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면 지하 고루 검토, 실패시 경제적 사회적 부담 커

▲ 고양시 모노레일과 흡사한, 일본 오키나와에서 운행 중인 모노레일.

교통문제를 해결할 신교통수단으로 등장한 경전철. 하지만 경전철 사업의 성공을 함부로 장담할 수 없다. 국내에는 경전철 도입 초기 단계라서 필요성은 제기됐지만 그 효과는 입증되지 못했다. 이러한 현실에서 고양시가 계획하고 있는 고가형태, 수요, 노선 등에 관해 제 3자의 입장에 있는 전문가들의 의견을 들어보았다.

지선 기능이 수요예측에서 중요

킨텍스와 한류우드 등의 시설 유치로 수도권 이용인구가 대규모 유입되고, 고양시 안팍에서의 택지개발로 인해 분명 교통수요의 증가가 예상된다. 이 때문에 신교통수단인 경전철의 도입이 필요성이 제기된다. 문제는 경전철이 교통수요 증가에 대한 설득력 있는 예측이다. 교통개발연구원이 지난 7월 내놓은 공청회 자료에 따르면 2014년 1일 고양 경전철 수송수요량을 9만 4968명에서 10만149인으로 내놓았다.

한양대 도시대학원 노정현 교수는 “하루 10만은 지하철 수준의 수요”라며 “킨텍스, 한류우드 등이 어느 정도 유입시킬지도 모르지만 가능성이 희박한 수요”라고 말했다.

한 도시계획가는 “고양시의 교통이 현재 어렵다는 절실한 뭔가가 손에 잡히지 않는 상황에서 경전철 사업을 당장 진행하기보다 그 시기를 조금 미뤘으면 한다”고 밝혔다. 그는 “지상교통으로 계획을 했는데도 부족하니 그 다음 대안으로 경전철을 들고 나와야 된다”며 “고양시 전체 도로개설률을 감안하지 않고 경전철 수요를 독립적으로 예측하면 안된다”고 지적했다.

이에 반해 경상대 도시공학과 김경환 교수는 “교통문제가 발생하고 난 뒤에 대책을 세운다면 옳은 정책이 아니다”고 주장했다. 김 교수는 “현재 대중교통수요 예측에서 중요한 것은 자가용 이용자들을 어느 만큼 유인할 수 있느냐 이며 한류우드 등의 유발교통에 대한 확신이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노정현 교수는 “고양 경전철 노선이 지선의 역할을 어느 정도 효과적으로 하느냐, 즉 교통이용자 측면에서 간선에서 지선으로 갈아탈 때 별 무리없이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는가도 수요에 크게 영향을 미친다”고 강조했다.

경전철의 미래 수요는 노선과 밀접한 연관성을 가진다. 뿐만 아니라 킨텍스와 한류우드의 확충됨에 따라 어느 정도 수도권 수요를 흡수할 것인가, 그리고 계획된 노선이 기존의 대중교통이나 자가용 교통 이용자를 어느 만큼 흡수할 수 있느냐도 관건이다. 노선, 전시·위락시설이 수도권 인구를 유입하는 정도, 이용자 측면에서의 편리성 등 모든 변수가 종합적으로 고려된 수요예측이 이뤄져야 한다.

고가·노면·지하 중 더 신중히 고려해야

고양 경전철 사업에 대한 용역을 맡았던 한국교통연구원은 마산 창원 진해를 연결하는 노선은 노면전차가 적합한 것으로 거론했다. 왜 같은 용역기관에서 연구했는데 고양 경전철은 고가 형태이고, 마산 창원 진해의 경전철은 노면전차 형태가 적합하다는 결론을 내린 것일까.

한국교통연구원의 배춘봉 연구원은 “창원은 노면전차가 건설되어도 될 만큼 보조도로가 확보된 반면 고양시는 그렇지 못하다. 고양의 기존 노선에 노면전차가 구축된다면 백마로에서 버스나 택시의 정체가 심하게 일어날 것이다”고 설명했다. 배 연구원은 “노면전차는 버스를 포함한 대중교통체계 전체의 개편과 함께 이루어져야 성공할 가능성이 높다”고 덧붙였다.

