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민 주택개념 변화 필요 … 시 주민 소통 적극적이어야

<주민을 위한 뉴타운만들기> 토론회

당초 기대와 달리 ‘뉴타운드림’에 조금씩 생채기가 생기고 있다. 원주민재정착 주민참여 사업성 등에 회의적인 목소리가 힘을 받으며 ‘뉴타운개발이 기존 재개발과 도대체 무엇이 다른가’하는 반문도 생긴다. 이에 본지는 뉴타운사업이 맞닥뜨린 현실적인 문제를 풀어갈 해법을 알아보고자 <주민을 위한 뉴타운 만들기> 토론회를 지난 16일 개최했다. 이 날 토론회에는 서울대 정창무 교수, 연세대 이제선 교수, 사람의도시연구소 이동환 소장, 고양시청 뉴타운사업과 박중하 계장, 고양시의회 김영복 의원, 고양시민회 최태봉 대표가 토론자로 참석했다.
/취재 김선주 기자·사진 한진수 부장

참석한 토론자들은 뉴타운사업은 본 취지를 살리면 좋은 제도라는데 이견이 없었다. 난개발을 방지하면서도 도시기반시설을 효율적으로 마련할 수 있다는 강점이 있는 까닭이다. 그러나 뉴타운사업이 본 취지를 살려 도시를 계획하고 만들어가기 위해서 제도적 보완, 주민 의식의 변화, 그리고 행정기관과 총괄계획팀의 열린 마인드가 필요하다는 것에도 한 목소리였다.

▲영세주민 재정착 공공의 소명

▲ 서울대학교 정창무 교수
가장 어려운 과제 중 하나인 원주민 재정착 문제에 대해, 토론자들은 세입자 등 이주대책이 막막한 주민들을 위한 정책이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정창무 교수는 “뉴타운사업에 있어 원주민 재정착률이 20%가 되지 않는다고 단언하기는 어렵다. 우리 사회의 평균 이사율과 사업기간을 고려했을 때 4∼5년 주기의 이주는 많기 때문이다”라고 말하면서도 “문제는 비자발적인 강제이주자들”이라고 지적했다. 정 교수는 또 “세입자 등 어려운 형편의 사람들을 자꾸 밀어내는 것은 일종의 ‘사회적 살인’이다. 이들이 그들의 형편에 맞는 주택에 계속 살 권리를 인정하고 대책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동환 소장도 “그 지역 주민 수준에 맞는 주택을 공급해야 한다”며 “뉴타운지구 대부분이 세입자가 60%임을 감안해 저렴한 주택공급이 필요하다. 그리고 그런 개발이 되기 위해서는 국가의 지원이 필요한데, 지금처럼 영구임대주택 지원수준에 머물러서는 안된다. 지역 형편에 맞게, 지역 눈높이에 맞춰 개발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영복 의원은 “뉴타운사업의 궁극적 목표는 주민들에게 쾌적한 주거환경을 마련하는 것인 만큼 사업자들의 의도에 행정기관이 끌려 다니지 말고 주민의 뜻을 담아내야 한다”고 지적했고 박중하 계장은 “원주민재정착 문제는 우리도 끊임없이 고민하는 문제”라고 말했다.

▲ 고양시민회 최태봉 대표
또 최태봉 대표는 “뉴타운사업이 주거명품으로 남기보다 지역주민이 그 곳에 남는 개발이 되어야 한다”며 “이문 휘경의 경우 세입자가 1만4559세대인 반면 새로 공급되는 임대아파트는 2074세대에 불과해 도시계획 자체가 14.2%의 세입자만 수용하겠다는 꼴”이라고 지적했다. 최 대표는 또 “특히 세입자들 대부분이 문제가 불거지고 뒤늦게 문제제기를 하는 경우가 많다. 이런 경우 문제 해결이 어렵다. 세입자들이 미리 대책을 세울 수 있는 정보가 필요고, 세입자도 하나의 협의체 주체임이 인정될 수 있는 시스템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적극적인 주민, 열린 행정 필요
또 토론자들은 건강한 주민이 참여할 수 있는 창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정창무 교수는 “일본의 경우 지역개발이 계획되면 공무원들이 그 마을에 방을 얻는다. 주민들과 소통하기 위해서다. 그러나 이 같은 토대는 사실 지자체의 재정이 가능하기 때문이기 때문에 우리와는 형편이 다른 경우”라며 주민 참여의 창구를 만들기 위해서는 비용을 감안해야 한다는 것을 지적했다.

