쌈밥집 이야기…중국에 진출한 상추쌈

우리는 싸는 것을 좋아한다. 그래서 보자기문화가 발달했다. 좀 심하게 얘기하자면 우리 조상들은 뭐든지 쌌다. 이불과 서책을 비롯 온갖 물품들은 물론이요 아기는 포대기에 싸서 길렀고 집을 나갈 때는 '보따리를' 쌌으며 심지어 과부도 '보쌈'했다.

이러한 보자기문화는 우리의 식생활에도 유감없이 나타난다. 거의 하루도 빠지지 않고 우리들 식탁에 오르는 김을 비롯, 상추, 깻잎, 등 쌀 수 있는 것이면 무엇에든 밥이나 고기를 싸먹는다. 이면수 껍데기에 쌈 싸먹기를 너무 좋아하다 망했다는 평양감사의 이야기도 있다. 그리 멀리 갈 것도 없다. 마땅한 반찬이 없는 날이면 김칫잎을 골라 젓가락으로 넓게 편 다음 거기에 밥을 싸먹는 자신을 발견하곤 한다. 쌈밥이야말로 우리 음식문화의 뚜렷한 특징 중 하나인 것이다.

고려 때 문헌에 이미 상추쌈에 관한 기록이 있고, 원나라 양윤부의 시(詩)를 보면 상추에 밥을 싸먹는 풍습과 쌈용 채소들이 중국에 수출까지 되었음을 알 수 있다 하니 쌈밥은 그 역사가 꽤 깊다고 할 수 있다.

고양시에도 쌈밥집이 참 많다. 비교적 저렴한 가격으로 고기와 야채를 푸짐하게 먹을 수 있어 경제적으로나 영양적으로 매우 좋은 메뉴이지만 많은 양의 야채를 제공해야 하는 특성상1인분은 팔지 않는다. 자, 그럼 갈만한 쌈밥집 세 곳을 가보자.

마두동에 가면 윤씨네 쌈밥(902-6364)이 있다. 생수가 아닌 숭늉을 식수로 제공하고 곁들여 나오는 밑반찬 등이 다양하고 하나도 버릴 것 없이 맛있는 집이다. 메뉴를 보면 쌈밥과 삼겹살이 있는데, 쌈밥만 주문하면 고기의 양이 다소 적으므로 둘을 섞어 주문하는 것이 요령이다. 주차가 어렵고 2층에 있으며 불친절한 것이 흠.

백석동 12블럭에 있는 송가네 쌈밥(902-7369)도 뛰어난 맛을 자랑한다. 특수 구조의 불판을 사용하여 기름이 쏙 빠진 고기를 먹을 수 있다. 돌솥에 지은 흑미밥을 대접에 덜어 함께 나오는 신선한 나물을 섞어 비벼먹는다. 돌솥의 밥은 물을 부어 두었다가 누룽지로 먹으면 별미. 주차가 어렵고 바닥이 미끈거리는 것이 단점이다.

본일산 보건소 건너편에 있는 통일쌈밥(977-1515)은 내가 제일 좋아하는 쌈밥집이다. 작지만 전용주차장이 있고 가스불이 아닌 숯불(숯불고기가 맛있다는 것은 사족)이 제공될뿐더러 탁자 밑으로 연기를 배출하는 시설까지 되어있어 고기냄새가 옷에 배일 염려가 적다.

무엇보다 이집의 장점은 밑반찬의 맛. 인공조미료를 일절 사용치 않아 한 마디로 토속적인 맛이 난다. 입에 착 달라붙지는 않지만 구수하고 정감 넘치며 깊은 맛이다. 특히 내가 좋아하는 것은 무채를 볶아 콩나물과 함께 담은 냉국. 무채의 단 맛과 콩나물의 고소함, 그리고 차가운 국물이 어울려 소박한 삼중주(三重奏)를 이루어 낸다. 쌈거리도 가장 다양하다. 실내가 너무 어두우며 담아 내오는 반찬이나 쌈거리의 양이 너무 많다. "깨끗하고 세련된 그릇에 꼭 먹을 만큼의 양만 담아 내온다면..." 이집을 나오면서 늘 품게되는 아쉬움이다.
저작권자 © 고양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