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 혜택' 해마다 50조

잘 가꿔진 숲 1ha는 연간 16톤의 탄산가스를 흡수하고 12톤의 산소를 배출해내는 자연 정화기 역할을 한다. 또 우리 나라 산의 수분 저장능력은 180억톤으로 추산한다. 이는 팔당댐 저수능력의 20배에 이르는 분량이다.

산이 국민들에 주는 혜택을 금액으로 환산하면 연간 50조원에 이른다고 산림청은 밝힌다. 2000년 국내총생산(GDP)의 9.7%로 국민 1인당 106만원 정도다. 그러나 무분별한 개발로 지난 2000년 한해동안 서울 남산면적(2백97ha)의 26배에 달하는 7천8백여ha의 산림이 사라졌다.

한국환경정책평가연구원의 박용하 박사는 “이런 가치를 가질 수 있는 것은 나무를 비롯한 많은 종류의 생물을 품고 있는 것이 산이기 때문”이라며 자신의 논문 ‘우리 나라의 생물다양성의 경제적 가치평가’에서 우리 나라 산의 1년 가치는 28조 4천여억원(정부 예산의 25%선)에 이른다고 발표하기도.

고양시도 이런 산림훼손에 한몫 했고 앞으로도 가속화될 전망이다. 지난해 12월 경기도가 사업 실시승인을 내준 일산2지구 택지개발구역인 고봉산 자락이 그렇고, 풍동지구 택지개발로 풍동숲이 사라질 전망이다. 고양동 개명산도 골프장 건설과 관련해 몸살을 앓기는 마찬가지. 탄현 가좌 덕이 토당 사리현 벽제 흥도 화전 등이 개발제한 구역이 해제된다는 발표에 난개발을 염려하는 환경전문가들의 목소리도 높다.

일련의 과정을 거치면서 고양시 산을 사랑하는 많은 사람과 그룹들이 생겨났다. 고양시의 허파가 망가지는 것을 앉아서 보고만 있을 수 없다는 것이 이유.

이미 고양신문에서 여러 차례 보도한 것처럼 환경적 가치가 높다고 평가된 고봉산과 개명산을 중심으로 한 여러 모임들이 활발하게 움직이고 있다. 어린이 고봉산 지킴이 인 ‘산도깨비’와 자생적 시민환경운동단체가 된 푸른고봉산을 가꾸는 사람들 모임(회장 고혜수), 개명산 지킴이(회장 이성재)가 대표적이다.

푸른고봉산 모임은 아이들과 함께 고봉산에 오르며 자연관찰을 하던 ‘동화 읽는 어른 모임’이 주축이 돼 만들어졌다. 이곳에서 발견된 습지 주변으로 아파트가 들어선다는 소식은 접한 이들은 아이들에겐 이곳이 고향인데 망가진 자연을 물려줄 수 없다고 판단한 것. 시민운동이 서툰 이들에겐 버거운 일이었지만 고봉산 개발을 반대하며 시청 도청 주택공사 시민단체를 쉼 없이 드나들었다.

개명산 지킴이의 개명산 사랑은 좀더 오래됐다. 지난해까지 8년째 계속해서 사업계획을 시의회에 상정하는 고양시와 사업자의 골프장 건설을 반대해 온 것. 대부분 고양동 토박이이기도 한 이들은 유년의 추억을 고스란히 간직하고 있고, 삶의 터전이 돼온 개명산에 골프장이 들어선다는 것은 상상할 수 없는 일. 업자는 사업계획을 약간 변경해 시에 올리고 주민들은 사업시행을 반대하며 끌어오기를 8년째다.

고양시 산의 원형을 보존하자는 이런 자생적 움직임에 힘이 돼 준 이들은 고양시민회(회장 유왕선) 고양녹색소비자연대(대표 박명희) 고양환경운동연합(상임의장 김성호) 한국어린이식물연구회(회장 한동욱) 등 시민단체며 산 사랑의 또 다른 한 축이다.

고양시민이 아니면서도 고양시 산이 망가지는 것을 안타까워하며 움직이는 사람들도 있다. 안산에 살고 있는 경희대 박병권 교수는 수 차례의 답사와 생태 강의를 통해 고봉산의 생태적 가치를 일깨워 준 장본인이다.

내셔널트러스트 운동본부와 유한킴벌리에서 주관하고 교육인적자원부 환경부 문화재청 산림청이 후원한 제2회 후보지 콘테스트에서 고봉산 습지를 보존하자는 내용으로 환경부 장관상을 수상한 서울여대 남미아(22) 숙명여대 조은효(22)씨도 고봉산 습지를 전국적으로 알린 장본인 중 하나다.

서울시는 지난 1월 13일 2002 세계 산의 해를 맞아 ‘작은 산 살리기와 훼손 방지’를 위해 예산 5억원을 배정하고 시민들의 작은 산 살리기 운동을 적극 지원하기로 했다고 발표. 이를 접한 ‘고양 산 사랑지기’들은 고양시는 언제 이런 정책을 발표할까 부러워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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