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부 전문갇업체 밑그림 전담 … 주민 의견수렴 형식적

그동안 우리의 도시개발은 ‘기성복’과 같았다. 멋진 옷을 만들고 그 옷을 선택할 능력이 되거나 선호하는 사람이 사서 입듯, 택지개발을 비롯한 우리의 도시개발은 원주민을 배려하지 않은 채 ‘폼나게’밑그림을 그렸다. 그리고 애초 그 지역에 살던 서민들을 더 외곽으로 몰아내며 새 주민을 맞는 형국이었다. 그리고 ‘지역특성화’를 말하고 ‘자족강화’를 말했다. 과연 이러한 방식이 맞을까? 뉴타운은 그렇지 않을 뾰족한 대안이 있을까?
/취재 김선주 기자·사진 한진수 부장


애초 뉴타운 사업이 추진될 때 고양시는 도시재정비 촉진사업 사업협의회에 주민대표를 참여시킬 계획이었다. 그러나 시는 ‘도촉법에 위임된 자 이외에는 위원으로 위촉할 수 없고, 재정비촉진계획 수립권자의 권한을 침해하는 내용을 정할 수 없다 ’는 유권해석에 따라 주민을 제외한 전문가들과 관계공무원으로 구성된 안을 의회에 제시했다. 그리고 지난 5월 시의회는 원안 가결했다. 건교위는 이날 본회의 심사결과 보고에서 ‘법으로 민의를 대표하는 지방의회의 참여까지 제한하는 조항에 대해서는 추후, 정책적으로 법 개정 등을 통해서 검토할 필요성이 있을 것이라고 사료된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지금까지 뉴타운 사업협의회에 주민 참여는 불가하다.


주민은 용적률 밖에 모른다?

그러나 이러한 추진 뒷면에는 밑그림을 그려야 하는 시로서 무조건 용적률 상향조절을 요구하거나, 자신들의 재산권 행사나 침해에 대해 민감한 주민을 참여시키는 것에 대한 부담감이 작용했다는 지적이 있다. 쾌적한 도시를 그려야 하는 시의 입장과 조금 덜 쾌적하더라도 내 재산이 지켜져야 하고, 내가 입주할 수 있는 곳이 되어야 한다는 주민들의 입장이 충돌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그러나 사업협의회에 주민을 제외시킨다고 이러한 갈등 과정을 겪지 않는 것은 아니다. 총괄계획가를 비롯 고양시가 하는 역할은 밑그림을 그리는 것에서 끝난다. 그러나 이후 시가 그린 밑그림으로 사업시행자를 선정하고 조합을 꾸려 사업을 추진해야 하는 것은 바로 조합원이고 주민인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갈등을 사전에 풀어 가는 과정이 없다면 이는 사업이 추진되는 과정에서 발생할 수밖에 없다.

물론 대부분의 주민들은 용적률 상향을 요구한다. 도시 전체로 보기보다는 당장 내 집이 들어간 구역에 관심이 있고 그 구역의 조속한 시행을 바란다. 집 소유자들은 가급적 임대주택 비율도 적기를 바란다. 그러나 이러한 요구의 원인은 바로 ‘재정착’에 대한 욕구가 크기 때문이다. 개발부담금이 커지면 그 만큼 원주민 재정착이 멀어지기 때문이다. 시는 이러한 주민들의 재정착 요구를 수렴할 수 있는 정책 및 대안을 적극적으로 찾아야 할 것이다. 한 예로 현재 고양시는 도시주거환경정비기금이 전무한 반면, 서울은 도시주거환경정비기금을 뉴타운지구 내 기반시설비 지원에 30%정도 할애, 주민의 부담을 덜어주는 방안을 추진중이다. 또 현재 주민 부담을 줄이는 방안으로 제시되고 있는 BTL방식 임대주택도 검토할만 하다.