노면전차는 기존 도로에서 직접 승·하차 할 수 있다. 또 도시경관 훼손을 최소화하고 교통약자인 노인과 어린이 등도 이용이 편리하다. 무엇보다 사업비용이 적다. 하지만 기존도로의 차선 수에서 최소 2차선이 감소한다. 사업권 침해로 기존의 버스 혹은 택시 사업자들의 심한 반대에 부딪힐 수도 있다. 또 전차와 다른 교통 수단과의 충돌이 발생하면, 다른 교통 수단에 타던 사람의 치사율도 높아진다.

한 도시계획 전문가는“다른 교통수단인 버스나 택시, 자전거 등과 연계 환승체계가 구축된다면 노면전차가 가장 효과적인 경전철 시스템이다”고 말했다.


▲ 서울시의 지하 형태 노선으로, 지난 10월 31일 착공한 우이 - 신설 경전철 정거장개념도.
그러면 지하형태의 경전철은 어떠할까. 지하형태 경전철을 꺼리는 가장 큰 이유는 바로 비용부담이다. 기존의 지하철들 비용에 육박하는 비용이 들어간다. 국내 지하철 사업은 만성 적자에 허덕인다. 그럼에도 서울시 경전철의 경우, 당초 고가형태의 모노레일로 계획되었다가 현재 7개 노선 중 상암동 DMC선만 모노레일이 도입되고, 나머지 노선은 대부분 지하 경전철 형태로 운행하게 되었다. 지하 경전철 형태의 우이∼신설 노선이 지난 10월 31일 이미 착공됐다. 비용을 늘이는 대신, 경관을 헤치는 문제와 기존 대중교통 혼란을 애초에 차단하자는 쪽을 서울시는 선택한 것이다.

고양시가 선택한 고가형태의 경전철이 녹지축 파괴를 최소화하고 지역의 흉물이 되지 않기 위해서는 오랜 시간을 두고 좀 더 면밀한 연구가 필요할 것이다. 다른 대안인 노면전차나 지하형태의 경전철도 함께 고려해 교통수요, 비용, 환경, 안전, 노선 측면에서 구체적인 수치로써 시민들을 설득할 수 있는 비용 편익 분석이 이뤄져야 할 것이다.

시민들과 일정정도 합의 형성 필요

각 지방자치단체들은 철도전문가가 부족한 실정이다. 철도건설에는 수많은 법령이 관계되어 있고, 고도의 공학지식을 요구되기도 한다. 또 수많은 건설결과물과 설비를 하나로 합쳐 안전하고 효율적인 철도라는 시스템을 만들어내야 한다. 지자체로서는 여러모로 역부족인 것이 사실이다. 그리고 국내 경전철 도입 사례 중 아직까지 뚜렷하게 성공한 예도 찾아 볼 수 없다. 경상대 김경환 교수는“경전철이라는 새로운 것에 대한 불안이 크게 작용한 것으로 판단되지만 선진도시교통을 구축하기 위해서 경전철이 강구돼야 한다”고 말했다.

지자체의 전문성 부족뿐만 아니라 시의 강행 일변도로 경전철 문제를 해결하려는 자세도 문제다. 경전철과 관련 고양시민들과의 일정정도 합의형성이 반드시 필요하다는 것이다. 경전철 사업은 고양시민들의 재산권과 생활권이 얽혀있는 문제로 사업결과가 직접적으로 시민들에게 영향을 미친다. 그런 만큼 시는 찬반이 극명하게 대립되는 현실에서도 주민요구 수렴 절차를 가지고 어느 선까지 시민들의 요구를 받아들일 것인가에 대한 명확한 기준이 마련해야 한다.

고양시 경전철 사업이 가시화되려면 고양시는 일단 도시철도 기본계획 수립안을 국토해양부에 제출하고 이 수립안이 관계부처 장관 협의를 거쳐야 한다. 이어 국토해양부의 도시철도 위원회의 심의를 거쳐 도시철도 기본계획이 확정되면 고양시에 최종적으로 통보하는 과정이 남아 있다. 경전철 사업을 강행하느냐, 아니면 전면 철회를 하느냐를 지금 바로 결정하기보다 재검토를 위해 보류 쪽에 힘이 실릴 수도 있다. 시민들과의 합의 형성과 경전철 사업 진행상 간과했던 변수를 헤아리는데 시간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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