만 가능하다.

그럼 이러한 변화는 어떻게 시작되어야 할까? 우선 문제를 정확히 인식하는 지점부터 시작되어야 한다. 다음으로 개별 문제별 또는 문제들을 아우르는 종합적인 개선안을 만들고 이를 실천할 수 있는 민관 협력체제가 필요하다.
예로 올해 4월 전국을 떠들썩하게 했던 대화동의 어린이 폭행사건은 우리 이웃에서 벌어진 일로 특히 고양시민들을 경악하게 했다. 이 사건 후에 어린이 안전을 위한 경찰의 순찰 강화, 각종 봉사대 출범 등 유행처럼 해결책이 제시되었으나, 그 실효성에 대해서는 타 도시와 마찬가지로 의문시된다. 그 이유는 이러한 개선안들이 정확한 문제인식에 근거하지 않고, 점처럼 흩어져 있어 유기적으로 연결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정확한 문제인식을 위해서는 관련 자료가 구축되어 있어야 한다. 고양시 관내에서 각 연령대별 성별 장소별 유형별로 사고나 폭력발생자료가 정확히 잡히지 않고 있다. 만약 장소별로 안전도가 제시된다면 더 위험한 지점에 우선적으로 하드웨어적인 시설과 소프트웨어적인 감시단 등을 우선 투입해서 위험요인을 최소화 할 수 있을 것이다.
‘안전’은 폭력뿐 아니라 교통사고로부터의 안전, 위급상황 발생시의 구급활동, 가정 내에서 안전, 자살예방 등 다양한 분야에서 이루어져야 한다. 꼭 필요한 정책이면서 굉장히 광범위한 준비와 지속적인 관리가 필요하다. 기초자치단체에서 틀을 만들어 사업을 개발하기에는 한계가 있다. 다행히 가능한 틀이 제시되어 있다. 국제적으로는 WHO 안전도시 인증제도, UN-HABITAT 정주공간프로그램(Human Settlements Program), 국내에서는 여성부에서 논의되고 있는 지역안전인증제 등을 들 수 있다.

이중 가장 포괄적인 항목을 포함하고 있고, 주기적인 재인증이 이루어져 1회성 사업이 아닌 지속적인 안전성 확보 노력을 요구하는 WHO 안전도시 인증제도는 고양시가 안전도시가 되기 위해 조속히 추진되어야 할 사업으로 보인다. 행정안전부내에서도 올해 관련 조직이 만들어졌으며, 우리나라에서 수원시와 제주특별자치도가 인증을 받고 프로그램을 운영 중이다. 또 서울 마포구 송파구 충남 천안시 등 많은 도시에서 인증을 준비중이며, 전 세계 26개국 134 도시가 인증을 받았다. 수원시의 경우 2002년 처음 인증을 받고, 2007년 재인증을 받는 등 아시아에서 제일 선두주자라 할 수 있는데, 이 기간동안 교통사고는 57.4% 감소하였고, 돌연사 예방 심폐소생술 교육사업과 자살예방센터 설치 등을 추진하여 소기의 성과를 거두고 있다. 고양시는 이 기간 동안 무엇을 했을까?

‘안전’부분은 지방정부 입장에서는 많은 노력이 필요한 반면에 즉각적인 성과를 내기 어려운 분야인지도 모른다. 그러나 ‘안전’은 시민의 기본권이다. 안전한 정주공간을 제공하는 것이 지방정부에서 다른 사업보다 가장 먼저 추진해야 하는 사업이 아닐까 반문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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