▲ 연세대학교 이제선 교수
이제선 교수는 “집을 새로 지을 때 설계자에게 자신이 원하는 집을 충분히 설명해야 하는 것처럼, 우리의 도시계획도 주민들이 적극적으로 참여해야 한다. 지금 참여하지 않으면 변화는 어렵다. 물론 시간과 돈도 필요하지만 점차 좋아질 것으로 기대한다. 주민과의 소통이 원활할 때 사업속도도 더 날 수 있다. 비록 지금 주민참여가 제도적으로 주어지지 않았다. 그러나 현 상황에서 설문 등에도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정책적 대안마련에도 힘을 실어 준다면 개선될 수 있다. 내 집이, 내가 살 곳이 어떻게 되는지 모니터링 해야한다. 필요하다면 제도 개선도 도모하고, 뉴타운을 공약했던 정치인과 교류해야 한다. 주민 스스로 인식하고 참여하지 않으면 내 재산, 내 보금자리는 좋아질 수 없다”고 강조했다.

한편 최태봉 대표는 주민들이 적극적으로 참여할 수 있기 위해서는 관계기관의 정보제공이 중요함을 지적했다. 최 대표는 “현재 주민이 접할 수 있는 정보는 관련 지도 한 장, 간단한 설명 정도다. 이를 인터넷 등을 통해 더 많이 제공할 때 이후 일어날 수 있는 문제나 갈등을 사전에 방지할 수 있으며, 신뢰도 유지될 수 있다. 투명성 확보는 매우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박중하 계장은 “시가 공청회나 설명회를 하려는 취지는 단순히 형식 때문이 아니다. 우리는 주민들에게 언제나 열려있다. 찾아오시는 주민에게 모든 것을 오픈한다. 공람이나 촉진계획승인까지 시간이 많이 남아있다. 다양한 방법으로 의견들을 말씀해주시면 좋겠다. 하지만 인터넷에 모든 정보를 공개하는 것은 정보가 왜곡되어 사용될 수 있는 만큼 어려움이 있다”고 설명했다.

▲재개발 바라보는 시각 변해야

▲ 사람의도시연구소 이동환 소장
무엇보다 토론자들은 이제 주민과 시, 그리고 도시계획가 모두 재개발을 바라보는 인식이 변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창무 교수는 “아파트단지를 단지 주거의 개념으로만 받아들이지 말고 주거와 일자리 창출로 볼 수도 있다. 즉 아파트단지가 생산시설이 될 수 있다”며 현재 정 교수가 부천 고강지구에 시도한 아파트 옥상 수경재배를 간단하게 소개했다. 정 교수는 이러한 시도가 지역기업 육성, 지역 주민 일자리 창출 효과가 있다고 말했다. 뉴타운사업이 백화점식 개발보다는 결합개발제도를 활용해 개발목표를 단순하고 뚜렷하게 이끌어갈 필요가 있다고 강조하는 김영복 의원은 “시가 사업을 이끌어갈 적극적인 의지와 전문성을 확보해야 한다”며 “개발과정에서 사업자와 민의 분쟁을 해결하려는 적극적인 의지 또한 가져야 한다”고 말해 시의 변화도 중요함을 지적했다.

주민들의 의식개선의 중요성도 잇따라 지적됐다. 이동환 소장도 “이제 주택은 재산증식 개념에서 보금자리의 개념으로 변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주민도 변해야 하고 제도적으로도 변화해야 한다. 자기부담금을 억울해 하지 말라. 환경이 개선되면 분명 나에게 득이다. 높은 의식수준과 제도가 함께 갈 때 뉴타운사업도 성공할 수 있다”고 말했다.

