람사르총회가 남긴 것

지난 11월4일로 장장 10일간의 긴 일정을 마치고 드디어 람사르총회(COP10)가 창원에서 막을 내렸다. 습지 보전, 그리고 현명한 이용이라는 화두로, 158개국의 당사국(Contracting party, 가입국, 체약국이라고도 한다)을 비롯해 국제기구, NGO들이 함께 모여 향후 6년 간의 이행전략, 총회의 주기와 같은 협약의 운영방침, 조류인플루엔자와 같은 과학기술적 의제, 논습지결의안과 같은 당사국들이 제출한 의제등 33개의 안건들을 놓고 열띤 설전을 벌였다. 늘 그렇듯이 국제무대에서 국가의 이익과 국제적 협력이라는 양팔저울로 각국의 대표자들은 문구하나 하나를 가지고 채택이냐 삭제냐에 예민함을 보였다.

긴 일정을 그나마 즐겁게 눈요깃거리를 제공한 것이 전시장이었다. 각양 각색의 홍보부스에서 각종 포스터와 브로셔, 책자를 나누어주거나 새로운 기술을 선보였으며, 자신이 보유하거나 보전하고 있는 습지상황을 알리기 위해 국내외의 많은 기구와 지자체가 맵시 있게 전시장을 꾸몄다. 그중 돋보이는 것은 한국과 일본 민간 부문의 부스였다. 비록 람사르총회에 의결권은 없지만, 부스를 통해 한국과 일본의 습지보전 노력들, 네트워크활동들을 솔직하게 그리고 아기자기하게 구성해 많은 관심을 끌었다.

그래서 이번 총회가 우리에게는 무엇을 남겼을까. 결론부터 말하자면, 긍정적인 면에서 대한민국 환경외교의 위상을 높였다는 점, 그리고 우리사회에 습지의 중요성에 대한 공감대가 넓혀졌다는 점, 국제협력과 제3세계 습지보전의 기여도가 요구된다는 점, 갯벌보전의 필요성이 다시 한번 각인되었다는 점, 논의 습지로서 중요성을 인식했다는 점 등을 들 수 있겠다. 그러나 습지보전 정책의 개선 실패, 연안매립과 하천습지파괴 정책의 행정불합치라는 모순의 미해결, 민간부문의 국제적 위상을 높이기 위한 노력의 한계 등이 과제로 남았다.

특히 논의 생물다양성에 주목하게 된 점은 희망적이다. 논이 습지일까. 습지는 물과 흙이 버무려 놓은 생물의 서식처로 다양한 생태계서비스를 제공하는 지구의 콩팥이다. 논이 쌀 이외의 생명체를 보육하고 지구생태계에 영향을 미치는 중요한 존재인가. 이에 대한 전 세계의 화답은 예스이다. 이를 통해 논을 매립하는 행위에 대한 제한 근거가 만들어 졌으며, 논을 논으로 유지할 수 있도록 생태적, 사회적, 경제적 가치를 부여한 것이다. 또한 논 생태계에 영향을 줄 수 있는 농업용 관개수로나 저수시설에 대해 반생태적 반환경적 시설에 제동을 걸게 되었다.

또 하나의 희망, 갯벌에 대한 의무 강화됐다는 점이다. 우리나라의 갯벌은 크고 넓어서 세계적으로 중요한 갯벌이라고 부르는 것이 아니라, 생물서식처로서 안정된 생태계와 습지생산물로서 인간에게 주는 습지서비스가 중요하기 때문이다.

특히 황해(Yellow sea)는 얕은 물을 이용하는 도요새와 물떼새들의 중간기착지로서 너무 너무 중요하기 때문에 월동지나 번식지 이외에도 중간먹이공급처인 황해갯벌을 보호하자는 목소리가 높았다. 그러나 금강, 만경강, 동진강, 영산강, 낙동강 등 수많은 강하구와 내만이 막히면서 갯벌의 생태계부양능력이 현저하게 떨어지고 결국 도요, 물떼새 수가 급감하다. 이도 모자라 람사르총회를 개최하는 올 한해에도 23건의 연안매립이 승인된 현실에 대해 설명할 길이 없다. 총회기간 내내 새만금간척과 연안매립특별법이 습지당국의 발목을 잡고 있었지만, 국제사회도 달리 대안이 없는 것도 사실이다.

람사르협약은 강제협약이 아니기 때문이다. 다만, 대한민국에게 ‘개발사업으로 인한 영향에 대해 새만금 및 습지보호지역의 영향을 모니터링하고 보고하라’는 문안을 삽입하는 것으로 합의를 보았다. 그나마 NGO들의 긴급 대처로 인해 수정된 문구였다. 또한 ‘대한민국 정부가 대규모연안매립정책을 포기하는 것에 대해 환영한다’는 문안이 그대로 통과되어 앞으로 연안매립정책의 선회를 갈망해 본다.

한동욱 /2008람사르총회를 위한 한국NGO네트워크 공동집행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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