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간·전문갇관 조화로운 협력으로 도시계획

▲ 마루노우치 지하1층은 모든 빌딩이 서로 연결될 수 있도록 설계돼 상가 등이 들어섰다. 또한 한 쪽 벽면에는 도쿄역을 중심으로 이곳의 역사를 한 눈에 볼 수 있는 사진과 설명이 전시돼 있다.

원당뉴타운 도시재정비촉진계획 설명회에서 한 어르신이 “나 죽기 전에 개발이 되냐”고 물었다. 이 어르신 이외에도 주민의 가장 큰 관심사는 ‘속도’였다. 그런 상황에서 본지는 한 도시를 계획하고 완성하기까지 20년이 넘게 걸린 일본 마루노우치 이야기를 전하고자 한다. 우리가 주목하고자 하는 것은 ‘결과’가 아닌 ‘과정’의 합리성이기 때문이다.
취재 김선주 기자 | 사진·통역 리츠메이칸대학교 국제경영학과 황태극


일본 마루노우치는 오피스 지구로 일본을 대표하는 세계적 기업들이 들어서 있다. 때문에 노후된 주택가 상가가 밀집해 있는 고양 뉴타운지구와 그 형편은 상당히 다르다. 당연히 원주민 재정착에 대한 고민도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나라 곳곳 뉴타운 지구를 비롯 재개발지구가 이 곳을 주목하는 까닭은 도시개발 ‘과정’ 때문이다.

▲ 민간협의회 도시개발 주도

▲ 마루노우치는 2002년 지상 180m(37층 높이)의 빌딩을 지으면서도 1929년 동양 최고 높이(31m)로 지어진 마루비루(마루노우치 빌딩의 약칭)의 역사적 의미와 가치를 살려 이를 기단 형태로 계승했다.
마루노우치를 비롯한 인근 오오테마치와 유라쿠쵸지구는 ‘다이마루유지구’로 통한다. 다이마루유지구의 개발은 민간이 먼저 제안하고 또 추진했다는 면에서 눈길을 끈다. 다이마루유지구에 토지소유자 중심의 재개발검토협의회인 다이마루유협의회가 조직된 것은 1988년이다. 건물 노후화에 따른 토지소유자들의 자발적인 참여로 이뤄진 이 협의회는 토지소유자 전원이 협의회 회원이며, 또한 재개발을 검토할 당시 모두 찬성했다. 이들은 전문가를 영입, 다이마루유지구를 어떻게 개발하면 좋을지를 10년 간 연구했다.
다이마루유협의회를 포함한 동경도, 치요다구, JR동일본 철도회사(동경역 등을 소유하고 있는 철도회사) 등이 참가하는 공공 민간 협조에 의한 다이마루유간담회가 설립된 것은 이보다 훨씬 후인 1996년이다. 간담회는 법적 조직은 아니지만 필요한 결정적 시기마다 의사 결정권을 행사하는 막강한 조직이었다. 간담회에서는 다이마루유지구의 미래비전과 그에 따른 규칙이나 추진방향 등을 정리한 ‘도시만들기 가이드라인’을 만들었다. 그리고 다이마루유지구는 그 가이드라인에 따라 충실해 계획됐다.

▲ 전문가 토지소유권과 소통 원활

이렇듯 다이마루유지구를 개발함에 있어 민이 주도하고 또 민이 적극적으로 참여할 수 있었던 데는 도시재생에 있어 민의 의견을 존중하는 일본의 풍토가 작용했다. 물론 그런 풍토 속에서도 다이마루유지구가 선도적인 시도를 한 것은 사실이나, 민이 배제되는 풍토였다면 이러한 시도는 불가능했을 것이다.
다이마루유협의회 가이드라인 검토회 위원장이자 미쓰비시토지(주) 도시계획사업실 부실장인 유사겐타로는 “다이마루유지구는 민 중심의 생각으로 만들어졌다”며 “특히 전문가들이 민과의 충분한 소통을 함으로써 성공한 도시를 이끌었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다이마루유지구라고 갈등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 예를 들어 도시 고층 빌딩 지하를 서로 연결하자는 전문가의 제안에 대해 애초 토지소유자들의 반발이 강했다. 그러나 전문가들의 끊임없는 설득으로 이를 수용, 이제는 외부인을 유입하는 가장 큰 요인 중 하나가 됐다는 게 유사겐타로 위원장의 설명이다. 또한 적절한 인센티브를 활용하는 것도 중요하다. 때문에 유사겐타로 위원장은 “다이마루유지구를 개발함에 있어 전문가, 민, 그리고 관 순서로 비중이 있었다. 비 전문가인 민을 설득하고 이해시키는 역할을 하기 위해 전문가들은 민의 입장에서 충분히 소통해야 한다”고 말했다.

