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간업체와 불리한 약정·과대 계상된 수요예측

경전철 사업에 뛰어든 지자체가 경기도에서만 9개다. 용인, 의정부, 광명, 부천은 이미 공사에 들어갔으며 성남, 수원, 고양, 시흥, 김포 등 5개 자치단체는 예비 타당성 조사 등 기초 조사에 착수했다. 가시적인 치적을 중시하는 단체장들에게 경전철 사업은 괜찮은 단골 메뉴라는 시선도 있다. 하지만 각 지자체의 경전철 사업 과정에서 잡음이 끊이질 않고 있다. 이번 호는 타 지자체의 현황에 비춰 볼 때 고양시 경전철이 고려해할 있는 점은 무엇일까를 짚어본다.
/이병우 기자
woo@mygoyang.com


용인, 분당선 연장노선 지연에 적자 불가피

2005년 12월 17일 용인경전철 사업을 위한‘첫 삽’을 떴다. 에버랜드와 연계되기 때문에‘에버라인’이라고 불려지기도 하는 용인경전철은 기흥구 구갈동에서 처인구 포곡읍 전대리까지 18.4km를 잇는다. 2008년 10월 현재 토목분야는 79.3%, 통신기전 분야는 71.5%가 추진돼 전체 공정률 75.6%에 달하고 있다. 그리고 첫 삽을 뜬 이후, 3년 6개월이 지난 내년 6월 개통 예정이다.

용인 경전철 사업은 민간사업비 3973억 원, 국비 1044억 원, 지방비 1043억 원, 개발분담금 910억 원 등 총 사업비 6970억 원이 투입된다. 또 경전철 차량 전문 업체인 캐나다 봄바디어사가 주축이 된 민간컨소시엄인 (주)용인경전철 주식회사가 건설사업을 시행한다.

▲ 용인 경전철 : 분당선 연장노선 개통이 늦춰짐으로써 적자가 예상되는 용인 경전철 구조물. 현재 전체 공정률 75.6%를 보이고 있다


표면적으로 드러난 용인 경전철 사업은 이렇다. 하지만 ‘국내 최초’라는 수식어가 붙는 용인경전철 사업의 속을 들여다보면 개통에 따른 암초가 용인시를 고민스럽게 만들고 있다. 용인시 경량전철과 유기석 전철기획팀장은 “민간사업자가 참여하는 BTO 방식으로 준공과 동시에 소유권은 용인시에 귀속되고 관리운영권은 사업시행자인 (주)용인경전철 주식회사가 30년 간 갖게된다”고 말했다.

여기서 용인시가 맞이한 결정적인 암초는 분당선 연장노선 개통(오리∼신갈∼수원 19.6㎞)이 늦춰진다는 사실이다. 용인 경전철 이용이 활성화되려면 경전철 환승역인 기흥역까지 분당선 연장노선이 개통돼야 한다. 그러나 분당선 완공이 2013년으로 늦어질 예정이어서 내년 6월 경전철 완공 후 약 4년 동안 이용객이 없어 적자가 불가피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에 따라 용인시는 분당선 연장구간 개통 때까지 발생하는 적자 추정액 최대 2600억 원을 운영회사인 용인경전철에 보상해 줘야할 형편이다. 용인시는 2004년 봄바디어사가 주축이 된 민간 컨소시엄인 이 회사와 운영 손실이 발생하면 보전해주기로 약속했다. 사실 용인시 박순옥 전의원에 의해‘용인경전철 성공은 분당선 연장노선 개통이 열쇠’라는 지적이 여러번 있었다. 용인 경전철 사업은 분당선 복선전철 사업의 지연 상황을 감안하지 않고 추진돼 재정부담 가중이 우려된다는 지적을 감사원으로부터 받았다.

수요 예측에서도 빗나갔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용인시 경량전철과 유기석 전철기획팀장은 “용인경전철 1일 수요 예측량이 당초 14만 6000명이다”고 말했다.

그러나 손남호 용인경전철 국민감사 청구 시민대표가 2006년 작성한 청구이유서는 “96년경 용인경전철사업을 삼성에서 실시하려고 해 우선협상대상자로 지정돼 용인시 전체가 경축을 하는 행사를 하고 환영하는 플랭카드를 설치하는 등 시민들이 동조를 했었다. 그러나 삼성은 타당성 조사에서 수요예측에 본질적으로 이익이 남지 않는다는 용역보고와 에버랜드 유원지 조성계획에도 경전철의 수요가 45% 수준으로 민간자본을 투입할 수 없다는 결론으로 사업을 포기했다”고 명시하고 있다.

봄바디어사와 관리운영권에 대해 30년이라는 장기계약도 문제로 지적되고 있다. 손남호 용인경전철 국민감사 청구 시민대표는 “민간투자법과 일반지침의 15년 계약을 전면 위배한다”고 주장한다.

