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객 전도된 학교정화위 심의

백석동 유치원 부지 옆 170m에 모텔이 이미 영업중인 가운데 뒤늦게 인허가를 신청한 유치원을 놓고 고양 교육청 학교환경위생 정화위원회가 고심하고 있다.

백석동 1270번지 A유치원은 작년 12월 일산구청이 준공검사까지 마친 후 올해 초 고양교육청에 인허가를 신청했다. 허가 과정에서 정화구역 내에 유해시설로 분류되는 일명 러브호텔이 영업중인 사실을 발견한 교육청은 서둘러 지난 23일 정화위원회 회의를 소집했다.

정화구역 내에 문제가 될 수 있는 유해시설이 있는 것은 분명하지만 준공검사까지 마치고 오는 3월 개원을 중인 유치원을 불허할 수도 없고 법적으로 기존 유해시설의 제재가 불가능해 정화위원들의 논의가 분분했으나 결국 결정은 보류됐다. 정화위 회의는 다음 주중 다시 열려 최종 결정을 내릴 예정이다.

이날 회의에 참석한 고양시의회 이기택 의원은 “기존까지는 교육시설이 있는 상황에서 유해시설 허가 유무를 결정했는데 이번에는 상황이 뒤집혀 정화위원들이 바로 결정을 내릴 수 없었다”며 “유치원 부지는 신도시 조성당시부터 결정됐던 것인데 유해시설 허가과정이나 유치원 건축허가 과정에서 일산구청이 조정을 했어야 한다”고 말했다.

고양 교육청 담당자는 “부지 상태로 있는 교육시설의 경우 정화구역 지정을 할 수 없지만 행정기관에서 사전에 협의를 요청했으면 좋았을 것”이라며 “법적으로 소급적용은 불가능하고 유치원 허가를 안 내줄 수도 없기 때문에 일단 유치원을 허가하고 다른 방법을 찾는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일산구청 담당자는 “유치원은 도시설계상 다른 용도로 사용할 수 없는데도 유해시설 허가시 이를 고려하지 않은 것은 미처 거기까지 생각을 하지 못한 것같다”며 잘못을 시인하면서도 현재로는 다른 대안이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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