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우나 고우나 '한솥밥'…균형 개발이 열쇠

기획좌담회 - 고양시 승격10년
고양시 승격 10년, 신도시 10년을 맞아 정서적 측면의 검증을 해보았으면 한다. 그동안 토박이 이주민간의 갈등이 드러나기도 했고 일산신도시를 중심으로 독립시 논쟁도 있었다. 러브호텔 등 지역 현안에서 시정을 요구하는 시민단체와 행정기관의 갈등 뿐아니라 같은 사안을 놓고도 서로 다른 이해가 첨예하게 대립되기도 했다. 갈등과 이견 차이는 어디나 있지만 통합된 도시로의 발전을 위해 합일점을 찾아가는 노력이 필요하겠다. 이번 좌담회는 고양살기에 대한 이야기를 터놓고 해보는 자리로 마련했다. 특별한 대안이 나오지는 않았지만 자신의 삶의 자리에서 불만과 고민을 대안찾기와 연결해보기 위해 노력했다.


■ 500년 ‘토박이’‘ 오락가락 떠돌이’까지
사회= 간단한 자기소개를 해달라.
이영문(49) 전 고양시민회 회장=밤가시 마을이 500년 고향이다. 신도시 개발 전까지는 농사가 본업이었다. 고양시민회 회장시절 신도시 반대 투쟁을 했다. 지금은 산황동에 살고, 주엽동에서 우리밀 가게를 열고 있다.

신기철(39) 고양시민회 사무국장=4살 때부터 화전에서 살았다. 청년이 되서는 구로에서 서점도 하고 구로동 생활을 했다. 95년부터 “지역운동은 지역에서 해야한다”는 생각으로 고양시로 왔다. 고양시민회 사무국장을 맡고 있다.

이선숙(38) ‘개명산 지킴이’사무국장=벽제동 개명산 자락에 살고 있고 그곳이 고향이다. 사법고시 준비를 여러 해 하다가 8년 전에 쉬고 싶어 집에 돌아왔을 때 개명산 골프장 사건이 터졌다. 살아온 고향을 지켜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지금은 ‘개명산 지킴이’사무국장으로 일하고 있다.

이경아(36) 고양여성민우회=10살, 6살 두 아이의 엄마다. 여성학을 공부하고 있고 고양시에서 여성으로 행복하게 살기와 교육문제에 관심이 많다. 95년쯤 고양시에서 1년 살다가 육아 때문에 다른 도시로 이사했다. 98년부터 문촌마을에 살고 있다. 아직 공부를 하고있고, 민우회 회원이다.

오동욱(31) 고양청년회 회장=지금의 주엽역 근처에서 태어나고 자랐다. 그때 마을 이름이 문촌마을이었다. 대학 졸업 후 고향으로 돌아왔습니다. 지금은 고양청년회 회장을 맡고 있다. 고양 두레생협 일을 하고 있다.

■ 신도시 외곽지역 나름의 소외감 커
사회= 500년부터 4년된 새내기 고양시민까지 차이가 있는 만큼 지역에 대해 느끼는 바가 다 다르겠다. 고양시 살기가 어떤지.
이선숙=지역간 편차가 너무 심하다. 고양동 지역은 아직 중 고등학교가 없다. 그나마 중학교는 곧 세워진다지만 고등학교는 계획도 없다. 도로 사정은 더 엉망이다. 외곽지역에 대해서는 시가 귀를 닫고 있다.

이경아=정서가 참 다르다. 이주민들의 느낌은 또 반대다. 고양에서 뿌리내리고 싶어하는 이주민들이 무시되고 있다. 신도시 주민들을 ‘언제 떠날 지 모르는 떠돌이’쯤으로 여기는 것 같다. 지역의회도 대부분 토박이 출신들로 이루어진 걸로 안다. 신도시에서 세금 걷어 외곽 지역에 투자하고 있다.

신기철= 그렇지 않다. 수치상으로도 신도시에 더 많은 세금이 쓰여지고 있다. 국제종합전시장 대화동 종합운동장 노래하는 분수대 같은 대형 시설이 다 신도시 주변에 있다. 곧 신도시에 집중 투자되고 있다는 증거 아니냐.

이경아씨=신도시 주민들은 정작 그런 시설들을 바라지 않는다. 신도시 입주는 ‘좋은 환경’을 선택한 거다. 그러나 실상 국제전시장 같은 시설은‘좋은 환경’을 방해할 뿐이다. 그런 시설이 신도시 주민들에게 무슨 소용이 있다. 교통체증만 불러올 뿐이다. 서울로 출근하는 사람들은 교통체증을 피할려면 새벽 6시 전에 나가야 한다.

