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고 세웠다 부셨다

‘일산에 과학고 들어선다’

월요일 아침부터 바빠졌다.
고양교육청 교육장은 “처음 듣는 소리인데…정보 줘서 고맙다”고. 초장부터 맥빠진다. 다음 전화 대상은 경기도교육청 학교설립기획과. “소문은 들었다. 계획 없다. 공립은 어렵고 뜻이 있는 사립고가 있다면 검토할 수 있다”는 데….

도대체 어디서 나온 사실이냐? 소문이냐?
전화 뺑뺑이를 칠 줄 알면서 교육부 전화번호를 돌렸다-중앙부처와의 통화는 항상 돌고 돌아야 한다. 처음 돌려준 지방교육기획과는 아니란다. 학교 정책과도 아니고. 조정2과 전화번호를 알려주었는데 마냥 통화 중이다. 십여 번의 손가락 운동으로 드디어 통화.

“어디서 나온 이야기인지 분명하지 않다. 강남 부동산 과열 대책을 논의하는 정부부처 회의였다는 이야기도 있고. 아무튼 과학고는 오히려 학생 수를 줄일 계획이다.” 한 연구사의 답변.

기사를 처음 만든 방송사 기자를 찾았다. “강남 교육 대책을 논의하는 자리에서 나온 이야기다. 경기도 교육청, 서울시교육청, 교육부 실무자 모임이었다. 경기북부에 과학고가 들어서면 좋겠다는 이야기가 나왔다. 경기북부 평준화지역이면 일산 아닌가.”
“일산이 실제 거론됐나요?”
“그렇게 들었다. 단 교육부 관계 부서가 참석하지 않은 모임이었다. 관계 부서에서 과학고 설립은 어렵다고 하더라. 자립형 사립고나 외국어고가 들어설 가능성은 높다.”

다시 경기도 교육청으로. 그 정체 불명의 모임에 참석했다는 부교육감실에 전화했지만 부교육감님은 회의 중. 다음 날도 왼 종일 외부에 나가신단다. 비서가 대신 대답했다. “도대체 어떤 회의인지 모르겠다. 부교육감님은 그런 회의에 참석하신 적이 없다.”

어디에도 일산 과학고는 없었다.
교육제도는 과연 누가 주무르는 건가 궁굼해진다. 부동산 대책을 논의했다는 그 모임? 몇 명의 주요인사가 던지는 말로 특목고나 자립형 사립고는 쉽게도 세워지나보다. 아니면 언론? 입맛에 맞게 재구성하는 탁월한 능력을 발휘해 교육계를 선도하고 있는 걸까.
웬지 뒷맛이 씁쓸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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