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용도로 확충과 문화 확산 동시 추구 필요

자전거는 두 바퀴로 달린다. 두 바퀴가 균형과 조화를 이룰 때 자전거는 정상적으로 주행 할 수 있다. 자전거 활성화를 위한 정책 역시 마찬가지다. 자전거 전용 도로 등 기반 시설은 물론 자전거를 올바르게 탈 수 있는 문화 확산에 대한 노력도 함께 병행돼야 자전거 활성화 정책도 제대로 운영될 수 있다. 고양시를 비롯한 대부분의 도시들이 자전거 활성화를 위한 기반 시설 마련에 가장 큰 주안점을 두고 있다. 시민들 역시 자전거 도로가 제대로 없어서 자전거를 탈 수 없다고 말한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자전거 도로 확보와 함께 제대로 된 자전거 문화보급이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그냥 타면 되는 거 아니에요?”

#1. 일산 시장은 장이 서는 날이면 수많은 사람들과 차량들로 북적인다. 주차 공간이 부족해 차도까지 주차한 차량들이 가득하며 물건을 사기 위해 길게 늘어선 줄도 볼 수 있다.
이 사이를 한 주민이 자전거를 타고 위험스럽게 지나가고 있다. 인도 위에는 이미 사람들로 가득해 자칫 사람들과 부딪혀 사고가 날 우려가 있어 차도로 내려서서 주행하지만 차도에서 차량들이 언제 어떻게 움직일지 몰라 위험스럽기만 하다. 그러나 자전거를 타고 있는 시민은 정작 아무렇지 않다는 반응이다.
“그냥 다 이렇게 타는 거죠 뭐. 자전거야 타는 사람이 알아서 조심하면 별일 없어요. 인도로 갔다가 차도로 갔다가 잘 피해 다니면 되는 거죠.”

#2. 10월 28일 오후2시. 신숙자(화정)씨가 자가용을 운전해 식사동에서 원당으로 이동하고 있다. 신씨 앞에는 자전거 한 대가 차도를 타고 달려오고 있었다. 역방향이다. 다행히 자전거와 충돌 없이 비켜지나갔으나 역방향으로 오는 자전거를 보자 신씨는 부딪힐지 모른다는 불안감이 들었다. 충돌했다면 자전거 운전자는 큰 부상을 면하기 어려웠을 것이다.

▲ 자전거를 타고 횡단보도를 건널 경우 내려서 자전거를 끌고 걸어야 하지만 대부분의 이용자들이 자전거에 탄 상태로 횡단한다. 이런 여러 가지 자전거 타기에 대한 교육이 필요하다.
자전거는 쉽게 배울 수 있고 많이 보급돼 있어 누구나 큰 무리 없이 이용한다. 가까운 거리를 이동하거나 주말에 레저용으로 즐기기에도 안성맞춤이다. 그러나 자전거는 ‘그냥 타면 된다’는 인식이 팽배해 언제 발생할지 모르는 위험에 노출돼 있다.
동호인들이나 전문가들이 아닌 이상 자전거를 타면서 자전거 전용 도로에 대한 요구가 정당하다는 인식도 낮은 편이다. 횡단보도를 건널 때는 자전거에서 내려서 걸어야 한다는 것, 차도로 주행 할 때는 자동차와 같은 방향으로 주행해야 한다는 것을 모르거나 외면하기 일쑤다.

결국 대다수의 시민들은 자전거를 많이 타지만 어떻게 타야 하는지는 잘 모르고 있는 셈이다. 그저 빈 공터나 공원에서 몇 번 넘어지면서 타면서 익히는 것이 고작이다.
고양시자전거연합회는 2005년부터 자전거 초보자들을 대상으로 안전 교육을 실시해 오고 있다. 이 교육에는 주로 주부들이 많이 참가하는데 2월부터 매년 11월까지 월요일부터 금요일까지 2주간 실시된다.
초급, 중급으로 나뉘어 수준별로 실시되는 이 교육은 전액 무료다. 참가하는 시민들의 반응도 좋고, 은평구나 서초구 등 다른 지역에서도 직접 와서 교육을 해 줄 수 없냐는 문의가 오기도 한다.

