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업계획 발표 뒤에도 여전히 논란

지난 5일 국토해양부가 구체적인 경인운하사업계획을 발표했다. 18장에 달하는 이 계획은 경인운하의 추진 경위와 필요성, 기대효과, 조감도 등을 담고 있다.이 계획에 따르면 경인운하는 인천 서구 서천동(서해)∼서울 강서구 개화동(행주대교)의 사업구간에 길이 18km, 폭 80m, 수심 6.3m 규모로 건설된다. 터미널은 인천과 김포에 각각 건설되는데 인천 터미널은 284만㎡, 김포는 198만㎡ 크기다. 인천과 김포 터미널 내에는 화물창고, 분류·가공·조립시설 등 배후단지도 조성된다. 경인운하는 굴포천 방수로 14.2km에서 한강쪽으로 3.8km가 추가로 연결되며 정부는 이를 홍수시뿐 아니라 평상시에도 운하로 활용한다는 계획이다. 정부는 경인운하가 필요한 이유에 대해 “방수로를 운하로 활용해 홍수예방, 물류비 절감, 교통난 해소, 문화·관광·레저 활성화 및 지역경제 발전을 도모할 수 있다. 또 경인운하는 방수로와 겸용해 상습침수지역인 굴포천 유역의 홍수피해를 방지할 수 있다”고 밝혔다. 강과 바닷길을 연결해 부산과 중국에서 환적 없이 서울 김포터미널까지 운송할 수 있다는 것이다.2011년 완공 목표로 수자원공사 직접시행정부는 또 그 동안 환경단체들이 문제제기를 해온 쟁점 사항이 모두 보완됐다고 밝히면서 경제성도 사업계획 보완을 거쳐 재검증한 결과 사업 타당성이 있는 것으로 최종 결론 났다고 강조했다. 더불어 인천, 서울, 경기 등의 지자체장과 국회의원, 주민들이 조속한 추진을 지속적으로 건의해 지난 해 12월 11일 총리주재 국가정책조정회의에서 사업추진을 확정했다고 밝혔다. 경인운하 사업은 앞으로 수자원공사에서 직접 시행방식으로 추진하게 된다. 수자원공사에서 채권발행 등 자체적으로 사업비를 조달하고 향후 운영수입, 배후단지 분양 등으로 보전하게 되는 것이다. 방수로에서 김포터미널 연결공사는 환경부 협의를 거쳐 올해 3월에 조기 착수하고 교량, 갑문 등 경인운하 주요공정은 관계부처와 관련지자체와의 긴밀한 협조체계를 통해 추진한다는 방침이다. 정부의 방침대로 진행된다면 경인 운하에서의 선박 운항은 2011년 12월경에 시작된다. 총사업비 2조 2500억원이 소요되는 이 사업에 대해 정부는 높은 기대감을 나타내고 있다. 운하를 통해 트럭 250대 수송분량 컨테이너를 한번에 싣고 운반하며 컨테이너 1TEU당 약 6만원의 물류비가 절감된다는 계산을 내놓고 있다.경기북부 화물처리 개선 전망도부산, 광양 등에서 도로로 운송되는 컨테이너를 연안을 따라 수도권으로 직접 운송 할 수 있으며 인천항의 기능분담과 아울러 경부고속도로 등을 이용하는 물동량을 흡수해 내륙교통이 완화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정부는 또 김포터미널이 건설되면 중국 또는 부산에서 화물이 환적없이 바로 들어와 수도권 북부지역 화물 처리에 유리할 것이라고 전망하고 있다.정부는 경인운하 사업이 친환경적이며 저탄소 녹색성장에 기여할 것이라는 점도 집중 부각시키고 있다. 운하의 연료효율이 철도의 2.5배, 도로운송의 8.7배 수준으로 운하대비 CO₂배출량이 철도가 1.4배, 도로가 4.9배 수준이라고 밝혔다.이 밖에도 경인운하가 인천공항에서 서울로 들어오는 관문에 위치하고 있어 송도·청라지구 등 주변의 중심지로 발전 할 수 있으며 서울시의 한강르네상스 계획과 연계해 수도권 서부지역의 국제 관광물류 명소로 발전을 기대한다고 밝혔다. 이와 관련 요트 등 마리나 선박이 한강∼경인운하∼서해로 운항이 가능하며 2014년 인천 아시안게임에서 수상경기 활용이 가능하다고 언급하고 있다.경제성, 환경성 여전히 논란그러나 이를 두고 환경단체들의 반발은 여전히 식지 않고 있다. 정부의 경인운하 계획이 발표된 다음부터 각 종 언론과 환경단체에서는 경인운하의 문제점에 대한 지적이 끊이지 않고 있다.경인운하반대 수도권 공대위는 정부의 발표 바로 다음 날 이를 반대하는 입장을 발표했다. 수도권 공대위는 “국토해양부는 국민들의 우려에도 불구하고 결국 환경문제와 경제성 없음으로 인해 수년간 표류하던 경인운하계획을 경기회생의 카드로 빼들었다. 이미 KDI가 ‘경제성 없음’으로 판명한 사업을 또다시 재평가하여 ‘경제성이 1.07 있음’으로 평가한 근거가 무엇인지 정확히 밝혀야 한다. 그 동안 많은 환경전문가들과 환경단체들은 경인운하 수로내의 수질 오염과 해수유통으로 인한 운하 주변지역 지하수오염과 서해바다의 2차 오염을 우려해왔으나 경인운하의 환경영향평가는 완료되지 못했다. 환경영향평가 협의 없이도 추진하겠다는 국토부의 시도는 시대착오적인 군사독재시절 토건국가의 망령이다”라고 강하게 반발했다.