형식적인 주민의견 수렴

물론 주민의견 수렴과정이 전무한 것은 아니다. 현재 원당·능곡·일산뉴타운팀은 시차가 다소 있으나 주민들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하고 있다. 재정비촉진계획수립을 전담할 총괄기획팀을 지원하는 용업업체가 주체하는 이 조사는 주거와 자영업 등으로 나누고 이를 다시 세입자와 소유자로 구분해 설문조사를 실시하거나 하고 있다. 이 설문조사에는 현 주거생활 사항·가구특성을 비롯 테마설정·재입주 등에 대한 문항이 들어있다.

그러나 이러한 설문조사가 주민들에게는 형식적이라는 입장이다. 능곡뉴타운 지구의 한 주민은 “우편으로 배달됐는데 봉투에 무슨 엔지니어링이라고 되어있어 일개 정비업체가 보낸 것인 줄 알았다”고 말했다. 또 일산뉴타운 지구의 한 주민은 “하루 이틀만에 석장의 설문조사를 다 작성하라는 것은 형식적인 요식절차가 아니냐”고 반문한다.

고양시는 “촉진계획이 수립되면 공청회나 설명회를 통해 주민들의 의사를 듣고 수렴할 것”이라고 말하지만 이에 대해서도 주민들은 회의적이다. 최근 큰 밑그림에 대한 주민설명회를 마친 능곡뉴타운 능곡I-3구역 주택재개발정비사업 조합설립추진준비위원회 이상훈 위원장은 “지난번 설명회에서 시는 이미 아파트 배치도까지 그려 주민들에게 제시했다. 추후 일정정도 변경이 가능하다고 말하지만 그 가능성이나 변경 폭이 얼마나 되겠느냐”고 반문했다.
 

지역특성에는 주민도 포함돼야

현재 고양시는 촉진계획을 수립하며 어떻게 지역을 특성화 할 것인지, 무엇은 랜드마크로 만들지, 자족기능 강화는 어떻게 가능할지를 고민하고 있다. 그리고 아직 그 해답이 분명하지 않은 상태다.

고양의 뉴타운은 서울이나 기타 경기도 다른 지역의 뉴타운과는 차이점이 있다. 달동네가 많은 서울이나 성남의 경우 밀집도가 높아 작은 구역으로도 뉴타운 추진이 가능하고, 그 구역 전체에 대해 밑그림을 그릴 수 있다. 그러나 경기도에서도 노후도가 문제가 되고 있는 고양의 경우는 도시 전체가 아주 오래되지도 않았고, 한 지역 인구 밀집도가 상대적으로 떨어져 더 넓게 뉴타운지구를 잡을 수밖에 없다. 이에 사업 속도가 늦어지거나 구역을 인위적으로 확장해야 하는 어려움이 있다. 더구나 세 뉴타운지구 모두 일산이나 화정 신도시 이전에는 가장 번화했던 곳이고, 이후 재건축 등이 이뤄져 존치구역이나 건물도 많다. 때문에 완전히 새로운 도시를 만드는 것에는 한계가 있다.

사람들은 그 생김새와 피부색에 따라 잘 어울리는 옷이 다르다. 그리고 그 사람에게 잘 맞는 옷이 그 사람에게는 가장 훌륭한 옷이다. 도시개발 역시 다르지 않다. 원주민을 ‘나몰라라’ 하지 않고 지역 특성화를 고민한다면 그 지역에 대한 심도있는 분석부터 시작해야 현재 답보상태인 ‘지역특성화’나 ‘자족성 강화’에 대한 해답도 쉽게 풀릴 수 있다. 외부인으로 구성된 전문가나 공무원에게만 밑그림을 맡긴 현재, 주민의 의견과 입장에 대한 의견 수렴, 그 생생한 육성을 통한 지역의 특성을 들을 수 있는 창구가 시급하다.

