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창의 / 경기도교육위원

교육의 진정한 목표

성희어머니, 어느덧 2008년도 마지막 달력 한 장을 남겨두고 있습니다. 이즈음이면 우리 학부모들과 아이들은 학교 진학문제로 고민에 휩싸이게 됩니다. 더욱이 상급학교 시험을 치른 중3, 고3 학생을 둔 학부모들은 그 결과에 마음을 바짝 졸이고 희비가 엇갈리지요.
성희어머니도 올해 성희가 대학수학능력시험에서 기대치만큼 성적을 거두지 못해 매우 속이 상하셨지요. ‘아이가 정말 열심히 공부를 했는데, 한번 시험으로 모든 게 허사로 돌아간 것 같아 기운이 쭉 빠진다’고 하셨지요. 전화로 듣는 음성이 무척 가라앉고 풀이 죽어있는 것 같아 안타까웠습니다.

제가 학부모 모임에서 만난 성희어머니는 그래도 바른 교육관을 가진 분으로 기억되는데 막상 자기 자녀의 진학문제에는 초연할 수 없구나 생각했습니다. 성희어머니는 학부모들끼리 모이면 어느 대학 몇 명 들어간 실적으로 고등학교 순위를 매기는 걸 마뜩찮아 하셨지요. 그러면서 일제고사 부활과 극심한 시험경쟁체제에 내몰린 학교교육 문제를 걱정하셨지요. 자녀들을 이리저리 내몰고 닦달하는 게 아니라 제 공부를 스스로 하도록 옆에서 지켜보는 편이셨지요. 그런데 막상 대학 진학시험 결과가 뜻대로 안 되니 그 동안의 공부가 모두 헛일이 된 것 같다고 하시는 것을 보고 놀랐습니다.

성희어머니, 지금의 교육현실 속에서 그 심정이 충분히 이해가 됩니다. 또 어린 나이에 잠시 실망감을 맛보았을 성희에게도 위로를 보냅니다. 그래도 아이는 크게 낙담하지 않고 다음 시험 준비를 하고 있다니 다행입니다. 잘 아시다시피 교육의 본질은 사람이 사람답게 살아가는 길을 가르쳐 주는 것입니다. 교육을 통해 아이들이 가진 소질과 숨겨진 재능을 틔워줌으로써 자아를 실현하고 행복하게 삶을 살아가도록 해주어야 하는 것이지요. 그런데 지금 우리 학교교육은 이런 본질적인 목표보다는 학생들을 시험으로 줄 세워 인기 있는 상급학교에 진입시키는 것을 최상의 목표로 삼고 있습니다. 왜 그럴까요?

우리나라에서는 학벌이 사회적인 지위와 곧바로 연결되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시험점수로 매기는 서열주의와 학벌경쟁주의 문화를 쓸어내지 않고서는 입학시험으로 좌절을 겪을 또다른 성희와 어머니들은 해마다 무수히 나타날 것입니다.

요즈음 북유럽의 작은 나라 핀란드 교육이 세계적으로 주목받고 있습니다. PISA(OECD가 주관하는 국제학력조사)에서 종합 1위를 놓친 적이 없는 교육선진국이지요. 이 나라는 학생들의 시험점수 결과보다는 학습에 흥미를 높이는 과정을 중시합니다. 그래서 참가국 가운데 평균 학습시간은 가장 적지만 학습만족도는 1위입니다. 핀란드의 학교에서는 성적표에 등수를 매기지 않고 학교간 서열도 없습니다. 수업도 학생끼리 경쟁보다는 협동학습, 팀 단위 문제해결을 중시합니다. 이처럼 핀란드 교육이 된 데에는 직업, 학력, 학벌 등에 따른 차별이 매우 적은 사회라는 배경과 함께 지난 20년 동안 지속적으로 교육개혁을 추진한 결과입니다.

성희어머니, 이제 마음을 가라앉히고 희망찬 미래를 위한 교육의 진정한 목표와 방향을 생각해 보시기 바랍니다. 학교가 살벌한 경쟁 속에서 살아남기 위한 싸움터가 아닌 아이들이 더불어 살아가는 공동체의 도장이 될 수 있도록 지혜를 모아 주시기 바랍니다. 아울러 이번 기회에 아이에게 더 멀리 자신의 인생을 바라보도록 도와주십시오. 지금까지는 당장 시험 경쟁에서 이기는 것을 목표로 삼았다면 앞으로는 인생의 궁극적인 절대 목표를 뚜렷이 세워 정진할 수 있도록 이끌어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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