경제성과 관련해 화물을 겨우 18㎞ 운반하려고 김포와 인천에서 배에 짐을 실었다 내릴 필요가 있겠냐는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4개나 되는 갑문을 열 때마다 운행 시간이 추가로 소요되고 바다와 강을 모두 다닐 수 있는 RS 선박도 경제성의 의문을 더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정부가 밝힌 4000톤급 RS선박을 제작하기 위해서는 일반 바지선의 5배 이상 높은 55억 가량이 소요되고 연료비도 2배 이상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정부는 그 동안의 사업계획을 보완해 작년 9월에서 12월까지 한국개발연구원(KDI)이 재검증한 결과 사업 타당성이 있는 것으로 최종 결론내렸다며 사업 추진의 근거로 강조하고 있다. 정부는 KDI 분석결과 경제성이 1.07로 나왔는데, 1이 넘으면 비용대비 편익이 높다는 의미다.그러나 분석 과정에서 일부 공사비 항목을 빼는 등 비용은 줄이고, 경제적 편익은 부풀리는 방식으로 비용편익 비율을 1이 넘게 끼워 맞추려 했다는 의혹이 일고 있다. 임석민 한신대 국제경제학과 교수는 정부의 발표 후 언론에 기고한 글을 통해 “국토해양부의 사업계획서에 겸용 바지선이 부산과 김포를 오가며, 운임을 TEU당 6만원 절감할 수 있다고 적혀 있다. 일반 선박으로 서비스하던 부산∼인천의 연안해운이 화주들의 외면으로 중단됐다는 것은 천하가 다 아는 사실이다. 그런데 한국개발연구원(KDI)은 건조비가 5배나 높은 겸용 바지선을 투입해 인천에서 김포로 18㎞를 늘리면 TEU당 6만원의 운임이 절감된다는 보고서를 내놓았다. 제정신으로 나온 보고서가 아니다”라며 문제점을 지적했다.경인운하 사업은 2003년 9월 ‘국정현안정책조정회의’에서 굴포천 방수로(폭80m)는 국고로 전환해 우선 추진하고 경인운하는 재검토하기로 결정했다. 2003년의 감사원 감사에서도 방수로사업은 국고로 우선추진하고 운하사업은 재검토하라는 지적을 받은 바 있다.고양 지역 활용론 ‘고개’경인운하를 반대하는 시민단체들과 학자들은 정부가 무리하게 경인운하를 밀어붙이는 이유의 하나로 한반도 대운하를 위한 사전작업으로 파악하고 있다. 이들은 “경인운하 조기착공과 4대강 정비사업은 한반도대운하를 하겠다는 정권의 의지를 다시금 밝힌 것이다. 국민 대다수가 반대하는 운하를 재추진하는 것에 대해 수도권 지역 뿐 아니라, 4대강 권역의 대책위와도 연대하여 운하를 백지화하는데 노력할 것이다. 각계각층의 전문가들과 종교인들, 환경단체 등을 망라해 운하저지를 위한 활동을 전개할 것이다”라며 정부와의 마찰을 예고했다.고양지역의 시민단체들도 그 동안 경인운하 반대 수도권 공동대책위원회에 집행위원으로 참석하는 등 꾸준한 활동을 펼쳐왔다. 경인운하가 한강하구를 이용하고 있어 고양 지역에서도 외면할 수 없는 문제이며 정부가 경인운하를 추진한 뒤 대운하 건설을 시도할 경우 보다 직접적으로 지역 현안이 될 수밖에 없다. 운하백지화 고양시민행동의 한 관계자는“경인운하 건설은 대운하를 만들기 위한 사전 작업이라는 의혹이 짙다. 경인운하가 건설되면 신곡수중보를 옮겨서 킨텍스, 일산과 연결하자는 주장이 제기될 것이다. 더구나 경인운하가 완공되면 서해 바다의 염분이 운하를 통해 한강 하구로 유입될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했다. 신곡수중보를 옮길 경우 생태계의 교란과 한강 하구의 수질 오염이 우려되고 장항습지의 훼손도 피할 수 없다.김포시는 이미 신곡수중보의 이전을 위한 계획을 추진 중에 있다. 고양시도 경인운하 추진에 대해 환영 입장을 밝히면서 전시산업 활성화와 한류우드 관광객 유치, 물류 기지로의 성장 등을 이유로 내세운 바 있어 환경단체들의 우려는 더욱 깊어지고 있다.더구나 정부가 대운하 사업을 추진할 당시, 계획도에 고양지역의 행주터미널이 예정돼 있고 항간에는 송포항이 거론되기도 해 경인운하에 대한 지역민들의 관심도 남다르다. 벌써부터 일부에서는 이번 경인운하 건설을 지역 발전을 위한 계기로 삼아야 한다는 이야기들이 고개를 들고 있다. 그러나 경인운하 사업에 대해 지역의 시민단체들은 정부 계획의 허상을 시민들에게 알릴 계획이며 경인운하 반대를 위한 지속적인 행동을 준비하고 있다. 진통 끝에 정부가 발표한 경인운하 사업계획이 당장은 직접적인 연관이 없어보이는 고양지역에서도 관심을 갖고 지켜봐야 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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