11월까지 진행되는 이 교육을 자전거 연합회는 올해는 다소 일찍 마무리지었다. 예산 문제 때문이다. 자전거 연합회 관계자는 “매년 강사 2명과 함께 교육을 펼쳤으나 예산이 부족해 올해는 연합회에서 직접 교육에 나섰다. 내년에도 교육을 진행 할 수 있을지는 불투명한 상황이다”라고 밝혔다.
이런 상황에서도 고양시는 현재 자전거 도로 확충과 에코 바이크(일종의 자전거 공영제)확립에 주력하고 있다. 자전거 천국으로 나아가기 위해서는 필수적이지만 진정한 자전거 도시로의 성장을 위해 시급한 것은 시설이 아닌 문화라는 것이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자전거 도시로 꼽히는 창원시는 30여 년 전 계획형 산업도시로 조성되면서 자전거 전용 도로가 설치됐지만 제대로 활용되지 못 해 명맥만 유지돼 왔다. 그러나 박완수 시장이 자전거를 이용해 출퇴근을 하면서 급변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시장이 솔선수범을 보이자 자전거 타기에 대한 인식이 개선되고 확산된 것이다.


시, 인식하나 현실적 어려움

▲ 자전거 보관대에 자전거는 사라지고 바퀴와 자물쇠만이 남아있다. 자물쇠가 채워진 자전거들의 바퀴를 빼고 자전거를 훔쳐 가는 일이 많다.
고양시도 자전거 도로 확충 이외에 안전 교육 및 자전거 타기 문화 확산 정책도 필요하다는 지적에는 공감하고 있다. 고양시 관계자는 “자전거 교육 등 자전거 문화 확산에 대한 방안도 검토는 했으나 현재 상황에서는 이를 병행하기가 무리가 있다”며 추후 차츰 진행할 것임을 밝혔다. 고양시는 현재 전담 부서 1명의 직원이 자전거 관련 업무를 담당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처럼 시설 확충에만 집중할 경우 자전거 활성화에 마인드가 없는 자치단체장이 당선될 경우 자전거 활성화는 유명무실해 질 수밖에 없다. 실제로 A시는 자치단체장이 바뀌면서 자전거 정책이 미약해졌다는 평가를 받으며 B시는 공무원들의 인사이동으로 새로 업무를 맡게된 담당 공무원이 해당 지역에 자전거 관련 조례가 있다는 사실조차 인지하지 못 한 경우가 발생하기도 했다.

김태원 국회의원(덕양 을)은 자전거 통행우선순위를 긴급자동차 다음으로 하며 자전거와 일정한 거리를 두지 않고 운행하는 자동차에 대해 과태료 부과, 손해보험사들이 자전거보험을 취급하도록 하는 법률개정안 등을 발의한 바 있다.
김 의원은 또 국감에서 지속적으로 자전거 활성화에 대한 지적을 꾸준히 제기했다. 김태원 의원은 자전거 활성화를 위해 자전거를 교통수단으로 인식하고 그에 따른 정책 마련이 가장시급하다고 지적했다.
이와 더불어 김 의원은 “홍보와 계도, 초·중·등 교육과정에 자전거교육을 포함시키는 것이 보다 근본적인 변화를 가져올 수 있다. 친환경 교통정책의 근간을 바꾼다는 큰 틀에서 십년 이상을 내다볼 수 있는 정책이 나오려면 자전거 전담조직의 설치는 필수적이다. 공무원, 일반시민 대상 자전거 문화교육도 시급한 과제다”라고 지적했다.