▲ 역사성 살려 관광객 발길 이어져

▲ 마루노우치를 비롯 인근 오테마치 유라쿠초 등 ‘다이마루유지구’에는거리 곳곳에 공공미술품을 만날 수 있다. 이러한 노력은 도시의 여러 축제와 함께 마루노우치를 경제의 중심지로만 아니라 문화의 거리로 인식시키는 역할을 톡톡히 했다.
다이마루유지구가 주목을 받는 이유는 개발과정에 민이 주도적으로 참여했다는 것 이외에도 지역의 역사성을 충분히 살려냈다는 것이다. 다이마루유지구는 2002년 지상 180m(37층 높이)의 빌딩을 지으면서도 1929년 동양 최고 높이(31m)로 지어진 마루비루(마루노우치 빌딩의 약칭)의 역사적 의미와 가치를 살려 이를 기단 형태로 계승했다. 고층빌딩으로 스카이라인을 살리면서도 그 고풍스러움을 살려낸 것이다. 때문에 다이마루유지구는 오피스 지구임에도 불구하고 멋스러움이 남아있는 도시다. 또 지하 연결 통로 벽면에는 이 지역의 역사를 한 눈에 알아볼 수 있는 사진과 자세한 설명이 길게 전시돼 있다.
한 때 개발로 없어진 의미를 다시 복원한 예도 있다. 다이마루유지구의 동경역 인근 중앙부 한 도로는 구불구불하던 도로를 정비하며 96년까지만 해도 가운데를 주차장으로 활용했다. 그러나 ‘이 곳은 일본의 현관’이라고 동의한 간담회는‘도시만들기 가이드라인’을 통해 이 곳을 복원, 주차장을 지하화하고 그 위를 나무로 복원했다.

▲ 오피스 지구를 문화관광 지구로

일본 사람들은 ‘사람을 많이 모으는 도시가 좋은 도시’라 믿는다. 그리고 그러한 마을(도시)을 만들기 위해 주민들은 자발적으로 ‘마을 만들기 사업’을 전개해 왔다. 누가 던져준 그림대로 재개발을 하는 것이 아니라, 내가 살 마을, 내가 살고싶은 마을을 자신들의 힘으로 만들어 가야한다고 생각한다.
그런 면에서 다이마루유지구는 민이 주도했다는 점 이외에도 사람을 모으는 도시를 만드는 데 성공했다. 애초 다이마루유지구는 오피스 지구로 밤이면 공동화 현상이 심했다. 낮의 활기가 없어진 거리에 대한 해답을 찾기 위해 다이마루유지구 협의회와 간담회는 20년을 고민했다. 그리고 그 고민이 무르익었을 때, 서로 동의했을 때 착공에 들어갔다.
착공 시점과 완공 시점을 더 궁금해하는 우리 뉴타운지구의 현주소. 우리는 지금 밑그림이 나온 이후의 갈등과 문제점을 너무 간과하고 있는 게 현실이다. 그리고 우리는 이러한 문제를 인근 은평뉴타운을 비롯 우리보다 조금 빠르게 뉴타운이 진행되는 곳에서 확인할 수 있다. 유사겐타로 위원장은 “밑그림 과정에서 주민과 전문가 그리고 관의 소통이 원활하지 않았다면 진행 과정에서 이를 충분히 보완하고 수정해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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