씁쓸한 세밑풍경

▲ 정영수

 백화점 시식코너에서 음식을 너무 많이 먹는다고 면박을 주는 매장 직원을 폭행한 30대 여인이 백화점 측의 신고로 경찰에 붙잡혔다는 뉴스가 있었다. 지난해 세밑 얘깃거리다. 경찰에 따르면 이 여인은 지난 연말에 서울 서대문에 있는 어느 백화점 지하 빵 시식코너에서 50대 여직원 김 모 씨가 “그렇게 많이 먹으면 다른 손님이 드실 수 없다”고 제지하자 느닷없이 김 씨의 뺨을 때린 혐의를 받고 있다. 가해자로 붙잡혀 간 30대 여인은 경찰에서 억울함을 호소하면서 “먹으라고 내놓은 음식을 먹었을 뿐”이라고 말했으나 뺨을 맞은 김 씨는 “다른 사람들이 먹을 수 없도록 접시에 얼굴을 가까이 대고 먹었다”고 주장했다. 이 경우 가해자와 피해자의 주장이 서로 엇갈려 사건의 전말을 파악하기란 쉽지 않겠으나, 이른바 ‘시식코너’에서 낯 뜨거운 장면이 연출되는 일은 어제 오늘의 이야기가 아니다. 요기(療飢)를 달래자는 정도를 넘어서 아예 한 끼를 때우자고 덤벼드는 손님도 많다는 것이다. 

어디 시식코너 뿐이겠는가. 백화점의 일반 매장에서도 크고 작은 시비가 곧잘 일어난다. 옷을 여러 벌 입었다 벗어 내팽개친다든가, 가전제품의 성능을 알아본다고 마구 험하게 다루는 손님이 적지 않다. 일단 시비가 일면 불리한 건 백화점 측이다. 그래도 친절교육을 잘 받은 백화점 직원은 대체로 친절한 편이다. 또 다른 사연도 있다. 일반 고객으로 가장하여 매장을 찾아가 물건을 사는 척하면서 점원의 친절 여부나 외모, 판매요령, 사업장의 분위기 등을 평가하고 개선방안을 제안하는 일을 맡는 사람들이 있다. 신종 직업인 이름 하여 ‘미스터리 쇼퍼(Mystery Shopper)’가 그들이다. 

백화점 직원들에게는 그야말로 공포의 미스터리가 아닐 수 없다. 내부모니터요원이라고도 한다. 상품의 질과 더불어 서비스의 질에 대한 소비자의 평가에 따라 기업의 매출이 큰 영향을 받게 되면서 생겨난 새로운 직업군 가운데 하나이다. 이들은 직접적으로 소비자의 평가를 파악하기가 어려운 기업을 대신하여 소비자의 반응도 체크한다. 이들은 매장을 방문하기 전에 해당 매장의 위치와 주변 환경, 직원의 성향, 판매제품 등에 대한 정보를 세밀히 파악한다. 그런 다음 직접 매장을 방문하여 상품에 관해 물어보고, 직접 구매도 하고, 환불을 요구하는 등 실제 고객이 하는 행동을 그대로 한다. 그러면서 매장 직원들의 반응과 서비스 등을 점검하고 청결상태에 이르기까지 개인적으로 느낀 점들을 평가표로 작성하여 회사 측에 보고한다. 

최근에는 백화점 뿐 아니라 외식업체와 병원, 관공서, 판매업체 등에서 매장 직원의 평가를 의뢰하는 회사가 늘고 있단다. 따라서 미스터리 쇼퍼가 할 일도 많아질 것으로 보인다. 때마침 금융위윈회가 보험사 등 금융사의 불완전 판매를 근절하기 위해 발 벗고 나섰다는 보도가 있었다. 불완전판매란 쉽게 말하자면 계약에 하자가 발생하여 고객에 불이익이 돌아갈 수도 있는 경우를 말한다. 금융위원회는 이달부터 고객을 가장해 불완전판매를 단속하는 감독기법인 ‘금융상품 미스터리쇼핑’ 제도 적용대상이 현행 ‘펀드’에서 변액보험, 파생상품 등으로 확대된다고 밝혔다. 

이 제도가 시행되면 금융감독원 사원이나 금감원의 위탁을 받은 사람이 금융사를 방문하거나 전화를 걸어 금융상품의 판매 과정을 점검하게 된다. 이를 통해 금감원은 고객에게 상품의 특성과 손실 위험을 제대로 설명했는지 등을 확인할 작정이다.
소비자 입장에선 쌍수를 들어 환영할 일이나, 어쩌다가 이 지경까지 오게 됐는지 뒷맛이 씁쓸하기도 하다.                                        

정영수<편집고문/언론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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