자전거를 바르게 탈 수 있는 문화 확산과 더불어 법령의 개선도 필요하다. 도로교통법상 자전거가 차로 분류돼 횡단보도 등에서 사고를 냈을 경우 과실이 커진다. 또한 주부들의 경우 아이들을 자전거 뒤에 태우고 주행하는 경우를 쉽게 볼 수 있는데 현재 보급된 자전거 도로들이 울퉁불퉁하고 턱이 높아 자칫 사고가 날 경우 어린 아이가 크게 다칠 우려가 높다.
이와 관련 네덜란드는 도로에 자전거용 신호등과 횡단보도가 별도로 설치돼 있고 베이비시트에 아이를 태울 경우 벨트 착용이 의무화 돼 있다. 그래서 네덜란드에서는 아이 2~3명을 태우고 자전거를 주행하는 주부들을 종종 볼 수 있다. 일본은 야간에 운행하는 자전거는 전조등을 반드시 켜야 하며 이를 어기면 벌금에 처하고 있다. 자전거 활성화를 위한 시설물 마련 이외의 다양한 법규 정비와 문화 확산을 위한 세심한 고민의 결과들이다.

* 위 기획기사는 지역신문발전위원회 기금으로 진행됐습니다.

------------

“자발적 자전거 문화 중요하다”
이재준 아파트 주거생활연구소 부소장

 

“MTB를 타게 되면서부터 자전거랑 가까워졌어요. 지금은 MTB는 안 타지만 자전거를 타면 금방 한강이나 자연 속으로 갈 수 있어 좋아요.”
이재준 아파트 주거생활연구소 부소장(화정동 거주. 사진)에게 자전거는 자연과 하나로 이어주는 매개체다. 자전거를 타고 한강을 달리면 사람키만한 갈대와 들풀이 양쪽에서 반겨준다. 자전거를 타다 지쳐 누워서 하늘을 보는 것도 묘미다. 업무상 가까운 거리는 늘 자전거를 이용하고 주말이면 레저용으로도 즐기는 이 소장에게 자전거는 친구와 다름없다.
특히 비가 왔을 때는 한강이 더 가깝게 느껴져 비가와도 자전거를 타고 한강에 나간다. 호수공원 노래하는 분수대에서 바라보는 일출, 벚꽃이 핀 서삼릉도 빼놓을 수 없는 그의 단골 코스다.

“자전거를 타다 지인들의 집 근처 풍경을 찍어서 보여 줍니다. 다들 어디냐고 놀라면서 묻습니다. 차를 타고 빠르게 다니다 보니 가까운 곳의 작은 사물들에 대해 소홀해진 탓이죠. 작은 것 하나에도 애정을 갖고 볼 수 있는 것이 자전거 타기의 매력인 것 같습니다.”
이재준 소장은 자전거 보관대가 없는 불편에서부터 자전거 문화에 대한 생각까지 자전거에 대한 애정만큼 활성화를 위한 지적도 날카롭다.
“외국은 자전거를 타고 지하철을 타는 것이 자연스럽습니다. 우리도 자전거와 대중교통이 연계되면 더 활성화 될 수 있을 것입니다. 또 일본이나 중국은 정장을 입고 자전거를 타는 것이 자연스럽습니다. 반면 우리는 이런 모습을 어색해 하죠.”
이 소장은 이런 의식들을 정책적으로 걷어내야 한다고 주장한다. 자전거 타기가 활성화 되기 위해서는 도로 건설만큼 문화적으로 친숙해지는 시도도 중요하다는 것이 그의 생각이다. “고위 공직자들이 자전거를 타고, 집에서는 부모가 자전거를 타기 시작하면 더 많은 시민들이 자전거를 타게 될 것입니다. 이게 확산되면 자전거 타는 문화가 정착되는 것입니다. 시설을 완비해 놓아도 문화가 없으면 그 시설은 방치되고 말 것입니다. 기반 시설 마련 정책과 문화 정책이 함께 보조를 맞춰서 가야 한다. 강요된 문화가 아닌 자발적인 문화. 그것이 중요합니다.”

저작권자 © 고양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