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상수 / (사)행복한아침독서 이사장

달력의 마지막 장을 넘기면서 시간이 참 빨리 지나간다는 생각이 절로 든다. 이제 얼마 안 있으면 2009년이다. 새천년이 시작된다고 요란하던 기억이 그리 멀지 않은데 벌써 10년의 세월이 다 되었다고 생각하니 시간이 참 빠르다는 생각이 든다.

얼마 전 랜디 포시의 ‘마지막 강의’를 읽으면서 정말 그렇겠구나 하는 생각을 가졌다. 췌장암으로 시한부 생명을 살아가던 랜디 포시는 “시간은 우리가 가진 전부이고, 언젠가는 생각보다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사실을 알게 될 것”이라고 조언한다. 우리가 현재 병에 걸려 있지는 않더라도 언젠가는 자연으로 돌아갈 것이 확실하다고 볼 때, 우리 모두는 시한부 인생을 살고 있는 것이리라. 이런 생각을 할 때마다 나에게 남은 소중한 시간을 낭비하지 않고 잘 살아야겠다는 다짐을 하곤 한다.

사람마다 새해를 맞으며 이런저런 계획을 세우곤 하는데 그 중에 독서계획도 추가하면 좋을 듯싶다. 올해 읽고 싶은 책 목록을 정리해도 좋고, 어느 정도 책을 읽을 지 목표를 정하는 것도 좋을 것이다. 물론 단 한 권의 책을 읽는다고 해도 그 책을 통해 삶을 바꿀만한 소중한 무언가를 얻었다면 수백 권의 독서보다 나을 것이다. 따라서 많은 책을 읽는 것이 능사는 아니라 생각되지만 그래도 쏟아지는 좋은 책들을 보면 그래도 시간이 닿는 한 의식적으로 많은 책을 보려고 노력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생각이 든다.

필자가 참 좋아하는 오지여행가이자 국제난민 구호 활동가인 한비야 씨는 매년 새해를 맞이할 때마다 수첩에 1번부터 100번까지 쓴다고 한다. 이는 올 한 해 동안 최소한 100권의 책을 읽겠다는 다짐인데 읽은 책에 대한 기록을 수첩에 적는 것이다. 바쁜 때에는 100권을 채우지 못해 12월에 집중적으로 숙제하듯 책을 읽으면서 꼭 100권을 채운다고 한다. 이러한 일을 수십년째 하고 있는데, 한비야 씨가 오늘날 이룬 성과는 이러한 의도적인 독서가 상당한 도움이 되었으리라 생각한다.

1년 동안 100권의 책을 읽는 것이 쉽지 않을 것이란 생각은 들지만, 그 정도의 노력은 하면서 살아야 우리의 삶이 스스로 존중받으며 살아있다는 느낌을 갖지 않을까 싶기도 하다. 세계적인 경기침체가 계속되면서 새해 우리의 삶도 그 어느 해보다 신산 할 것이다. 이럴 때일수록 선인들과 동시대인의 지혜가 담긴 책을 벗하는 일이 절실하다. 당장 길이 보이지 않는다고 느껴진다면 절망하기보다 서점에 가볼 것을 권하고 싶다. 본인이 관심을 갖고 있는 주제의 책을 찾는 일이 그리 어렵지 않을 것이다. 관심분야에 대한 책을 100권만 정독한다면 그 분야의 전문가 반열에 오를 수도 있으리라. 그런 자산을 가지고 새로운 도전을 한다면 새로운 길을 만드는 것이 충분히 가능하리라 본다.

우리가 닥친 현실이 암담하다고 해서 절망하고 술판만 벌여서는 안될 것이다. 차라리 술 마실 돈이 있으면 그 돈으로 책을 사서 보면 어떨까. ‘책 속에 길이 있다’는 말은 결코 죽은 경구가 아니다. 예외 없이 2, 3차로 이어지는 송년회에 참석하면서 술값으로 지출되는 비용의 일부라도 책을 사본다면 우리의 몸과 마음이 훨씬 건강해지겠다는 생각을 가져봤다. 지금 당장 서점에 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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