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층취재 ‘뉴타운드림’⑤

▲ 롯본기 힐스의 랜드마크 타워인 모리빌딩. 54층인 이 건물의 최고층에는 미술관이, 바로 아래는 전망대가 자리하고 있어 관광객의 발길을 끈다.

2년 이상 밑그림 … 원주민 재정착 성공적

전문 : 관광객 평일 11만 명, 주말 13만 명. 연간 4200만 명(외국인의 비율 약 10∼20%)이 찾는 도시. 근무자가 2만 명인 이 도시의 주민 수는 2000명. 주민 수보다 근무자가 많고 근무자 보다 유동인구가 비교도 안되게 많은 이 도시는 다름 아닌 일본 롯본기 힐스이다. 노후 된 도시를 새로 만든 지 이제 5년밖에 안됐으나 롯본기 힐스는 이미 세계적으로 ‘성공한 재생도시’로 손꼽히고 있다. 일본 롯본기 힐스가 뉴타운을 추진하는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는 무엇일까.
/취재 김선주 기자 | 사진·통역 리츠메이칸대학교 국제경영학과 황태극

▲주민참여 창구 일찌감치 마련
미나토구에 위치한 롯본기 힐스는 1986년 도쿄도의 롯본기 지역에 대한 재개발방침에 따라 ‘재개발유도지구’로 지정되면서 시작됐다. 이듬해인 1987년에 미나코구가 ‘재개발기본계획’을 책정하자 모리빌딩㈜와 아사히TV가 최고급·최상의 기능을 갖춘 도시 재생사업을 추진하겠다고 나선 것도 이 때다.

롯본기 힐스의 주민참여 창구는 일찌감치 마련됐다. 1988년에 마을단위로 마을의 장래를 생각하는 ‘마찌 쯔쿠리(마을만들기)간담회’가, 1990년에는 ‘마찌 쯔쿠리협의회’가 각각 만들어졌다. 미나토구 구청 재개발지도과 바바야스요시 계장은 “마찌 쯔쿠리(마을만들기)간담회는 권리자(주민) 중심으로 운영되며 그 외 전문가와 관이 함께 참여한다”고 전했다.

1991년에는 토지소유자 및 차지권자에 의해 ‘재개발준비조합’이 설립됐다. 이들은 살기 좋은 마을, 제대로 된 도시계획을 위해 끊임없이 대화하고 연구했다. 재개발조합이 만들어진 것이 1998년이고 또 착공된 것이 2000년 4월이고 보면, 사업기간 17년 중 12년 이상이 주민과 관이, 그리고 개발업체가 소통하고 설득하고 조율한 시간이라고 봐야 할 것이다.

▲ 모리미술관은 현대미술 마니아들을 끌어들이며 롯본기 힐스를 대표한다.

▲원주민 대부분 재정착
우리가 롯본기 힐스에서 또 하나 주목할 것은 원주민 대부분이 재정착을 했다는 것이다.
롯본기의 개발은 전체 주민 약 500명 중 재개발사업에 동의한 주민이 400명에 이른다. 그리고 이들 대부분이 재정착에 성공했다.

▲ 롯본기 힐스에는 840세대가 입주할 수 있도록 주택이 들어서 있다. 이 중 400세대에는 원주민이, 나머지 440세대는 모리빌딩(주)가 임대를 하고 있다.
바바야스요시 계장은 그 이유에 대해 “개발업체인 모리부동산이 보상금으로 주민들이 소유한 토지에 대한 가치에 개발 후 예산되는 이익에 대한 권리자전용가치(개발이익금)를 더 보상해 주는데, 그 액수가 이후 분양되는 것과 차이가 거의 없다”고 설명했다. 즉 추가부담금이 적다는 뜻이다.

때문에 재정착을 하지 않은 경우는 개발을 원하지 않던 주민, 즉 개발이 되면 토지에 대한 개인 소유권 대신 공유재산으로 변경되는데 이러한 것이 싫은 사람들을 중심으로 재정착 하지 않았다고 한다.

일본의 재개발이나 재건축에서 권리자전용가치는 그 도시의 가치에 따라 편차는 있지만 대부분 우리의 경우처럼 분양가와 그 간극이 크지 않다고 한다. 그러나 일본 역시 영세한 경우 재입주의 비율이 낮은 것은 사실이다.

미나토구 구청 미오 노부유키 재개발담당은 “미나토구의 영세한 주민이 많은 구역의 경우 재정착 비율이 약 50% 수준”이라고 전하며 “그 이유는 대부분 개발이후 주택 및 상가의 평형이 커지는데, 영세한 주민들의 경우 이를 원하지 않고 대신 이를 팔고 다른 지역으로 간다”고 설명했다.

▲사업성 위해 용적률 인센티브

미나토구도 우리의 뉴타운처럼 도시기반시설비를 모두 민간사업자가 부담했다. 도시기반시설을 만들고 주민들의 추가부담금도 적은 상황에서 민간사업자가 개발에 뛰어들고 성공할 수 있었던 결정적인 이유는 바로 개발이익을 철저히 조합원가 민간사업자가 나누었기 때문이다.

민간주도로 이루어진 롯본기힐스는 공공기반시설을 민간사업자가 확충하는 대신 관은 개발에 대한 법적 조건을 완화했다. 용적률을 높이는 인센티브를 적용하는 것 등이 그 예다. 용적률을 올렸다고 도시 미관을 고려하지 않은 것은 아니다. 수 차례 전문가의 자문을 통해 주택과 모리빌딩 등을 고층으로 올리며 그 외 지역의 녹지를 확보했다.

또 840가구가 입주한 주택빌딩에 400가구는 원주민이, 그리고 440가구는 모리빌딩(주)이 소유하고 이를 비싸게 임대하고 있다. 또한 전망대 및 모리미술관을 효율적으로 운영하며 이윤을 추구하고 있다.

미나토구는 이런 식으로 큰 돈을 들이지 않고 도시를 정비하고 있다. 롯본기 힐스는 물론 아쿠힐스 이즈미가든 등도 마찬가지다. 현재 7곳에서 마을만들기의 일환으로 마스터플랜을 세우고 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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