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대권 / 아시아의 친구들 사무국장

국내거주 외국인은 지난해에 이미 100만 명을 넘어섰다. 그 중 경기도에 20여만 명이 거주하고 있고 고양시에도 1만 명이 넘게 거주하고 있다. 고양시에 거주하고 있는 주민 중에 100명 당 1명 꼴로 외국국적을 가졌거나 최근에 한국국적을 취득한 사람이 살고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고양시에서 외국출신의 이주민은 여전히 ‘존재하나 존재하지 않는’ 존재들이다. 이들은 정부에서 조사하는 통계에는 존재하지만 고양시의 행정이나 주민생활에서 그 존재를 느끼기는 쉽지 않다.

그러던 중 최근 고양시의회가 ‘고양시 외국인주민 지원 조례안’을 만들었다는 소식을 들었다. 제목만 들었을 때 조금 늦은 감은 있지만 시의회가 제대로 일을 하려는가보다 하고 생각했다. 하지만 곰곰이 생각하니 우리 단체(아시아의 친구들)처럼 이주민 인권을 위해 활동하는 단체들에게도 전혀 의견을 묻지 않았는데, 이주민들의 의견은 과연 얼마나 수렴하였을까하는 의문이 들었다. 그러나 그 의문은 내용을 조금만 들여다보는 순간 바로 풀릴 수 있었다.

내가 보기에 이번 고양시에서 만든 외국인주민 지원조례안은 외국에서 온 이주민의 어려운 점이 무엇인지 깊은 고민 속에서 나온 것 같지 않다. 그저 행정안전부에서 표준조례(안)을 만들어 각 자치단체에서 조례를 제정하라는 지침이 내려오자 그것을 그대로 받아서 만든 것으로 보인다. 실제 고양시 조례안은 행정안전부의 표준조례안과 거의 차이가 없다.
무엇보다 행정안전부 표준조례안의 가장 큰 문제점이라고 지적되고 있는 지원대상을 합법체류자로 한정하고 있는 점을 그대로 반영했다. 이 조례안을 그대로 따르면 응급구호를 하는 상황에서도 대상자의 체류자격을 파악하여 지원할 것인지 아닐지를 결정해야 한다. 임금체불이나 폭행과 같은 인권침해에 대한 상담활동 역시 마찬가지이다.

통상 한 지역에 3개월 이상 거주하면 그 사람은 그 지역에 거주하는 주민으로 분류된다. 체류자격이 없다고 해서 이미 존재하고 있는 주민을 없는 것처럼 여기는 것은 말이 안 된다. 법무부가 정한 체류자격은 출입국과 관련된 사항이지 이것을 인간의 모든 생활에 적용하려는 것은 인권보다는 행정편의를 앞세운 발상일 뿐이다. 목포, 안산, 천안시의 경우는 적어도 ‘재해, 질병 등으로 인해 긴급한 구호를 필요로 하는 경우’와 ‘불법 체류를 해소할 목적으로 수행하는 사업의 경우’에는 체류자격과 관계없이 지원하도록 하였다. 이 정도의 고민도 없이 무엇이 급해 조례를 그렇게 급조한 것인지 그 이유가 궁금할 뿐이다.

고양시는 원주민이 살고 있던 지역에 타 지역 사람들이 대거 이주하여 만들어진 수도권의 대표적인 도시이다. 국적이 다른 이주민이라고 해서 이들을 사뭇 다른 대상으로 여기는 것은 적어도 고양시 같은 도시에서는 일어나지 말아야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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