■ 모두가 떠나고 싶어한다는데
오동욱=호수공원을 중심으로 계획된 개발이 신도시 중심 개발로 비쳐질 수 있다. 정작 문제는 개발과 경제 논리로 고양시가 잘못된 도시 확장을 하고 있는 점이다.

신기철=10년 전에 신도시에 입주한 이주민들 중 남아있는 이들은 30% 정도로 알고 있다. 고양에 내려와 시민운동을 하던 사람들도 3년을 버티지 못한다. 지역활동이 어렵다. 그래서 공통의 정서를 찾기가 어려운 것 같다.

이경아=복잡해지는 환경이 이주민들을 떠밀고 있다. 쾌적한 곳에서 살아보려고 일산을 택한 사람들이 대부분이다. 그런데 이런 식으로 개발이 진행되면 떠나고 싶은 생각이 드는 건 당연하다.

이영문=신도시 사람들이 고양시에 있는 시간이 얼마나 있나. 새벽 바람에 출근해서 밤 늦게야 돌아오지 않나. 또 신도시 사람들은 자기 집 앞일에만 관심을 갖는다는 느낌이 든다.

이경아=신도시가‘잠자는 도시’라는 데는 동의할 수가 없다. 서울에 직장이 있는 남자들은 나간다. 그러나 여자와 아이들은 이곳이 삶의 터다. 지역 운동이 자원을 제대로 찾고 있지 못하다. 신도시 주민들이 가장 관심 있는 건 교육과 문화다. 아파트 외관이 멀쩡하다고 삶의 질을 높여줄 수는 없다. 교육의 질과 문화를 고민하는 곳이 없다. 주민들 사이의 소소한 움직임이 전부다. 행정 소프트웨어에서 본다면 고양시는 아직 멀었다.

오동욱=신도시는 학교 도서관 문화시설 유통시설이 미리 셋팅 된 계획도시다. 오랜 시간 자연적으로 조성된 외곽 지역과는 차이가 있을 수밖에 없다. 그러나 정서 차이, 결국 지역 차이라고 이름 붙일 수도 있는 차이가 양쪽 모두에게 피해로 인식되고 있다.

■ 개명산 지킴이 활동에서 해법 찾자
이선숙=신도시 불만은 고려되는 불만이고, 외곽 지역은 무시되는 불만이다. 신도시 주민들이 이곳을 떠나려 한다는데 우리 동네도 마찬가지다. 학교없고 편의시설 부족하니 외지로 나가려고 한다. 토박이라고 해서 무조건 애향심을 기대할 순 없다.

사회=결국 토박이나 이주민이나, 신도시나 외곽지역이나 모두 소외감을 느끼고 있다는 얘긴가. 그렇다면 도대체 시민들의 정주의식은 어떻게 찾을 수 있을까.

신기철=사실 고양시민들이 어떻게 하면 정주의식을 가질 수 있는지를 계속 고민해오고 있다. 이제는 시민단체도 다른 방식의 고민이 필요하다는 생각이다.

이영문=고양시를 큰 틀로 보는 개발이 필요하다. 주먹구구의 개발이 결국 지역 격차를 만들고 정서적 골도 만든다. 외곽에 사는 이들이 위장전입을 시켜서라도 신도시 학교를 보내는 이유가 뭐겠는가. 학교 도로 편의시설을 지역별로 고르게 배치해야한다. 전체적 계획을 가진‘개발틀’을 만들어 신도시 집중 현상을 막아야 한다.

이선숙=‘개명산 지킴이’활동이야말로 고양시가 한 틀로 갈 수 있는 모형이라고 느껴진다. 고양동 그 시골 동네에서 처음으로 시위를 했다. 토박이나 이주민이나 할 것 없이 백 여명이나 참여했다. 고양동 주민 대부분이 개명산을 생태공원으로 조성하자는 데 의견을 같이한다. 올해는 분기별로 모이주기 행사와 신도시 주민들이 함께 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준비중이다.

이영문=좋은 얘기다. 시민들도 신도시만 놓고 좋은 환경을 얘기할 것이 아니라 고양시 전체를 보자. 개명산 고봉산을 보존하고 주변의 개발제한 구역도 가능하면 공원으로 만들어 고양시의 생태축을 만들면 좋겠다.

<정리=김인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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