▲ 고양시의회 김영복 의원
또 이제선 교수는 “지난 30년 동안 재개발이나 재건축 등에 대한 주민들의 생각이 재산증식이었던 것이 사실이다. 이는 주민들만의 잘못이 아니다. 30평 정도 노력없이 얻을 수 있었던 우리의 재개발 제도가 그랬다. 그러나 노후화 된 내 집을 가지고 새집을 얻는다면 나도 무엇인가 해야한다. 그것이 과연 땀일까. 재산일까. 과연 우리는 무엇을 할까. 아무 노력없이 얻을 수 있다는 생각은 이제 버려야 한다. 이제 관도 주민도 생각을 바꿔야 한다. 더구나 이제 집의 평수보다 주거환경이 중요시 여겨지고 있다. 즉 기반시설비를 부담하고 임대주택을 마련하는 것이 곧 자신에게 손해라는 공식을 버려야 한다는 것이고, 이 같은 풍토가 정착됐을 때 정말 내가 살 수 있고, 내가 살기 좋은 집이 마련된다는 뜻”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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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민과의 질의응답, 그리고 주민제언

▲ 고양시청 뉴타운사업과 박중하 계장
문-김왕기 씨(일산동) : 부천과 고양의 경우, 지구지정은 비슷한 시점에 됐는데, 현재 사업속도가 다르다. 우리가 사업이 지연되는 이유는 무엇인가. 당초 약속했던 2009년 촉진계획 수립은 가능한 것인가? 뉴타운사업을 추진함에 있어 전면철거 보다는 다양한 개발로 진행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본다. 또 2∼3평의 나대지 과소필지를 미리 예측해 소유제한 하는 조례가 만들어져야 하지 않겠나.
답-박중하 계장 : 사업속도는 노후도 때문이다. 애초 우리가 지구지정 단계에서는 의욕에 넘쳐 사업속도를 잡았다. 그러나 현실이 그렇지 못한 점을 이해해 주었으면 한다. 촉진계획신청은 2010년 경부터 진행될 듯 하다.

문-이상훈 씨(능곡동) : 고양은 재정자립도가 높아 기반시설부담금 지원을 받을 수 없다고 알고 있다. 그런데 우리도 성남 부천 등처럼 기금을 마련할 계획은 없나.
답-박중하 : 정부가 기반시설지원금을 전국에 대 지원할 수 없는 게 현실이다. 지원 잣대가 재정자립도라는 것에 대해 우리도 지역 국회의원 등을 통해 의견을 제출 중이다. 정비기금은 올해부터 축적하기로 했으나, 뉴타운사업지구 보다 개별사업지구에 지원이 우선될 것으로 본다.

문-이민세 씨 : 고양시는 세입자 재정착 문제를 고민하나? 주민 참여나 정보 공개에 대해 구체적 계획은 있나?
답-박중하 : 뉴타운사업이 진행되는 곳이라면 모두 세입자 문제를 고민한다. 도에서도 이 문제에 대해 방법을 제시하라고 독촉하기 때문에 우리도 늘 염두에 두고 있다. 또 건강한 주민참여는 언제나 대환영이다. 합리적인 제안이라면 받아들일 의지도 있다. 정보제공은 아까도 말했지만 인터넷을 통한 전면 공개는 어려움이 있으나, 찾아오시는 주민들에게는 최대한 공개하고 있다.

문-박효선(능곡) : 세입자의 임대주택 건설, 이주비가 모두 조합 부담이다. 임대주택을 완화할 수 없나. 또 개발이익금을 시가 환수한다는 이야기도 있던데. 이런 문제가 해결되어야 사업성이 나오는 것이 아닌가.
답-정창무 : 임대주택 건설이나 이주비를 부담하는 게 사업성에 치명적인 영향을 미치지는 않는다. 뉴타운의 사업성을 계산하는 것은 난해하다. 그러나 전국 어디서도 뉴타운의 사업성은 있다. 또 개발이익금을 기반시설비로 충당이 되기는 하지만, 지자체가 직접적으로 환수한 사례는 단 한 건도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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