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우리는 ‘세계 습지의 날’을 맞아 풍전등화의 위기에 처한 곡릉천을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

고양시에서는 ‘레저명소화’사업이라는 미명하에 소중한 동식물을 내쫒고 하천을 파헤쳐 자전거 도로를 6.5km나 깔겠다는 계획을 서두르고, 파주시에서는 3월부터 500억원의 예산을 들이는 곡릉천 개발에 들어간다고  예고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위의 두 사업은 곡릉천을 전면적으로 훼손하는 공사다. 또한 지금도 나날이 오염이 깊어지고 있는 이 강의 생명력을 근본부터 위협할 수 밖에 없다.

하천의 둔치에는 오랫동안 그 땅에 적응해온 수많은 수생식물이 피고지고 있으며, 물에는 물고기의 먹이가 되는 다양한 생명체들이 살고 있고, 또한 그것을 기반으로 새들이 깃들어 있다. 그런데 포크레인과 중장비를 들여 갖가지 인공 구조물을 설치하는 과정은 이들 생명체의 먹이사슬을 뒤흔들게 됨으로써 이 강에 치명적인 손상을 입히게 되기 때문이다.

계획되어있는 공사의 내용은 막대한 예산의 낭비와 전시 행정을 보여준다. 초지에 잔디를 가져다 입히고, 수생식물이나 정화식물을 심는다고 하나 이는 불필요한 일이기 때문이다. 이미 태반이 초지인데 웬 초지조성이란 말인가. 예산을 들인다면 콘크리트로 범벅이 된 연계 하천을 습지가 숨 쉴 수 있는 자연형으로 복원하고 하수처리장이나 오염원들을 제대로 관리함으로써 습지 자체가 가지고 있는 뛰어난 정화 기능이 손상되지 않도록 조치하는 것이 우선 시급하다. 수변무대와 잔디광장, 체육공원, 왕복 자전거도로가 웬말인가. 이들 인공 시설물들은 그 공사 과정에서 둔치에 만발한 자생 식물들과 물고기의 산란처가 되는 강바닥을 깔아뭉개게 되고 토사 유출로 이 강에 깃들어있는 생명체들을 질식시켜갈 것이다.

지금 곡릉천 둑방을 걸어가 보라, 자전거 도로가 설치된 뒤로 해마다 새들이 줄고 있지만 아직도 떼지어 놀고 있는 새들을 볼 수 있을 것이다. 천연기념물인 원앙이, 재두루미를 비롯해 많은 오리류와 매와 같은 맹금류가 서식하고 삵도 돌아온 지 오래 되었다. 지금의 둑방 위에서도 조용하게 관찰하지 않으면 날아가 버리는 새들의 습성을 볼 때 둔치에 시설물을 앉히는 것은 그것을 거의 쫒아버리는 결과를 낳을 것이다. 탐조대와 횃대와 목교를 설치한다는 것도 다르지 않다. 시민들이 이 새들을 보지 못하는 것은 생활에 바빠서 새를 보러 나올 시간이 없기 때문이지 인공 구조물이 없어서가 아니다. 자전거 도로는 또 어떤가. 봉일천에서 금촌까지 곡릉천 둔치를 걷어내고 하천을 오염시키며 수 십 억원을 들여 포장을 했지만 몇 년이 지나도록 많아야 고작 수 십명이 이용할 뿐이다.

대중교통 수단으로 기능하지 못하고 레저용으로 가설된 자전거 도로의 실상이라는 것이 그렇다. 그런데 이제 고양시 구간에도 또 자전거 도로를 놓겠다고 한다. 하천을 파헤치는 일을 그만 두고 지속가능한 하천환경을 조성하도록 수없이 요구하였으나 묵살하고 시민들의 의견을 무시한 채 삽질을 시작하겠다고 한다. 수요조사부터 꼼꼼히 하고 나서 하천을 훼손하더라도 불가피한 사업인지 여부를 판단할 일이다.

우리는 타당성을 찾아보기 어려운 곡릉천 개발 계획이 누구를 위한 계획이냐고 묻지 않을 수 없다. 하천을 위한 것도, 거기 사는 물고기와 새와 식물 등 생명체를 위한 것도, 대다수 시민을 위한 것도 아닌 계획이기에 말이다. 수백억 원의 혈세를 낭비하면서 그 효과는 곡릉천을 살리는 것과는 무관하니 말이다. 우리는 ‘녹색 뉴딜’이라는 현란한 수사에도 불구하고 이 사업이 결국 극소수 토건업자들과 공무원들의 돈 잔치에 그치고 말 것이라고 본다.

곡릉천에 시급한 일은 무엇인가. 지금 하천 둔치에 버젓이 들어서있는 주차장과 체육시설, 자전거 도로를 걷어내고 그 부분을 풀들이 우거진 원래의 생태계로 복원해야 한다. 또한 곡릉천으로 흘러드는 하수처리장 관리를 점검하고, 시설 수준을 강화해서 죽어가는 그 인근의 갯벌을 살려야한다. 이미 들어서 있는 둔치의 농경지들은 농약을 사용하지 않는 친환경농업으로 전환해서 하천 오염을 줄일 수 있도록 경제적으로, 재정적으로 지원할 일이다. 주변의 축사들과 공장들을 제대로 관리, 계도하고, 이전할 수 있는 것들은 그 여건을 마련해 줘야한다. 이런 일에 예산을 쓰는 것을 통해서만이 살아나는 곡릉천을 시민에게 돌려줄 수 있을 것이며, 시장들의 업적도 내용적으로 빛날 것이다.

우리는 고양시와 파주시가 위의 맥락에서 곡릉천 개발 계획을 전면 재검토해줄 것은 건의한다. 생태계의 섭리에 따라 이 강을 살리려는 발상으로 이 사업에 접근해줄 것을 간곡히 제안하다. 아무리 바빠도 바늘허리에 실을 매서 쓸 수는 없다. 곡릉천의 현 상태를 충분히 진단하고, 그것을 치유하는 데 필요한 구상을 시민사회와 소통하여, 현재 수립되어있는 곡릉천 개발계획을 수정해서 시행해나갈 것을 당부 드린다.  

저작권자 © 고양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