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인 비인가 시설 희망맹아원

희망맹아원에는 이제 막 돌을 지난 경희가 있다. 경희는 시각장애도 정신지체도 없다. 또릿한 두 눈에 눈웃음이 생글거리는 그냥 아기. 그래도 경희는 희망맹아원에서 산다. 아버지는 시각장애인이다. 어머니는 시각장애에 정신장애까지 겹친 장애인. 경희 부모는 아이를 키울 형편이 못된다.

희망맹아원 원장 손석환목사는 경희를 입양시킬 생각이었다. 이곳 일을 돕고 있는 최명자(41)씨와 윤순영(73)씨가 말렸다. 대신 최명자씨가 엄마가 되었다. 최명자씨는 소아마비로 목발을 딛고 다닌다. 남편과 사별하고 딸아이를 데리고 희망맹아원에 들어왔다. 여기서 일하기 시작한 게 벌써 8년. 최명자씨는 신학을 공부해 이곳에서는 전도사다. 그리고 두 딸의 엄마. “경희 때문에 이곳 사람들이 웃을 수 있다”고 말한다.

희망맹아원은 20여 년 전 손목사가 벽제동 지금 맹아원 자리에 교회를 내면서 시작됐다. 사정이 딱한 교인들이 하나 둘 모이고. 지금은 시력장애 30여명, 정신지체 정신장애자가 17명이 같이 살고 있다. 손목사도 시각장애가 있다. 35세 즈음부터 눈이 어두워기기 시작해 아주 가까운 것이 아니면 볼 수 없다.

문만 열리면 나가는 원생들 때문에 정문 뒤에서 한필선씨가 지키고 있다. 한필선씨는 선생님이었다. 충격으로 장애가 생기기 전까지만 해도….

오늘은 송추의 7사단 한홍근 군목이 희망맹아원에 왔다. 주유차도 왔다. 김장 봉사로 시작한 희망맹아원 돕기. 올해는 후원자들의 지원을 받아 기름으로 돕고 있다.

맹아원 안은 험하다. 날씨가 추워 원생들도 방안을 지키고 있다. 그래서 더욱 수용소를 보듯 을씨년스럽다. 경희가 '대리엄마' 최명자씨와 함께 햇볕이 따뜻한 평상에 앉았다. 휑하던 맹아원 안이 환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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