* 위 기획기사는 지역신문발전위원회 지원으로 진행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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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타운, 기대도 되고 걱정도 되지요”
현장 주민들에게 듣는 뉴타운 지역특성화

아직도 안개 속 같은 뉴타운. 그래도 주민들은 막연히 기대하고 더 많이 걱정한다. 짧게는 몇 년, 길게는 몇 대째 지역에 살고 있는 주민들에게 뉴타운에 대해 물었다. 주민들은 도시개발 전문가는 아니지만 각 현장에 살고있는 증인이고 또한 사업 주체자인 까닭이다.

▲원당뉴타운지구

박상순(13대째 거주)

예전엔 원당 이곳까지 배가 들어왔어요. 그래서 지역 이름도 배다리죠. 60년대에 고양군청이 이리로 오면서 지역이 군청을 중심으로 많이 발전했어요. 존치건물이 많아 제대로 된 밑그림이 나올지 걱정입니다. 면적도 행정타운으로는 너무 작구요. 또 제대로 된 행정타운이 되려면 일산으로 이전해 간 등기소 한전 교육청 등이 다시 시청 옆으로 와야지요. 무엇보다 현재 지역을 단절시키는 교외선을 지하화 하거나 외곽으로 옮기는 것을 시급히 검토해야 합니다.



박칠원(4대째 거주·성사2동주민자치위원장)

뉴타운 지구 면적이 너무 작아요. 인근 그린벨트를 해제해 포함시키는 게 좋을 것 같아요. 뉴타운 추진 이후 상권이 오히려 죽었어요. 주민들이 어차피 허물어질 집이기 때문에 투자를 하지 않거든요. 빨리 사업이 진행됐으면 해요. 고양시가 구상하는 노면전차는 좋은 생각 같아요. 무엇보다 인근에 서삼릉과 고양왕릉이 있는데, 이를 잘 활용해 산책로나 자전거 길 등을 만들었으면 좋겠습니다.




임종호(20년 거주)

용적률이 잘 나왔으면 좋겠어요. 그래야 우리 같은 서민들이 다시 들어올 수 있죠. 쾌적한 것도 좋지만 부담금이 커지면 어떻게 돌아오겠어요. 우리 같은 서민들을 위해 저리 대출 등도 제도적으로 갖춰졌으면 합니다. 녹지를 많이 만들어 어울림 성사체육공원 마상공원과 연계, 웰빙타운으로 만들었으면 좋겠습니다.





전하용(18년 거주)
 

‘3개월 간 영업보상비’라는 게 너무 비현실적입니다. 저는 우일시장에서 십수년 째 족발집을 하는데, 어딜 가서 그렇게 짧은 시간 영업을 이 수준으로 하겠어요. 랜드마크 타워를 시청사로 구상하는 듯한 인상을 주는데, 시청 건물이 멋지다고 누가 보러 오겠어요? 원당뉴타운은 일산신도시와는 차별화 된 전략이 필요하다고 봅니다. 주변 주주동물원 종마목장 등을 잘 활용해서 체험학습장을 많이 늘리는 것도 좋을 것 같아요.




▲일산뉴타운지구

이현규(30년째 거주)
빨리 개발됐으면 좋겠어요. 지금 생활이 너무 불편하거든요. 주차시설도 없고 도로도 협소하고. 일산시장 자리에는 대형 상가타워를 세웠으면 좋겠어요. 품목은 재래시장에 맞게요. 그리고 무엇보다 100년도 더 된 5일장은 어떻게든 살렸으면 합니다.

익명의 주민(60년 넘게 자영업)
우린 무조건 반대예요. 시집와서 지금까지 이곳에서 바지런히 일해 자식들 다 공부시키고, 우리에게 남은 건 이 가게 달랑 하난데, 무슨 재주로 부담금을 내요? 그런데 부담금을 내지 못하면 이 터전을 잃는 거잖아요.

