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의 씨앗

옛날 사람을 품평하는 말에 ‘비부(卑夫)’라는 단어가 있다. 그릇이 좁고 비열한 사람을 뜻하는 단어이다.

근재지( 裁之)는 “덕에 뜻을 둔 이는 공명으로써 그 마음을 더럽힐 수 없고, 공명에 뜻을 둔 이는 부귀로써 그를 더럽힐 수 없다. ‘부귀에만 뜻을 두고 있다면 못할 일이 없다’고 하는 말이 있는데 부귀에만 뜻을 둔 자는 곧 공자가 말한 비부이다(志於道德者 功名不足以累其心 志於功名者 富貴不足以累其心 志於富貴而已者 則亦無所不至矣 志於富貴 則孔子所謂卑夫也)『聖學輯要(六)』<用賢>”고 말하였다.

비부는 오직 부귀만을 탐하는 까닭에 부귀 권력을 얻지 못하였을 때에는 얻지 못할까 전전긍긍하고, 얻은 다음에는 잃을까 전전긍긍하기에 “작게는 헌데나 등창까지도 빨고 크게는 아비와 임금까지도 죽이는 게 비부다”고 주자는 말하였다. 한 마디로 부귀에 눈이 어두워지면 못할 짓이 없어지는 게 인간의 속성인 것이다.

요즘 우리사회엔 왜 이리도 ‘비부’들이 흥성하는지 자탄이 절로 나온다. 한 세상을 풍미하는 비부들의 꼼수를 바라보며, 그래도 혹시나 하고 도덕에 뜻 둔 선비를 목마르게 찾아본다.

<김백호·회산서당훈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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