의정부는 노선문제로, 광명은 사업비 분담으로 진통

2011년 8월 개통 예정인 의정부 경전철의 경우 노선을 두고 시와 주민들간의 갈등이 수 개월째 계속되는 양상이다. 민간투자방식으로 지난 2007년 8월 착공한 의정부 경전철의 당초 노선은 신곡동∼고산동간 약 11㎞의 노선이었다. 그러나 이 노선 대부분 구간이 하천 중앙을 지나가도록 설계돼 하천 범람과 안전성 우려가 커져 노선 수정 문제에 부딪혔다. 즉 노선을 아파트 단지 옆으로 변경하게 된 것이다. 그러자 이번에는 의정부 호원동 회룡천 인근에 위치한 아파트 주민들이 반발하고 나섰다.

광명시가 추진 중인 관악에서 철산까지 10.4km 구간을 잇는 광명선은 사업비 분담 문제로 광명시와 안양시가 신경전을 벌이는 양상이다. 두 자치단체에 따르면 광명시는 올해 초부터 안양시에 광명선 경전철 사업비 중 일부를 부담해 줄 것을 수 차례 요청했다. 광명선 경전철이 광명시 자체 사업이지만 노선 일부 구간은 안양시에 속한 만큼 사업비 분담을 요청한 것이다. 광명시는 전체 구간 10.4km 중 약 1.8km 구간이 안양시 땅에 있고, 사업이 완료되면 안양시민들도 큰 혜택을 볼 수 있다는 이유를 들어 안양시에 대해 이 요구안을 관철시키려 하고 있다.

광명시는 현재 우선협상대상자로 고려개발을 선정해 협상을 진행 중이다. 광명선은 민간사업자금 68%가 투입돼 2009년 완공될 예정이다. 광명시는 그러나 안양시가 사업비 분담을 거절하면 시 제정 여건상 사업지연 등의 어려움이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부산사상역에서 김해신명마을까지 23.9km를 잇는 김해∼부산 경전철은 2005년 감사원에 의해 ‘적합하다’는 감사결과를 받은 대신 부풀려진 수요예측 때문에 감사원의 권고안을 받아들여야 했다. 즉 2860억원의 부당 지출이 있다는 감사원의 지적에 따라 이 금액만큼의 예산안이 삭감됐다.

변수 충분히 고려하고 수요예측도 검증 필요

이처럼 각 지자체의 경전철 사업에서 문제가 되는 점을 요약하면 다음과 같다.
우선 경전철이 민자사업으로 추진되는 과정에서 불거지는 문제점이다. 경전철이 사회기반시설이라는 점에서 정부의 재정지원이 있어야 하나 정부의 재정 여건상 그렇지 못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따라서 부득이하게 경전철 건설사업은 민자사업으로 추진되고 있다. 민간업체와의 협의과정은 미래에 닥칠 모든 변수를 고려해 투명하게 이뤄져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지자체 담당부서의 전문성도 요구된다. 용인시의 한 시의원은 “용인 경전철 사례에서 보듯이 지자체가 민간 업자의 협의과정에서 불리하게 약정할 여지가 다분하다”고 말했다.

다음은 수요예측 부문이다. 경전철 수요는 경전철만을 고려한 독립적인 수요가 아니라 전체 교통수요를 속에서 경전철이 분담하는 수요이어야 한다. 더군다나 민자사업의 대부분이 수요예측의 과다 계상으로 투자비를 과다 지출토록 유도할 수 있다. 그리고 한 용역기관이 내놓은 수요예측 결과를 충분한 시간을 가지고 검증할 수 있는 절차가 반드시 이뤄져야 한다.

<해외사례 : 일본 & 스페인>

“주민의견 수렴하느라 사업 18년 소요”
경영적 어려움 불구 공익적 측면서 운영

동경과 인접한 위성도시로 인구수가 현재 93만 명 수준이다. 1960년대 인구 24만이던 치바는 70년대에 48만, 80년대에 75만 등 기하급수적으로 인구가 늘어났다. 베드타운이었던 치바시는 출퇴근 시간마다 동경으로 출근하려는 차량으로 8㎞ 구간을 통과하는 데 1시간 30분이 소요될 만큼 곤혹을 치렀다.

모노레일의 필요성은 이렇듯 현지 주민들의 출퇴근 교통수단으로 대두됐다. 이에 주요 주거지역을 경유해 치바역에 연결하는 안이 제시됐다. 애초 순환식이 제시됐으나 사업일정과 사업비 등의 문제로 현재는 1단계 15.2㎞가 조성됐다. 그런데 이 1단계가 조성되는 데만 18년이 걸렸다. 모노레일 설치여부, 노선문제 등을 놓고 치바시는 주민과 대화한 세월이었다. 현재 기존 구간에 2㎞를 연장하고자 하는데, 이 역시 주민과의 소통만 5년째라고 한다.

