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서실 문열고 학부모들이 나서자

학교도서실에서 자원봉사하는 학부모들은 대부분 책을 빌려주고 반납 받는 일만을 생각한다. 대출과 반납 업무는 기본이다. 그 외에도 학부모들이 도서실을 중심으로 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일까 곰곰이 생각해보는 것이 필요하다. 물론 학부모들만의 힘으로 할 수 없다. 도서실 담당 선생님과 사전에 논의하고 학부모들의 의견도 모아서 해야한다. 몇 년전에 아이가 다니는 학교에서 학부모들이 했던 일들을 간단히 소개하고자 한다.

몇년 전 가을 독서 주간 행사를 기획할 때 교장선생님과 도서실 담당 선생님께서 어머니 도서위원들이 함께 행사를 기획하고 진행해 주기를 부탁했다. 1, 2학년은 독서 감상화를 그려서 내면 어머니들이 심사를 하고, 3, 4학년은 독서퀴즈 문제를 직접 내서 진행을 하고, 5, 6학년은 각 반별로 독서연극을 하고 어머니들이 무대장치와 진행을 맡아 하는 것이었다. 어머니 도서위원들이 모두 "어떻게 우리가 이런 일을 할 수 있느냐"며 고개를 내저었지만 결과는 무사히 행사를 치러냈다. 이 행사 내내 도서바자회까지 했다.

독서감상화는 어머니들이 심사기준을 정해 아이솜씨로 그린 그림을 우선으로 하였고 그림을 낸 아이는 모두 상장을 받을 수 있게 하였다. '' 책을 읽는 어린이는 아름답습니다''로 시작하는 상장 문구도 어머니들이 직접 만들었다. 독서퀴즈 대회를 준비하면서 어머니들이 도서실에 있는 책을 모두 읽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250여명이 넘는 아이들을 ○,× 퀴즈로 걸러내는 일이 쉽지는 않았다. 아이들의 상식도 대단해 나중에는 진행하다가 문제가 모자라는 일도 있었다. 독서연극을 맡은 어머니들도 힘들기는 매한가지였다.

그러나 어머니 도서위원들은 이런 행사를 같이 하면서 보람도 많이 느끼고 학교행사를 같이 진행하는 어려움을 직접 느끼고 자원봉사의 뿌듯함을 강조하기도 하였다.

또 ‘빛그림이야기’라는 행사를 운동장에서 했다. 전교생들이 가족과 함께 여름 저녁 운동장에 돗자리를 깔고 앉아 그림책으로 보던 것을 커다란 스크린으로 보며 동화구연하는 사람의 목소리로 듣는 행사였다. 또 도서실에서 아동문학자를 초청하여 선생님들이 아이들 책을 어떻게 고를 것인지를 주제로 강연을 듣기도 하였다. 또 다른 해는 독서주간 행사를 하면서 아이들은 독서토론대회도 하고 독서퀴즈대회, 독서감상화대회도 했다. " 아빠가 아이손 잡고 학교도서실 방문하기" 행사를 도서바자회와 함께 진행하기도 했다.

이렇듯 도서실을 중심으로 여러 가지 다채로운 행사를 진행할 수도 있고 여건이 닿으면 소식지도 만들어 낼 수 있다. 학교 인터넷 홈페이지에 좋은 책소식을 올릴 수도 있고 도서실에서 아이들과 함께 책 읽는 소모임이 진행된다면 더더욱 좋을 것이다. 선생님들께서도 도서실을 이용한 수업을 진행할 수도 있겠다. 이웃의 한 학교는 어머니 도서위원들이 한 달에 한번씩 좋은 책 소식을 알리는 소식지를 만들어 아이들에게 나누어주고 있다. 도서실에서 인터넷으로 정보검색을 할 수 있게 하는 것도 아이들을 도서실로 끌어 모으는 방법이 된다. 이제 학교 도서실이 책만 보는 공간이 아니라 다양한 행사도 열고 토론도 하는 문화공간으로서의 역할을 해내야 한다는 생각을 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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