김길수·서옥미(16년 째 거주. 음식점 운영)

너무 불편해요. 개발이 시급합니다. 하지만 부담금이 얼마나 될지 고민도 됩니다. 뉴타운이 개발되면 우서 주차문제를 잘 해결했으면 좋겠어요. 현재 주차난이 정말 심각하거든요. 그리고 공원을 많이 만들었으면 좋겠습니다. 지금 본일산에는 공원부지가 너무 적거든요.


조옥순(일산시장 내 생선가게 5년)

우린 반대죠. 우리가 다시 돌아올 수 없을 거 같거든요. 개발되면 지금 우리가 하는 것처럼 어물을 팔 수나 있겠어요? 다른 업종이 들어서겠지. 그래서 난 반대예요.

 

 

 

 

이호전(일산시장 내 옷가게 10년)

일산시장이 낙후되면서 갈수록 영업이 어려워요. 하루속히 개발이 되었으면 좋겠어요.









김명환(수십년 째 일산 거주)

원주민 재정착 방안을 만들어줬으면 좋겠어요. 전 택시운전을 하는데, 가만 보면 현재 고양시는 신일산과 본일산을 연결하는 도로가 너무 빈약해요. 특히 보도나 자전거도로는요. 그 축을 잘 만들어 본일산 주민들이 자전거를 타고 호수공원을 다닐 수 있으면 좋겠어요.






김광오(5대째 거주)
 

이미 새 아파트를 저렇게 많이 만들고 뉴타운으로 묶었으니 무슨 밑그림이 나오겠어요. 억지로 묶은 거지. 존치지역이 너무 많아요. 현재로는 재산권이 열악한 주민은 자꾸 오지로 내모는 꼴이에요. 일산시장은 인근에 경의선도 있고 하니 기차를 타고 놀러온 사람들이 볼거리 먹을거리를 찾아 올 수 있는 풍물시장을 제대로 만든다면 효과가 좋은 것 같아요.






▲능곡뉴타운지구

이주길(2년 거주)

능곡이 고양의 관문인데 그동안 너무 소외됐어요. 현재 집들이 인재가 날 만큼 낡은 집이 많아요. 그런데 뉴타운 사업을 추진하는 시는 탁상공론을 하는 느낌이에요. 과연 그들이 이 지역에 몇 번이나 나와 봤을까요? 그저 외부 전문가들이 해외 사례를 접목시키는 방식으로는 제대로 된 밑그림이 나올 수 없어요. 많은 주민들의 의견을 들어야 좋은 의견이 나오지요. 우리 구역의 한 곳이 집이 아주 낡았는데도 인근 원룸 때문에 제외됐어요. 그게 왜 방법이 없습니까. 그 구역만 편입시켜 공원으로 만들어도 되지. 문제를 치고 나가려는 적극성이 보이지 않아요.


이상훈(6년 거주)

서울의 경우 색깔있게 재개발을 하라고 강조하고 있어요. 그런데 현재 고양시는 계획수립 단계에서 용적률은 물론 단지 배치도까지 그려서 설명회를 합니다. 물론 약간 변경은 되겠지만 주민의견 수렴 창구가 너무 좁아요. 또 당장 축대에 금이 가고 개발이 시급한 곳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인근 구역의 노후도가 안되니까 개발구역을 묶었어요. 그럼 노후된 주택이 많은 우리 구역은 불안하게 몇 년을 더 기다려야 합니다. 쾌적한 것도 좋지만 현재 진행추이로는 주민 부담금이 너무 커요.



하성임(20년 거주)

설명회를 듣다 보면 공부는 잘했는지 몰라도 지역 특성을 너무 모르고 애정도 없다는 생각이 들어요. 주민과 충분한 대화가 이루어지지 않아요. 도예의 거리를 만들겠다는 것도 현실성 없게 느껴져요. 너무 난데없잖아요. 차라리 행주산성과 연계한 어떤 사업을 구상하는 게 맞는 거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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