늦둥아 늦둥아 너 어디서 왔니-1

‘밈미’가 뭘까?
요사이는 새로운 언어 해석에 머리를 싸맨다. 이 언어 사용자는 16개월 된 아들 한결이. 그저께까지만 해도 ‘밈미’는 한결이가 춤출 때 쓰는 말이라고 주장하던 남편. 오늘은 또 생각이 바뀌었다.

“‘밈미’는 할머니야!”
우리가 직장을 나간 사이 낮 동안 오셔서 돌봐주시는 할머니를 부르는 말이 틀림없단다.

“할머니 해봐.” 자신의 주장을 증명하기 위해 한결이를 붙잡고 늘어진다. 한결이야 아빠가 그러거나 말거나 장난감을 뒤지고 있다.

한결이는 늦둥이다.
우리 나이로 40이 된 어느 날 아기가 생긴 걸 알았다. 분명히 조심했고, 10여 년간 통했으니 어리벙벙할 수밖에. 신을 믿는 이들이라면 ‘하늘이 점지해주신 아이’겠지만 나에겐 그저 ‘실수’. 주변 사람들에게 항상 “‘어, 어’하다 그냥 낳게 됐다”고 농담처럼 말하지만 거의 진실에 가깝다.

제일 망설인 건 남편이다. “끝까지 책임질 수 있을까?”라는 생각이 임신 기간 내내 남편을 붙잡는 것 같았다. “아기가 초등학교 들어가면 내가 쉰 하나.” “쉰 넘어 머리가 희끗한 학부모.” 이런 저런 생각에 고민이 많았다. 그러나 누구보다 기쁜 마음으로 아기를 기다렸다.

제일 싫어한 건 형 한솔이. 웬 일인지 혼자 자라면서도 동생 탐을 안 했다. 물론 8년 정도 이모네와 같아 살아서 사촌 동생이 항상 곁에 있었다. 똑똑하고 야무진 사촌 동생에게 지친 탓인지 초지일관 “동생은 싫다”는 아이였다. “아기 낳으려면 엄청 아프다며? 엄마 아픈 거 싫어”라는 말로 나를 감동시키기도 했지만…. 아무튼 임신 소식을 알릴 때 가장 힘들었다. 그리고 내내 “아기 안 낳으면 안 돼?”라는 말로 나를 불안하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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