건설비용은 치바시가 26% 치바현이 26% 그리고 민간기업과 은행 등 투자자가 48%를 분담했다. 현재 운영은 민과 관이 공동출자 해 설립한 ‘치바도시 모노레일(주)’이 운영하는데 적자다. 현재 치바시는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2년 전부터 회사자산의 50%를 무상으로 떠안았다. 이는 전기세, 개찰기 등 운영비를 관이 보조하는 것을 뜻한다.

이는 치바시만의 문제가 아니다. 치바도시 모노에일(주) 경영관리실 기획부 이마제키 신지 기획계장은 “민간이 제안한 동경모노레일을 제외하고는 대부분의 모노레일이 적자”라고 설명했다. 이들이 모노레일을 운영하는 것은 공익적 측면에서지 사업성 때문은 아닌 것이다.

한편 치바모노레일은 공중 위에 설치된 강철제의 레일을 이용해 소음이 적은 편이다. 대신 교각부분의 일조권 문제와 전파장애 등의 민원이 다소 발생했으나 지금은 해결된 상태라고 한다. 사생활침해(특히 역사주변)에 대한 우려도 있었으나 이 부분은 역사를 설립할 때 외장벽을 만듦으로써 해결했다고 한다.

한편 타카나시 마사미 실장은 “현재 일본에서는 미래교통수단으로 노면전차가 긍정적으로 평가되고 있다”고 전했다. 한 때 도심에 설치됐던 모노레일이 교통체증 해결에 전혀 도움이 되지 않아(교통신호 등의 문제로) 사라졌는데, 도심이 아닌 외곽이나 농촌을 중심으로 노면전차가 다시 생기고 있다는 것. 타카나시 마사미 실장은 “고령화사회로 접어들면서 노인들이 고가를 오르내리는 데 어려움을 느끼기 때문에 노면전차에서 버스로 곧바로 환승이 가능할 수 있는 시스템으로 검토가 이뤄지고 있다”고 전했다. 그는 또 “도로를 확충하고 교통시스템이 정비된 지금은 노면전차를 도입해도 예전 같은 문제는 적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선주 기자 sunjoo@mygo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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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면전차, 교통편리성과 인간존중 모두 해결”
타 교통과의 연계문제 전용도로 형태로 극복 가능

본인이 거주하고 있는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운행중인 노면전차(일명 ‘트램’)를 고양시가 계획하고 있는 고가형태의 경전철에 대한 대안으로 제시하고자 한다.

바르셀로나시가 노면 전차를 선택한 이유는 이렇다. 문화 관광 산업 및 녹색 도시에서 고가형태는 상상을 할 수 없는 일이며, 인간 존중과 경제성을 감안해 착안되었다는 것이다. 즉 노면 전철은 노약자는 물론, 어린이, 휠체어에 의지한 장애자, 자전거와 유모 차량을 모두 배려한 교통형태로 선택되었다. 유럽 전체에서 바르셀로나처럼 노면전차를 운용하고 있는 도시는 2008년 현재 18개 도시다. 이 노면전차를 고양시에도 적용해도 무방하다.

타 교통과의 연계문제에 있어서는 전용도로의 형태로 극복이 가능한 부분이다. 또 교차로에서의 회전반경 역시 굴절버스 수준의 도로 폭만 확보되면 된다.

속도저하 문제에 있어서도 그렇게 문제가 되지 않는다. 고양시가 추진하는 모노레일 구간에 동일하게 적용했을 때 식사에서 경의선 환승역, 킨텍스에서 지하철 3호선 구간을 메인 구간으로 볼 때, 실 주행 구간은 4km다. 이렇게 볼 때 이동에 소요되는 시간은 모노레일과 비교해 3분 이내의 차이만 존재한다.

환경적 측면에서도 고가형태의 경전철에 비해 노면전차가 우수하다. 계절 잔디를 입혀 지열의 낮추는 것과 동시에 도시환경을 배려한 세련된 디자인으로 얼마든지 구축할 수 있다.
고양시가 노면 전차보다 모노레일을 좋다고 평가한 이유는 우리사회의 교통문화에 기인한바가 크다고 생각한다.

바르셀로나시의 노면전철은 보행자와 시민, 도심의 교통 억제, 교통낙후 지역의 대중교통 인프라 구축 등 가능한 모든 고려사항을 검토한 후 종합적 개선책으로 접근한 반면, 고양시는 킨텍스, 한류우드와 낙후지역의 교통 인프라만 고려하고 있다. 이것은 중요한 차이점으로 보여진다.

바르셀로나시의 노면전철이 시사하는 바는 도시의 미적 감각을 고려하는 한편 ‘인간존중’이라는 철학을 도시구조물에 반영했다는 점이다. 우리 고양시가 나아가야 할 방향 역시, 시의 구성원인 시민들의 교통편리성을 제공하면서 인간 존중의 개념을 투영시켜야 하는 쉽지 않은 정책의 결정이 필요하다고 본다.
/심송학 21 C 일산포럼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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